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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농촌 마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돌봄’ 실험… 답은 ‘스스로’에 있다
 
송현아 기자   기사입력  2022/07/26 [11:18]
[탐방 - 주록리 노루목향기에서 열린 제93회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대화모임]

▲ 제93회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대화모임에 참석한 마을활동가들.     © 세종신문

여주시 금사면 주록리에 있는 노인공동생활공간 ‘노루목향기’에 전국에서 온 마을 활동가, 마을 만들기에 관심 있는 주민, 공무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제93회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대화모임을 위해서다.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는 마을이 지니고 있는 과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하고 마을 만들기와 관련된 고민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상호 학습하고 협력하는 전국적인 관계망이다. 지난 2010년 7월부터 매달 한번 씩 전국을 순회하면서 대화모임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데 그 아흔세 번째 모임이 지난 15, 16일 이틀간 여주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이날 대화의 주제는 ‘농촌 마을 돌봄’. 발표한 사례는 두 가지다. 하나는 농촌유학센터가 자리 잡은 여주시 점동면 당진리에서 아동 돌봄이 마을 돌봄으로 확장된 사례이고, 다른 하나는 여주시 금사면 노인공동생활공간인 노루목향기의 활동이 인근 아동 돌봄 기관과의 연계로 확장된 사례이다. 이 두 사례는 돌봄의 주체와 대상은 서로 다르지만 돌봄의 개념과 대상이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 닮았다. 
 
‘행복공동체’ 만들어가는 당진리 청년들

먼저 발표에 나선 김태양 늘푸른자연학교 교장은 농촌유학센터를 운영하면서 해당 지역의 초등학교 학생과 귀촌 가정이 늘어나는 등 농촌 인구 유입에 미친 적지 않은 영향에 대해 소개했다. 늘푸른자연학교 1기 졸업생이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귀농의사를 밝히는 등 청년이 농촌 사회에 뿌리 내리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 점동면 당진리 마을돌봄 관련 사례발표를 하고 있는 늘푸른자연학교 김태양 교장.     © 세종신문

특히 주목할 점은 늘푸른자연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이 ‘밀당청년들’이라는 공동체를 만들어 집수리, 빵 배달 등 마을 어르신들의 생활과 안부를 챙기는 활동을 시작하면서 농촌유학센터가 담당했던 아동 돌봄의 기능이 마을의 어르신 돌봄 기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진리에 들어온 청년들은 초반에 각종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문화공동체’를 구현하기 위해 애썼고, 이후 한 단계 더 나아가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활용한 경제활동을 통해 ‘경제공동체’를 실험했다. 그리고 지금 당진리 마을에서는 ‘행복공동체’를 구현하기 위한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김태양 교장은 마을공동체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복지, 문화, 경제 등 특정 분야의 대책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원하는 바를 스스로 정책으로 만들고 스스로 실행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래야 비로소 주민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정부가 만든 서비스의 수혜자에서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으로, 서비스의 실행 주체로 변화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정부의 일방적인 ‘통치’에서 정부와 주민이 머리를 맞대는 ‘협치’로, 결국에는 주민의 진정한 ‘자치’로 나아가는 것이 ‘행복공동체’를 구현하는 길이라고 정의 내렸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마을 활동가들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장은 발표 내내 ‘스스로’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입에 올렸다. 10년에 가까운 귀촌 생활과 다양한 마을 활동의 경험에서 김 교장이 찾아낸 답은 주민이 부담 없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직접 민주주의 방식을 적절하게 도입하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 주록리 어신들의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대화모임 축하공연.     © 세종신문

세 명의 노인이 일구어낸 ‘서로돌봄’ 공동생활
 
여주시 금사면 주록리 ‘노루목향기’는 심재식 대표를 포함한 65세 이상 노인 3명이 서로를 돌보며 생활하고 있는 노인공동생활 공간이다. 이곳에서 함께 살고 있는 3명의 할머니들은 같이 밥 먹고 농사일도 하고 정원도 가꾸고 서로를 보살피면서 지내고 있다. 각자의 특성과 장점에 따라 맡은 역할이 있고, 각자의 처지와 조건에 맞게 직장생활과 지역 활동, 취미생활도 하고 있다. 누구의 간섭 없이 자율적,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생활공동체다. 이들은 자기들끼리 행복한 노후생활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을 노인들과 공동체 활동을 하고 다양한 정책과 접목하면서 ‘고령화사회’의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 주록리 노루목향기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이혜옥, 심재식, 이경옥 여사.     © 세종신문

노루목향기가 방송 매체에 여러 차례 소개되면서 어떤 이는 ‘공간’ 자체에, 어떤 이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에, 어떤 이는 노인공동생활의 ‘정책 모델’에 주목했다. 무엇보다 노인 스스로 노인 문제에 접근해 스스로 정책을 발굴하고 실행하고 있다는 점이 노루목향기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다. 

최근에는 '노인‘에 대한 고민을 넘어 주록리와 이웃마을의 아이들을 한 달에 한 번 초대해 함께 어울리며 ‘아동 돌봄’에 대한 고민을 무르익히고 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이혜옥 씨는 노루목향기의 ‘비전’을 묻는 질문에 “우리가 지향하는 공동체성을 누군가에게 심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답했다. 심재식 대표는 “누군가 시켜서 한 활동이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우리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고 필요해서 하는 일이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주형 돌봄공동체를 향하여

앞서 얘기한 두 사례를 조사, 연구해 온 여주대학교 김성희 교수는 이날 ‘여주 농촌마을 돌봄 사례의 가치와 확장성’이라는 주제로 짤막한 강의를 진행했다. 김 교수는 지리적 경계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마을공동체에서 공동의 가치와 철학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공동체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공동체에서는 주도적 활동가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 여주지역의 돌봄 사례를 연구해 발표하고 있ㄴ 김성희 여주대 교수.     © 세종신문

김 교수는 돌봄정책이 과거의 수직적 관료제 방식에서 수평적 거버넌스와 자발성, 당사자의 참여가 강조되는 공동체적 방식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면서 지속가능한 농촌마을 공동체를 위해서는 공적 서비스의 한계를 공동체가 채워나가야 하는 현실이며 이를 위해 공동체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도시처럼 시끌벅적하진 않지만 여주답게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여주형 돌봄공동체를 고민해 보자고 제안했다.
 
이날 마을활동가들은 밤 늦은 시간까지 마을공동체를 잘 만들어 가기 위한 답을 찾으려 머리를 맞댔다. ‘스스로’ 모여 ‘스스로’ 고민하는 이들이 있기에 답또한 그곳에 있었다. 

▲ 주록리 어르신들의 축하공연.     © 세종신문

▲ 주록리 어르신들의 공연을 즐겁게 보고 있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대화모임 참가자들.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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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7/26 [11:18]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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