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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은 주권, 농업의 공적 가치 인정받아야”
[인터뷰] 여주로컬푸드사회적협동조합 이은영 기획생산팀장
 
이재춘 기자   기사입력  2021/11/26 [10:32]
30년 전 앳된 서울처녀가 혼자 농사를 지어보겠다고 당돌한 마음을 먹고 여주로 왔다. 여주에서 모진 시련과 갖은 고난을 헤쳐가다 보니 어느덧 50대 중반이 되었다는 여주로컬푸드사회적협동조합 이은영 기획생산팀장을 만나 보았다. 이 팀장은 “농업은 식량이고 식량은 주권”이라며 농업의 공적인 가치가 인정을 받아야 농업 농민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민들이 연금과 같은 안정적인 소득을 가져가는 것을 보고 싶다는 이 팀장의 이야기를 통해 농촌의 실상과 농산물 유통의 새로운 개념을 알아보고자 한다.

▲ 여주로컬푸드사회적협동조합 이은영 기획생산팀장.     © 세종신문

고향이 서울인데 어떻게 여주로 오게 되었나?
여성 농민운동을 하고 싶어 대학 졸업하고 스물다섯에 내려왔다. 벌써 30년 가까이 되었다. 나랑 비슷한 경로로 먼저 내려온 선배가 농민회 활동에 관심이 있으면 내려와서 같이 해보자고 제안해 여주에 내려왔다. 농민회에서 근무하다가 농민회 회원인 신랑을 만나 스물여덟에 결혼했다. 시부모님 모시고 농사지으면서 살기 시작해 가남에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스물다섯 처녀시절부터 농사를 혼자 지었나?
처음 내려와서는 농사를 열심히 지었다. 흥천면 율극2리에서 농사를 지었는데 농민회 회원들이 많이 도와줬다. 처음에 내려왔을 때 무섭기도 하고 그래서 동네사람들이 혼자 사는 할머니 한 분을 소개시켜줘서 2년 정도 같이 지냈다. 내가 논을 1천 평 정도 얻고 할머니 논도 있고 해서 같이 농사를 시작했다. 사실 뭣도 모르고 내려왔는데 이런 경험 자체가 큰 도움이 되었다.
 
농촌 생활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농촌에서 산다는 게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농촌에서 인력이 이탈하는 전형적인 모습이 바로 나라고 생각한다. 첫해 농사는 신랑이랑 같이 진짜 열심히 지어 잘 됐다. 그런데 그 이후로 계속 어려웠다. 결혼을 했으니 집도 좀 바꿔야 하고 생활 기반도 마련을 해야 하니 밭농사를 좀 많이 벌렸다. 농어촌 자금 대출도 받았다. 고추, 땅콩 이런 것들을 한 5천 평 했는데 첫 해는 잘 돼서 그 해에 맞춰서 계획을 세우고 돈도 빌리고 했는데 그 다음 해부터는 계속 가격이 폭락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슬슬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설상가상으로 IMF도 왔다. 결국 둘 다 농사를 지을 수 없어 한 사람은 고정적인 수입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신랑은 농사가 기본이자 터전이고 나보다는 훨씬 더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 내가 부업을 하기로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더 직장 생활하는 쪽으로 많이 일탈을 하게 된 거다. 그런 생활이 좀 길었다. 농사를 계속 지어 왔냐고 묻는다면 솔직하게 아니라고 답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 여주로컬푸드사회적협동조합 이은영 기획생산팀장     © 세종신문

여성농민들의 상황이 더 힘든가?
사실 농사 일이 빡빡하고 노동 강도는 높지만 돈이 되는 일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그런 직업도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사회적인 레벨이 많이 떨어지는 찬밥신세다. 그래서 농민들은 누구나 상실감이 있다. 특히 시골에서 여성 농민으로 산다는 것은 더 힘들다. 농촌 사회가 보수적이다. 어떤 남편이든 여성을 인격적으로 잘 대해주고 그러지 않는다. 농사일도 어려운데 가정에서도 여성을 막 대하는 경우가 많아 2중 3중의 억압과 고통이 있다. 세월이 지나고 봤더니 동네 언니들이 그런 삶속에서 다들 60대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늙어왔는데 여전히 일은 힘들고 돈은 안 된다. 조금 슬프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스물다섯에 여주로 내려왔으니까 지금 60대 언니들이 그 때 당시는 30대였을텐데 갑자기 언니들이 너무 늙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들에게 그동안 삶의 질이나 농사에 대한 자부심 같은 것들이 있었을까? 30년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지쳐온 언니들의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공감이 되었다. (한참동안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서 언니들하고 같이 즐겁게, 언니들이 나이 들어서 마치 연금과 같은 돈을 받아서 자기 노후를 즐기는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 것 같다. 
 
로컬푸드 사회적협동조합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남편이 농사를 짓고 있어서 나도 옆에서 보조를 계속 해왔지만 내가 전업으로 농사를 지었던 건 아니다. 애들도 크고 나이도 먹고 하니까 원래 내가 처음 생각하고 농촌으로 왔던, 농촌에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더 늦기 전에 시작해봐야 하지 않을까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그럴 때 로컬푸드사업을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받아 흔쾌히 수락 했다. 2020년부터 로컬푸드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나도 농민이지만 농촌과 농민의 삶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은 계속 해 왔다. 

▲ 여주로컬푸드 직매장 내부.     © 세종신문

로컬푸드 사업이 농민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나?
농촌의 대부분은 소농들이다. 소농들은 말 그대로 가난한 농부들이다. 이런 소농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노후에 연금처럼 매일매일 돈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있다면 그들은 새로운 희망을 가질 것이다. 그래서 좀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되지 않았나 싶다. 로컬푸드 판매로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만큼 나온다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이다. 농민들이 매일매일 농작물을 직매장에 내놓는데 그 농산물이 매일매일 팔리면 농민들의 통장에 매주 입금된다. 소농들이기 때문에 입금되는 돈이 물론 많지는 않다. 배추 몇 포기, 무 몇 단 이렇게 내 놓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도 그것을 판매한 돈이 매주 농민들의 통장으로 들어가게 되면 그 돈은 고정수입이 된다. 마치 직장인처럼 주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비록 적은 액수지만 농민들에게 매주 돈이 들어온다는 것은 정말 획기적인 일이다. 용돈이 되기도 하고 생활비가 되기도 한다. 안정적인 소득창출이다. 우리 농민들은 그런 돈을 받아본 일이 없다. 작지만 혁신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60~70대 소농들이 통장도 따로 만들고 전용계좌도 트고 그렇게 매일 매일 재미있게 참여하고 있다. 
 
로컬푸드 참여농가는 얼마나 되나?
200여 농가가 신청을 해서 163농가가 교육을 받았다. 그 중 100농가 정도가 출하를 하고 있고 20여 곳에서 여주농산물 가공품을 내오고 있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판로를 확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중‧소농들이 농작물을 안정적으로 판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다들 나이들이 많아 텃밭처럼 300평정도 짓는데 한 가정 다 먹고도 남는다. 남았다고 내다 파는 것은 꿈도 못 꾸고 대부분 아는 사람들과 나눠 먹거나 버린다. 로컬푸드 직매장이 생기면서 그런 농작물을 조금씩 내놓는데 그걸로 약간의 소득이 생겼다는 것은 정말 새로운 일이다. 참여 농가들이 대부분 소농들인데 이런 재미로 참여하고 있다. 물론 대농들도 있다. 그런 대농들은 정말 고맙다. 어떤 때는 가지 10개를 가져다 놓기도 하는데 하루에 수백박스를 취급하는 대농들에게는 인건비도 안 되는 일이다. 이분들은 새로운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로컬푸드 직매장이 제대로 자리를 잡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참여하겠다는 그런 의지의 표현이다. 

▲ 여주로컬푸드 직매징 내부.     © 세종신문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소비자들의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다. 일단 농산물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돌고 돌아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많이 걸려야 최대 3일이니까 신선도는 최고라고 한다. 아쉬운 점은 품목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있다. 아직은 첫해라 우리가 필요한 것을 기획하여 요구하는 기획생산 유통방식이 아니라 있는 것 그대로 가져오다 보니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할 만큼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오이, 호박, 깻잎, 상추 이런 게 많이 부족하다. 엽채류 같은 농작물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로컬푸드 직매장에 거는 기대가 클 것 같은데….
로컬푸드 직매장을 통해서 지역에서 중소농들이 생산한 농작물이 안정적인 판로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무조건 비싸거나 싼 가격이 아니라 생산자는 좀 더 합리적인 가격을 설정해서 안정적 판로를 확보하고, 소비자도 신선하고 건강한 농산물, 바로 옆집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살 수 있는 공간, 그런 플랫폼을 만드는 게 1차적으로는 가장 큰 목표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건강하게 소통하는 공간이다. 그게 조금 더 발전하면 여주의 먹거리 체계 시스템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예를 들면 서울에 갔다가 출하해서 다시 포장해서 지방으로 오는 것이 일반적인 유통과정이다. 그런 유통 과정은 유통 비용을 가중시키고 농가의 원가를 떨어뜨리고 소비자가는 높이는 매우 불공정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문제도 심각하다. 그런 불합리한 사이클이 아니라 로컬푸드 사이클이 정착되면 중간과정이 없는 친환경인 농산물 유통시스템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여주에서 생산한 농작물을 여주시민들이 소비하는 것이다. 내 농산물 가격을 내가 설정해서 내가 갖다 놓고 소비자는 사고 싶은 신선한 농산물을 싸게 구입하는 것이다. 로컬푸드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 여주시 먹거리 체계를 바꾸는 작은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학교 급식에도 적용하고 기타 많은 복지시설, 공공기관, 병원, 휴게소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여주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여주에서 소비해도 충분한가?
물론이다. 충분하다. 대부분의 로컬푸드가 그걸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농가들에 있는 것만 내놓는 게 아니라 필요한 것을 농가들이 생산해서 내놓는 기획생산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올해에는 농가들이 다 배추만 가져왔는데 우리가 조사를 해보니 소비자들은 배추, 무, 쌈배추, 알타리무도 요구한다. 그러면 농가들이 그걸 생산해서 우리에게 내 놓은 그런 시스템이다. 그러면 여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여주에서 소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도권 인근 대도시와 연결해서 판매를 할 수도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그런 것을 실현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 여주로컬푸드 직매장 내부.     © 세종신문


 
로컬푸드 사업에서 우려지점은 어떤 것이 있나?
이 사업은 수입만 바라보고 하면 안 된다. 생산자는 당연히 높은 가격을 받고 싶고 소비자는 싼 가격에 사고 싶은데 이렇게 접근을 하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게 된다, 가격에 앞서 생산자는 내가 생산한 농산물을 신선하게 소비자한테 공급한다는 긍지와 자부심이 우선되어야 한다. 대형마트가 더 싸고 물건이 많을 수도 있지만 소비자들이 굳이 여기를 찾는 이유는 여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내가 소비하고 팔아주는 착한 소비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요구가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기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지역 농민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는 선한 마음과 상호 신뢰가 자리를 잡는 기간이 1~2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뢰는 가격과 수입적인 면에서만 접근하다보면 절대로 쌓일 수 없다. 
 
로컬푸드사업이 성공한 사례가 있나?
여주 로컬푸드 직매장 용역팀이 완주 로컬푸드팀이다. 완주 로컬푸드는 우리나라 로컬푸드 사업의 시초다. 10년 넘게 하고 있는데 완주라는 그 좁은 바닥에만 매장이 여러 개 있다. 그리고 많은 생산자들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완주는 잘되는 곳이라 그런지 매장 가면 확실히 분위기도 다르다. 그리고 화성이라든지 이런 곳에도 1년 동안 답사를 다녀보고 도움을 받고 있다. 
 
산적한 농업문제의 해결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긴 한데 개인적으로 일단 가장 중요한 건 농업의 가치를 공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업은 식량이고 식량은 주권이다. 없어서는 안 될 가중 중요한 것이 식량주권이다. 그리고 지금 논밭이 가지는 사회적 공익기능들이 있는데 농업은 사적인 먹거리에 접근하는 게 아니라 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급식을 지원하는 것과 똑같다. 국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는 것은 공적인 일이다. 더 나아가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 농민의 공적인 기능을 인정해야 한다. 공무원만이 아니라 농민들도 똑같은 중요한 공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걸 국가가 인정해야 한다. 두 번째는 중소농에 대한 대책이다. 농업 농민의 공적인 기능을 인정하고, 농민들이 국민의 식량을 댄다고 것에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생산을 하려면 그에 따른 소득 보장과 사회적인 지위에 대한 우대가 있어야 한다. 중‧소농에 대한 정부의 대책들이 많이 뒷받침 됐으면 좋겠다. 적어도 내가 농사를 짓고 있다는 뿌듯함과 자부심을 중소농들이 가질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틀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 시작이 실질적인 농민수당 지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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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1/26 [10:32]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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