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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부일구, 세종정신 담아 제대로 복원해야”
[인터뷰]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장
 
송현아 기자   기사입력  2021/05/20 [10:13]
세종대왕 탄신일을 기념해 지난 40년간 오롯이 한글을 연구해 온 한글학 관련 최고 권위자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장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원장은 세종 시대의 대표적 해시계인 앙부일구(仰釜日晷)가 당시 세종의 뜻과는 다르게 복원되었다는 점을 오랜 기간 지적해 왔다. 백성 중심의 세종 사상이 그대로 담긴 앙부일구 복원을 추진하기 위해 <세종시대 앙부일구 복원 국민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는 김 원장에게 앙부일구에 담긴 세종의 정신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 지난 2일 여주의 세종대왕릉을 방문해 현 앙부일구 복원품의 문제점과 세종시대 앙부일구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장.     © 유명은

오랜 기간 한글 운동과 연구에 매진해 왔다. 세종국어문화원에서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
 
세종국어문화원에서는 공공언어 바로잡는 일을 주로 한다. 내가 철도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77년부터 한글운동, 우리말 운동을 해 와서 공인으로나 개인으로나 하는 일이 거의 같다. 육군 표어와 군가에 영어를 많이 섞어 쓰는 문제에 대해 국민청원도 올리고 해서 육군이 표어는 고쳤고 군가도 다음 군가 발표 때 함께 고치기로 했다.
훈민정음 해례본 전공 학자로서 훈민정음 해례본 번역을 28개 언어로 해서 알리는 일도 하고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 : 한글을 만든 이유와 한글의 사용법을 간략하게 설명한 한문해설서.
 
얼마 전 앙부일구 복원 추진을 위해 여주에 다녀갔다. 현재 설치되어 있는 앙부일구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나?

2005년 훈민정음 역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세종대왕을 연구했다. 그러다 세종대왕이 1434년에 장영실과 함께 만든 앙부일구가 서울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 앞, 그 지하의 세종 이야기 전시관, 여의도 세종대왕 동상 앞, 경기도 여주 영릉 등 곳곳에 복원되어 있는데 이 모두가 세종시대의 민본주의 과학 발명품을 제대로 복원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일하게 한국표준연구소에서 1986년에 복원한 것만이 제대로 복원한 것인데 그것이 확산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문제점을 2008년도에 처음으로 논문으로 발표했다. 그 뒤로 무려 세 편의 칼럼을 발표하고 서울시에 건의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해 2016년에는 3개월간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번에 여주의 늘푸른자연학교 김태양 교장을 비롯하여 세종대왕의 뜻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 주셔서 함께 앙부일구 복원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제 뜻을 이룰 듯싶다.

▲ 세종시대 앙부일구의 원형으로 추정되는 형태. 시간을 어려운 한자가 아닌 동물그림으로 표햔했다.     © 세종시대 앙부일구 복원 추진 국민위원회

세종 시대의 앙부일구 원형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나?

세종은 1434년에 다목적용 해시계인 앙부일구를 설치하면서 한자를 모르는 백성들을 위해 시각 표시를 동물신 그림으로 나타냈다. 시각 표시를 두 시간 단위로 쪼개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열두 띠로 나타낸 앙부일구는 새벽 5시부터 7시까지는 토끼 그림, 그 다음은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순으로 표시했다. 이때는 한글창제 훨씬 전이었으므로 한자로 시각 표시를 했다면 한자를 모르는 백성들한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엉터리 복원품들은 동물신 그림 대신에 한자 전문가도 알기 힘든 전서체 한자로 만들어 수많은 관광객과 후손들을 우롱하고 있다.

세종은 시계뿐만 아니라 받침돌까지도 섬세하게 설계했다. 키 작은 어린이들도 볼 수 있을 정도로 1미터 남짓한 받침돌에 아주 낮은 2단 계단형으로 만들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세종시대의 받침돌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때의 앙부일구를 추정할 있는 받침돌이 현재 서울 종묘 입구에 앙부일구 없이 설치되어 있다.
 
앙부일구에 담긴 세종의 정신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시간을 정확히 측정하여 백성들에게 그 시간을 알게 하는 것은 15세기 당시 임금의 고유 권한이었다. 그런데 세종은 그 시간을 백성 스스로 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앙부일구야말로 백성 중심의 과학을 실현한 세종시대 최고의 발명품인 셈이다. 이제 받침돌과 동물그림이 있는 앙부일구를 제대로 복원해 누구에게나 평등한 실용과학을 실현하려고 했던 세종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

세종 시대의 앙부일구와 현재의 복원품에는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 첫째 가장 중요한 시각 표시가 동물그림이 아닌, 현대인이 알 수 없는 한자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받침돌(일구대)이 지나치게 높아 어린이들이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밖에 안내판도 잘못 되어 있다. 앙부일구와 받침돌 설명이 제대로 안 되어 있고, 앙부일구와 돌을 연결한 부위도 부실공사처럼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문화재청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 지난 2016년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3개월 간 1인 시위를 진행한 김슬옹 원장.     © 세종시대 앙부일구 복원 추진 국민위원회

앙부일구 복원사업의 의의는 무엇이며 어떤 효과를 기대하나?
 
앙부일구 복원사업은 백성과 함께 하고자 했던 세종대왕 정신과 장영실 정신을 다시 살리는 것이다. 
앙부일구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기 9년 전에 문자를 모르는 백성과의 소통을 고심하고 실현한 것이라 훈민정음에 버금가는 가치를 지닌 시계다. 이를 제대로 복원하지 않는 것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실용과학을 실현하려고 했던 세종 정신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세종이 앙부일구를 처음으로 설치한 곳인 혜정교(광화문 네 거리 옆)과 종묘에 원형대로 복원하고, 세종대왕 동상 앞과 경기도 영릉의 앙부일구 등을 바로잡아 진정한 소통의 역사를 재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국 주요 관광지에 있는 앙부일구를 제대로 복원할 경우 관광 효과도 매우 클 것이다. 이 시계를 전국 모든 초등학교 교정에 세우게 된다면 교육 효과도 매우 크리라고 본다.
 
앙부일구 복원사업,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오는 6월 21일 세종시대 앙부일구 복원 국민위원회가 주최하는 학술대회를 열고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업을 널리 알리려고 한다. 이 학술대회는 이 분야 전문가들은 물론 박현모 세종리더십연구소장, 조성문 경기도 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안동희 여주문화원 사무국장, 김태양 늘푸른자연학교 교장 등 여주에 계신 분들이 함께 준비한다.
올해 안에 기금을 마련해서 2022년 하지 때 늘푸른자연학교에 시제품을 만들어 검증한 뒤 여주시와 서울시, 세종시, 장영실이 살았던 부산시에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23년 때까지는 각 초등학교에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 복원품은 두 가지를 만들 계획이다. 하나는 시각 표시만 동물신으로 바꾸고 절기 표시와 방위 표시는 그 당시 한자로 그대로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절기와 방위 표기를 모두 한글로 바꾼 한글 앙부일구를 만드는 것이다.

▲ (왼쪽) 여주 세종대왕릉에 전시된 앙부일구. 받침대 높이가 높아 어린이가 받침대 위에 매달려 보고 있다. (오른쪽) 탑골공원에 전시 중인 앙부일구 받침대. 계단식으로 만들어 어린이들도 쉽게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 세종신문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우리가 복원하고자 하는 세종시대 앙부일구 는 시각표시를 한자에서 동물그림신으로 바꾸는 것뿐이다. 위대한 세종대왕 정신, 장영실 정신을 길이길이 나눌 수 있을 뿐 아니라 그에 따른 관광 효과, 경제적 효과도 매우 클 것이다. 한자 사대주의가 아니라면 이를 방치할 이유가 없다. 역사에 대한 직무유기이고 세종정신에 대한 모독이다. 하루빨리 복원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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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5/20 [10:13]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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