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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두려움과 망설임, 그리고 설렘
 
전기중   기사입력  2021/07/28 [13:38]
▲ 사농 전기중 서예가     
시청을 옮긴다고 새로 짓겠노라고 군수 후보도 시장 후보도 나름의 깃발을 흔들며 큰소릴 쳤지만, 2021년 유난히 무더운 여름 현재에도 여주시 공무원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셋방살이 신세로 근무하고 있고 민원인들은 흩어진 청사로 왔다 갔다 헤매느라 짜증병이 돋는다. 두려워하고 망설이느라 세월 보내고 있는 사이 인근 이천시, 용인시, 성남시는 행정단지를 만들고 신청사를 지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는데 우리는 이게 뭔가?
 
충북 영동군에서는 듣기만 해도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황금면」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추풍령면」으로 바꾸어 고개 너머 큰 동네 경북 김천시를 낙담하게 했다.

경북 울진군은 금강송의 주 생산지이나 일제 강점기 시대에 출하되는 역의 이름을 따라 춘양목(경북 봉화군 춘양면)으로 계속 불리자 금강송 군락지인 「서면」을 「금강송면」으로 바꾸어 100년간 구겨졌던 자존심을 세웠다.

전남 담양군 「남면」은 광주광역시와 연접해 있으면서 성산별곡이나 면앙정가의 탄생지이고 소쇄원이 관내에 있지만, 사람들이 자꾸 광주시 어디쯤으로 여기게 되자 과감하게 「가사문학면」으로 바꾸면서 인구 1,300명의 아주 쬐깐한(‘조그만’의 전남지역 방언) 덩치로 140만의 광역시에 통쾌하게 맞짱을 놓았다.

경기 광주시와 성남시는 남한산성을 두고 서로 옥신각신했었는데 광주시의 「중부면」이 「남한산성면」으로 개명을 하여 이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남한산성」 하면 「광주시」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경북 군위군의 산중에 위치한 점잖은 고로면은 일연스님이 왕사를 은퇴하고 삼국유사를 완성한 인각사가 위치하였다는 이유로 「고로」(古老)라는 오래되고 무거운 이름을 버리고 「삼국유사면」으로 바꿔 역사학계에 삼국유사와 인각사가 재조명되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위에 거론한 지역 이외에도 영월의 김삿갓면, 청풍명월면, 무릉도원면, 울진의 매화면, 경주의 문무대왕면, 청송군의 주왕산면, 상주시 사벌국면, 고령군의 대가야읍 등 등 다들 망설임 없이 바꾸고 있다.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한 과감한 변신이다.
 
무엇이 두렵단 말인가?

우리가 옛사랑의 노래를 부르며 어물어물하는 사이에 세종대왕께서 눈을 씻고 올라가서 훈민정음을 완성했다며 시작한 「초정약수」는 「세종대왕약수축제」로 간판을 걸고 대성황을 이루고 있고, 세종시에서도 한글날 무렵 세종호수공원에서 「세종축제」라는 이름으로 잔치를 열고 있으며 세종시의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세종대왕의 묘호와 휘자를 이용한 별별 요상스런 업소들을 숱하게(여주보다 더 많이) 만날 수 있다. 

무엇 때문에 망설인단 말인가?

1469년 영릉이 북성산 아래 지금 자리에 옮겨오면서 인근의 주민들은 과연 어떠하였을까? 지금처럼 차를 타고 쌩쌩 달려갈 수 있었을까? 보나마나 부역에 동원되고, 청소에 나서고, 출입이 통제되고, 거마의 불편이 많았을 것이다. 

1971년 소위 성역화 사업 이후에도 대통령 방문 시마다 경호를 위한 군병력이 주둔하고 주민들은 비표 없으면 행사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농지나 주택 등의 개인 재산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답답함 속에 희생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번도5리와 통했던 영릉 후문도 막혀버리고, 효종대왕릉 주차장 곁에 있던 수많은 여주시민의 샘물인 약수터도 없어져서 이제는 그 곳이 마치 섬처럼 되어버렸다. 구릉촌(번도5리), 새릉말(왕대2리)이라 부르며 온갖 불편함을 견디며 이웃으로 여기고 살던 시절도 점점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
 
세종대왕을 존칭으로 높이며 살자는 분들께 여쭈어본다.
국가의 공식 문서에 서기(西紀)를 쓰고 있고 묘호(廟號)는 물론이요 휘자(諱字)마저 스스럼없이 쓰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재인데 어쩌자는 것인지? 케네디공항, 드골공항, 호찌민시, 워싱턴시, 심지어 북한에도 김일성대학이 있는데 어떻다는 것인가?

세종대왕의 휘자인 「이도」를 상표로 쓰려고 시도했던 여주의 모 양조사업가는 이미 등록되어 있다는 답변에 놀라 기어이 거금을 들여 상표권을 양도받아 등록했다는 씁쓸한 이야기를 들었다.
세종로는 서울에도, 여주에도, 세종시에도 있는데 어찌 밟고 다니실까? 차에서 내려 국궁4배 하고 기어서 다녀야 할까? 세종대교를 차를 타고 건너갈 때의 심정은 어떠하신지? 세종대학교 운동선수들이 반칙을 하면 뭐라고 해야 할까? 왕실의 연호를 외우며 21세기를 살고 있는 일본은 과연 선진국일까?
 
우리가 두려움과 망설임으로 주저하고 있을 이 시간에도, 남들은 호시탐탐 여주시민인 세종대왕님을 모셔다가 자기네 시민으로 만들어 요소요소에 잘도 이용하고 있으니 정말 배 아파 죽을 맛이다.

「세종대왕면」으로 바꾸자는 시민운동, 이미 한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깃발을 들어주니 반갑고 고맙다. 능의 서쪽에 사는 변방에서, 능의 주인이 되어 세종대왕과 함께하고자 하는 의식의 전환이 참으로 위대하다.

막상 바꾸고 나면 처음엔 조금 혼란스럽겠지만 금방 친숙해질 것이다. 「이리시」에서 「익산시」로 「하품리」에서 「명품리, 주어리」로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로 바뀌었지만 아무런 문제없이 잘 사용되고 있다.

SNS로 실시간 쌍방향 소통하는 시대에 살면서, 현대나 삼성 보다 카카오가 뜨는 시대에 살면서 「능서면」으로 수천 번 검색하는 것 보다 「세종대왕면」으로 한 번 검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금세 느낄 것이다. 세상은 수직의 봉건시대가 한참 전에 끝나고 수평의 민중시대로 진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자.
두려움과 망설임을 걷어차고 새로운 출발, 새로운 설렘으로 힘차게 나서기를 고대해 본다. 
 
사농 전기중 서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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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7/28 [13:38]  최종편집: ⓒ 세종신문
 
가을모모 21/07/30 [09:10] 수정 삭제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공감이 가네요
황금돼지 21/07/30 [13:24] 수정 삭제  
  두려움과망설임보다수수방관이지요. 공무원들이발벗고나서면될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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