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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내 인생의 전부… 여주에서 계속 뛰고 싶어요”
[탐방] 여주FC 훈련 현장
 
이재춘 기자   기사입력  2021/07/28 [14:08]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위 속에서 운동장을 신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낮에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현장으로, 저녁엔 축구연습을 위해 여주종합운동장으로 향하는 사람들. 바로 여주FC 선수들이다. 열기 후끈한 훈련 현장에서 보고 들은 선수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 오후 6시부터 여주종합운동장에 모여 훈련을 진행하는 여주FC 선수들.     © 세종신문

지난 15일 오후 6시 여주종합운동장을 찾았다. 건장한 청년들이 하나둘 모이더니 이내 훈련에 들어갔다. 여주FC(단장 김영기·대표 우성일·감독 심봉섭)에서 뛰는 선수들은 대부분 20대 청년들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축구를 시작해 지금까지 하고 있으니 축구가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주에서 태어난 김성빈(24) 선수는 세종초 6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서울의 중학교로 진학했다. 대학교 2학년 때 일본 J3리그에 진출했으나 1년 만에 발목 부상으로 귀국했다. 여주에 돌아와 1년 정도 재활에 집중하면서 축구를 다시 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던 김성빈 선수에게 여주FC는 다시 뛸 기회를 주었다. 최선을 다해 뛰겠다는 김성빈 선수의 말에 여주FC에 대한 고마움이 묻어났다. 어릴 때부터 축구만 했다는 김성빈 선수는 “축구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땀에 흠뻑 젖은 채 숨을 헐떡이면서도 축구가 좋다며 눈빛을 반짝이는 선수들을 만나보니 이들에게 여주FC가 어떤 존재인지 구구절절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이렇듯 축구가 전부인 선수들이 축구에만 집중하면서 실력을 쌓아나가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시민의 후원에 의존해 운영되는 구단이 선수들의 생활을 모두 책임져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주FC에서 선수들에게 주는 훈련수당은 핸드폰 요금 정도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선수들은 낮 시간에 일을 한다.

과일 선별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성훈(23) 선수는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꼬박 일한 후 바로 훈련장으로 달려온다. 21살 때까지 다른 팀에서 뛰던 김성훈 선수는 지난 5월 상근예비역 제대 후 축구를 다시 시작했다. 팀 문제로 고민하다가 감독의 권유로 친형이 속해있는 여주FC에 합류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줄곧 축구만 해왔지만 그동안 너무 많은 어려움을 겪어서인지 올해까지만 뛸까 생각 중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고향으로 돌아가 풋살장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김성훈 선수의 마음은 여전히 축구 주변에서 맴돌고 있었다.   

▲ (왼쪽부터) 여주FC 김성훈 선수, 김성빈 선수, 정다훈 주장.     © 세종신문

여주에서 생활할 공간을 얻지 못한 선수들은 김영기 단장이 마련해 준 문막읍의 숙소에서 단체생활을 하고 있다. 아직 에어컨도 설치하지 못한 좁은 숙소에서 건장한 청년 6~7명이 함께 산다.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정다훈(27) 주장은 공익 복무를 위해 2020년 3월 여주FC에 입단했다. 숙소생활이 불편하지 않냐는 질문에 정다훈 주장은 여주와 거리가 떨어져 있어 이동이 불편하다면서 무엇보다 주변에 개인훈련이 가능한 공간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정 주장은 팀 훈련도 정해진 저녁시간에만 해야 하는데 개인훈련마저 할 여건이 안 되는 것이 가장 속상하다고 말했다. 정 주장은 처한 환경이 많이 어렵지만 축구만 바라보며 가겠다면서 “중간에 포기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정 주장은 “더 열심히 잘해서 여주를 널리 알리고,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 축구단을 만들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축구가 인생의 전부인 사람은 20대 선수들만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 축구를 시작해 국가대표를 거쳐 지도자가 된 심봉섭(56) 감독도 ‘축구가 인생의 전부’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대신면 보통리가 고향인 심 감독은 20년 넘게 해 온 지도자 생활을 고향에서 마무리하고 싶어 지난해부터 여주FC 감독을 맡았다. 축구단이 복잡한 상황에 처했을 때 떠나지 않고 남은 이유를 묻자 심 감독은 “고향 여주에 대한 사랑이 없었다면 진작 손을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축구1세대로서 후배들에게 좋은 팀을 물려주고 싶다는 사명감으로 뛰고 있다는 심 감독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서로 합심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심 감독은 축구단을 새롭게 꾸린 지 5개월 만에 리그에 참가하는 경우는 전례 없는 일이라며 여주FC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특히 대도시의 1,2,3부리그에 비해 농촌지역이고 인구도 적은 여주시의 4부리그가 지역을 홍보하는 수단으로서는 오히려 존재감을 더 드러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 훈련 중간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여주FC 심봉섭 감독.(맨 왼쪽)     © 세종신문

시민의 힘이 좀 더 모아지면 굳건한 축구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은 우성일 대표에게서도 느껴졌다. 우 대표는 축구단이 겪은 어려움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우 대표는 시민들의 ‘1인 1구좌’ 후원으로 축구단 운영을 뒷받침 하고 있는 팀은 전국에 사례가 없다면서 진정한 시민의 축구단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우 대표는 축구단이 가는 길에 동행하며 응원해주는 여주시민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또한 K4리그의 생중계 실시간 관람자 수가 꽤 많다면서 여주FC가 여주시와 여주쌀을 홍보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날 어둠이 내릴 무렵 김영기 단장이 부인과 함께 훈련 현장을 찾아왔다. 예상치 못한 만남이었다. 선수들이 잘 지내는지 궁금해 가끔 훈련장을 찾는다는 김 단장은 선수들 숙소에 아내가 직접 반찬을 만들어 보냈더니 선수들이 감사의 인증샷을 보내왔다며 핸드폰 속 사진을 쓱 내밀었다. 김 단장의 얼굴에서 ‘아빠미소’가 보였다.  
 
축구에 인생을 건 선수들, 이런 선수들에게 좋은 팀을 물려주고 싶다는 선배 감독, 선수들의 생활을 책임져 보려고 애쓰는 어른들,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팀을 응원하기 위해 전국을 누비는 시민들. 이들의 마음이 모여 굴러가고 있는 여주FC가 앞으로 더 많은 시민들 속으로 ‘골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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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7/28 [14:08]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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