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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체제전환의 적기, 이제는 의원내각제로 가야”
[인터뷰] 정병국 전 국회의원
 
송현아 기자   기사입력  2021/05/07 [14:36]
서울시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에 정병국 전 의원의 사랑방이 있다. 카페식으로 꾸민 이 사랑방에서 청년정치인 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 정 전 의원을 만났다. 정 전 의원은 새로운 정치, 새로운 체제, 새로운 정당 운영방식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구상을 갖고 있었다. 청년정치학교, 현 정치에 대한 평가, 정치체제 전환의 시대적 요구에 대해 정 전 의원과 장시간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 정병국 의원이 서울 종로구 이화동 벅화마을에 마련한 사랑방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세종신문

정치에서 반발정도 물러나 있다. 근황은?
 
현역에서만 잠깐 물러나 있지 정치는 계속하고 있다. 지금은 청년정치학교 교장을 하면서 정치를 지망하는 청년들을 교육하고 있다. 딱딱한 사무실이 싫어서 카페 같은 사랑방을 마련했는데 이 곳에 청년들이 찾아와 많은 토론을 하고 간다. 주로 청년들을 만나다보니 그들과 대화 하면서 느끼는 것이 많다. 현역 시절 바쁠 때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기 시작한다. 어찌보면 현역 때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도 든다.
 
청년정치학교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 처음 출마를 했는데 그 당시는 돈을 엄청나게 쓰던 시절이었다. 당선된 후 정산을 해 보니 12억을 빚졌다. 4년 동안 세비를 한 푼도 안 쓴다고 해도 4억인데 어떻게 감당하나. 다음 선거는 또 무슨 돈으로 치를 것이며…. 그 빚을 우리 집사람이 내가 3선 할 때 까지 갚았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그 때부터 돈 드는 선거의 문제점을 연구해서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을 발의했다. 그 핵심내용이 정치자금법상의 후원회를 공식화하고, 지구당을 폐지하고 중앙당사도 축소하고 원내 중심의 정당으로 만들자는 거였다. 그리고 국고보조금으로 정당을 지원하도록 법을 만들고 15%이상 득표를 하면 선거비용도 정부가 보조해 주도록 했다. 그 전에는 이런 지원이 없으니 본인이 돈을 만들어 정치를 해야 하니까 부조리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청년들에게는 벽이 높았다. 

청년들, 새로운 사람들이 자력으로 정치권에 진입하는 건 지금도 여전히 어렵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젊고 훈련된 사람들이 자력으로 정치에 입문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것인가 고민하다 만든게 청년청치학교다.

청년정치학교에는 주로 어떤 사람들이 오나?

지금 5기를 하고 있는데 한 기수 당 50명을 선발한다. 처음에는 경쟁률이 6.6:1까지 갔었는데 지금은 보통 2:1 정도다. 이번 5기에는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이 6명이나 들어왔다. 변호사, 의사도 있고, 대기업 다니는 사람도 있다. 39세 이하만 올 수 있는데 중2 학생도 왔었다. 고등학생은 늘 있는데 정말 놀랍다. 시각이 굉장히 잘 정립 되어있고 시야도 다르다. 우리 때 하고는 비교도 안 된다.

생체적 연령은 젊지만 기성 정치권과 똑같은 청년정치인은 의미없다. 젊었을 때부터 누구한테 줄 설 건가를 보고 당 주변을 기웃거리는 청년들이 아니라 자기 생각으로 정치하는 청년들을 키우고 있다. 

나는 청년들이 패기를 가지고 정치하기를 기대한다. 청년정치학교 졸업생이 200명인데 그 중에는 정의당, 민주당에서 활동하는 사람도 있고, 국민의힘에서 활동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걸 지향한다. 정치라는 게 진영논리에 빠져 네 편 내 편 나뉘어서 원수같이 싸우는 게 아니지 않나. 자기 진영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 정병국 전 의원은 지금이 의원내각제로 체제를 전환하는 적기라고 강조했다.     © 세종신문

이번 보궐선거에서 이대남(20대 남자)의 표심이 이슈였다.
 
일자리 등 모든 부분을 박탈 당했다고 생각하는 세대들이다. 기성세대가 잘못 만들어놓은 구조 때문에 20대 청년세대가 불이익을 받고 있는데 이게 20대 남성과 여성의 갈등으로 잘못 흘러가고 있다. 그런데 이걸 정치인들이 자기들이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고 있다. 정말 잘못되었다. 그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어떻게 더 많이 만들어 줄까 이런 고민들을 해야되는데 왜 이대녀와 이대남이 대립해 싸워야 하는 건지 안타깝다. 

‘공정’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화두로 대두 되었고 여러 가지 제도도 만들고 그랬는데 과연 그게 진정으로 공정한 것인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조국 사태, 추미애 사태 등으로 586들의 위선이 드러나면서 젊은 사람들의 마음이 완전히 돌아섰다. 그들의 위선적인 모습을 보면서 공정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 되었다. 평등, 공정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 시대의 정치개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87년 헌법을 만들 때 피터지게 싸워서 직선제 개헌을 했다. 나도 당시 감옥에서 6.29선언을 맞이했다. 87년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3천불이었다. 지금은 3만불이 넘는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됐다. 국가의 규모가 달라졌다. 특정 개인이 이러한 규모의 나라를 운영한다는 게 불가능해진 거다. 그만큼 국민들도 다원화 되었다. 대통령 혼자서는 어렵다. 

규모적인 측면에서도 문제이지만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문제다. 대통령중심제에서는 1%만 이겨도 (권력을) 다 가져간다. 그러면 49%를 지지해줬던 그룹은 5년 동안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 그래야 다음에 자기들에게 기회가 오니까. 그러니까 극단적인 진영 논리에 치우칠 수밖에 없고 어떤 합리적 판단이나 사고를 할 수가 없다. 계속 이렇게 가면 안 된다. 

이제는 의원내각제 시점이 된 거다. 어느 누구, 어느 정당이 과반수롤 못 넘는 그런 선거제도, 선거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연정을 할 수 밖에 없고 극단적 대립이 없어진다. 35년 전에 만들어진 87년 체제는 수명을 다했다. 이제는 6공화국에서 7공화국으로 체제 전환을 해야 한다. 
 
체제전환에 대한 정치권 내에서의 공감대는 어떤가?

상당히 공감하고 있다. 나는 지금이 체제 전환할 적기라고 본다. 이쪽도 저쪽도 눈에 보이는 뚜렷한 주자가 없고 누가 집권을 할 수 있을지 다 불안해 한다. 만약 우리 야당에서 집권했다해도 민주당이 2/3 가까운 의석을 갖고 있는데 무슨 일을 할 수가 있겠나. 대통령이 가장 힘을 쓸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간이 임기 초반 2년인데 그 2년 동안 식물 대통령이 된다. 그러느니 의원내각제로 바꾸면 계속 할 수 있지 않나. 나는 개헌 하자고 결론을 내려주는 사람이 오히려 추앙받을 거라고 본다. 

▲ 정 전 의원의 이화동 사랑방 2층에는 청년들을 위한 스튜디오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 세종신문

블록체인 정당으로 개혁하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어떤 개념인가?
 
한마디로 당대표가 아닌 당원들이 중심이 되는 정당을 만들자는 거다. 블록체인 시스템을 활용하면 중앙집권화 되어있던 걸 분산시킬 수 있다. 당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자유롭게 소통 하고 토큰을 발행해서 활용하자는 거다. 지금 국회의원 1인당 1억 정도의 정당보조금을 정부로부터 받는데 당사 임대료, 연구비, 당 사무처 직원들 월급, 경상비 빼놓고 나머지 돈의 거의 70%가 당대표의 밥값, 꽃값으로 나간다. 그 돈을 기반으로 자기 조직을 만든다. 이걸 끊자는 거다. 그래서 나는 정당 보조금의 50% 이상은 당원들을 위해 쓸 수 있게 지구당 위원장에게 배분을 해주자고 주장한다. 근데 현금을 나눠주면 불법 기부행위가 되니 돈은 중앙당에 있고 토큰을 지구당 위원장이 운용하는 방식으로 하자는 거다. 지구당 교육에 참여하는 사람에게 토큰을 주고, 좋은 정책을 제시하는 당원에게 상품으로 토큰을 주고. 토큰을 받은 당원들은 자기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국회의원에게 그토큰으로 후원을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당원들이 참여의식, 주체의식을 가지고 당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청년들의 참여율이 굉장히 높아질 것이다. 지금은 당대표가 당론을 결정하고 그걸 의총에서 추인 받는 게 전부인데 앞으로는 당원들이 앱에서 직접 찬성 반대 누르면 된다. 이런 방식이 활성화되면 당원들이 공천도 할 수 있게 된다. 
 
세종의 정치는 혁신적이었다. 청년정치학교에서 세종에 대해 가르칠 계획이 있나?

세종대왕의 정치철학이나 미래에 대한 안목, 백성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이미 많이 얘기 했다. 백성을 다스리는 것은 기본이고, 내가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분의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창조정신이다. 세종의 창조정신이 어디에 기반하는지 보면 그건 결국 백성을 근본에 두는 것이다. 국민을 우선에 놓고 보면 창조적인 생각들이 발현된다. 필요에 의해서 발명이 되는 거니까. 국민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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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5/07 [14:36]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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