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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해월을 소환하다
 
박영민   기사입력  2021/11/18 [10:41]
몇 년 전부터 농촌의 소멸을 걱정하는 기사가 종종 올라온다. 정부에서도 부랴부랴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 같다. 저출산 고령사회 위원회의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9월 30일(목)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일자리위원회, 4차산업혁명위원회, 자치분권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가교육회의,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 등 대통령 직속 8개 위원회가 함께 하는 공동토론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인구감소, 초고령사회, 지방소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공동의 주제를 두고 8개 위원회와 학계, 연구기관, 시민사회 전문가가 모여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나름 엄청 고민하고 있는 듯 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여주는 빨간색으로 표시되었다. 소멸의 가능성이 아주 높은 곳으로 나타났다는 뜻이다. 소멸의 의미는 무엇인가? 살아 있는 것 즉, 생명이 있는 것이 수명을 다하여 흔적 없이 흩어져 버린다는 것이다. 생명이 있는 자신이 소멸된다니 얼마나 황당하고 슬픈 일일까. 하지만 어쩌랴.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있는 존재는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고 사라지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런 것이 아닐까?

대한민국의 경기도 그 중에서 여주시는 언제부터 존재해 왔는가를 반추해보자.
 
“경기도 동남부에 위치한 시. 동쪽으로는 강원도 원주시, 서쪽으로는 이천시, 북쪽으로는 양평군, 남쪽으로는 충청북도 충주시, 음성군와 접하고 있다. 2013년 9월 23일, 여주군에서 여주시로 승격되었으며 현재 전국에서 가장 최근에 설치(승격)된 시이다.” 인구는  2021년  8월말 읍·면·동 인구(내국인)현황을 보면, 남성 57,131면, 여성은 55,158명으로 총인구는 112,289명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총인구수는 감소하겠지만 우리가 걱정하는 소멸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
 
무분별한 도시의 확장으로 자연환경이 파괴되는 현장을 볼 때마다, 인간의 욕망을 추구하기 위해 지구 환경이 망가지는 소식을 접할 때 마다 여주와 같은 소도시에 거주하는 것이 위안이 되고 있는데, 소멸 가능성이 회자되니 안타깝기도 하다. 지구상에서의 생태계 최정점에 있는 인간의 행태를 고려해 볼 때, 지속가능한 번영된 삶이 가능할까 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인지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동∙식물의 멸종이 중요하게 이야기 되고 있다. 
 
미국의 철학자인 제이콥 니들먼(Jacob Needleman 1934-)은 "생물학적 종이 소멸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류가 전수받은 다양한 가치체계나 사상들이 사라지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물리적인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 환경도 인간의 삶을 위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연환경과 문화적인 생태계를 조화롭게 유지 관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의 생명과 인간에 대한 인식을 재검토해야 한다.

하나의 생명체는 내적으로 끊임없이 에너지와 물질 순환을 유지한다. 이들은 당연히 지구 생물권의 에너지 및 물질 순환을 바탕으로 한다. 나아가 우주적 역동성에 비춰 “생명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적절한 대답은 무엇일까? 생물학적 차원과 물리적인 차원을 모두 고려하여 볼 때, “외부세계와의 상호작용으로 유지가 가능해지는 고차원의 열린 질서를 설명해주는 열역학 제2법칙과 소산구조 개념이 적용될 수 있다. 생명은 일반적인 물체와는 달리 자기보호와 유지라는 분명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 지구적 차원뿐만 아니라 우주적질서와 의지가 작동되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우주는 생명 친화적이라고 규정된다.  
 
하나의 생명체는 외견상 먹고 배설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생존과 유지를 위해 죽음과 삶이 늘 내적으로 순환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경우를 살펴보면, 세포가 한번 만들어진 후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중간에 죽어서 새로운 세포와 교체된다. 소화에 중요한 장기인 췌장은 24시간동안에 세포 전체를 새것으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방바닥에서 발견되는 각질은 피부의 상피세포가 28일 동안 자라나서 수명을 다한 것들이며, 우리 몸 전체를 살펴보면 매일 500-1000억 개의 세포가 사멸로 사라진다고 알려지고 있다.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세포가 매일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동물의 한 종으로 즉 생물학적으로 지구상에서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400만 명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는 과학자들의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 세계 인구는 70억명을 넘어 약 78억명에 이른다. 이 현상은 인간에게 단순한 지구와 우주에서 동물 이상의 존재로 살아야 하는 의미와 목적이 부여된다. 즉, 인간은 문화적 존재로 명명할 수 있다.  
 
근년에 지성계를 강타한 이스라엘 역사하자 유발 하라리가 쓴 《사피엔스》를 보면 “약  7만 년전,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고 협력과 소통을 통해 지구를 석권하고 생태계의 최정점에 이르게 되었다.” 라고 주장한다. 소통과 협력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인지혁명과 언어혁명인 언어와 도구로 무장하고 집단을 이룬 인간은 천하무적이 된 것이다. 그러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통찰처럼, “하나의 지구, 하나의 실험” 이 지구는 인간을 허락했지만 모든 것을 인간에게 허용한 것은 아니다는 것이다.

시인 김지하는 《생명학》에서 “인간은 신령한 우주생명이며, 우주의 대차원 변화에 창조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윤리적 책임을 느껴야 하며, 자연을 착취하고 정복하는 파괴적 범죄적 우월성을 부여 받은 것은 아니다.” 라고 주장한다.

▲ 해월 최시형 선생.     © 구글 검색.

동학은 수운 최제우에 의해 창도되고 해월 최시형에 의해 구한말의 조선 전국에 포덕된 생명사상이다. 양반에 눌려 억압받는 서민들과 어린아이나 부녀자 등에 생명의 바른 의미가 우리말로 전해지자 들불처럼 모진 탄압의 바람에도 잦아지지 않고 활활 타오르게 되었다. 마침내 동학은 만민평등을 주장하는 농민혁명의 이념으로 자리 잡았다. 그 후 3∙1 혁명, 광주 민주혁명과 최근의 촛불 혁명에도 그 정신이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동학혁명이라 하면 흔히 전봉준, 김개남 등이 농민들과 죽창들고 부패한 탐관오리와 일본군을 응징하는 무장 폭력운동으로 치부하고, 철저히 실패한 혁명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동학의 참 뜻은 해월 최시형의 정신에서 진면목이 나타난다. 
 
인간이 세상에서 즉 지구와 우주 속에서 어떤 의미와 존재로 살아야 하는 지를 분명하게 선언한 사상이 있다. 그 사상은 사사천 물물천을 내세우며 우주의 삼라만상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동학 철학이다.

우주에 편만한 기운과 이치는 하나이며, 그 하나가 한울이다. 그 한울이 만물이 조직에 의해 표현이 각각 다를 뿐이다. 우주의 만물을 서로 먹고 먹히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 먹여주고 먹는 존재이다는 것이다. 각자의 생존을 위해 경쟁하고 죽이는 관계보다는 협력하고 공생하여, 대자연에는 되고-되고-되는 방식만이 존재하며, 그 모든 존재는 네트위크로 엮여져 있다. 

▲ 여주시 강천면 도전2리(정거론)에 위치한 최시형 선생 피체지.     © 세종신문
 
이 시대를 설명하는 생명사상이 이곳 여주와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해월이 체포되기 전 마지막 자신의 사상을 정리하며 펼친 곳이 바로 여주지역이다. 향아설위, 이천식천, 도통전수, 피체지 그리고 영면에 드셔 계신 곳이기도 하다. 경기도에서 건설하는 동물복지를 위한 시설인 ‘반려동물 테마파크’도 내년이면 여주에서 개장하게 된다.
 
20세기 초, 조선은 억지로 개국을 하게 된다. 서양의 문물이 물 밀 듯이 몰려오게 된다. 그런데 기존과는 너무 다른 세계관이 들어오면서 사람은 신 앞에서 다 똑같다는 인간관을 접하게 된다. 양반과 귀족 왕족 등의 신분 질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태어나 하면서 누구나 다 똑같다는 사상이 들어온 것이다. 그 충격은 엄청났다. 양반들은 이를 막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였다. 이를 막지 못하면 양반들만의 독특한 특권이 다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었다. 왕을 비롯한 지도층들은 여전히 세상의 변화에 눈을 감고, 일신의 영달만을 위해 세월을 허비했다. 

이미 동학 사상으로 새롭게 깨우친 농민들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로 잡으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동학의 지도부를 형성하고 있던 일군의 성급한 행동으로 동학혁명은 이 땅의 진보와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채 엄청난 댓가를 치루고 말았다. 왕권과 기득권 양반 세력 그리고 이에 결탁한 일본 제국주의는 제노사이드라 불릴 정도로 철저하게 동학교도들을 몰살하였다.   
 
마침내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로 퇴락한다. 동학사상은 더욱 아래로 스며들어 식민지인의 마음을 위로하게 된다. 1919년 인간의 이성이 마비된 제국주의 시절 이 땅에 비폭력 평화운동 3∙1 만세 혁명이 자발적으로 일어났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인의 정서, 길거리 응원문화는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감동을 불러왔다. 2016년 촛불혁명은 이 땅에도 민주주의가 찬란하게 꽃피울 수 있음을 세계만방에 과시했다. 
 
이런 세계사적 운동에는 고요히 흐르고 있는 우리 고유의 정서와 문화가 있다. 여주의 정서이기도 하다. 이런 여주의 정서가 살아 있는 도시는 쉽게 소멸되지 않을 것 같다. 이제 이성만이 인간의 본성이란 생각을 벗어나, 감성과 영성의 능력이 인간의 문화적 역량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 나가야 한다. 인간의 본성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창조되는 것이 아닐까? 
 
일반 사람들은 문화는 고정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제 문화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이야기할 시점이다. 자연 그 자체는 예술도 문화도 아니다. 인간의 손길이 가해져야 변화되고 진보된다. 자연을 인식하고 설명하고 표현할 때 예술이 되고 문화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 행위가 인간의 본연의 모습이 된다. 인간이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만들며 그러기 위해 배우며 학습해 가고 있는 그 활동에 촛점을 맞추어야 한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보여주는 모든 삶의 방식과 양식이 문화이며, 철학도 보통 사람들의 삶에 그 기반을 두어야 한다.
 
흔히들 사회가 어려워지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데 그 돌파구는 그 사회에 녹아있는 신화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단군신화에서 말하는 홍익인간 이념은 자연을 수단화하여 인간만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인간본위’가 아니라, 인간, 자연, 동물 등 우주의 삼라만상이 공생하며 협력하고 순환하는 생태학적 세계를 이룸으로써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을 널리 이롭게 하는 생명주의 임을 알 수 있다. 동학의 철학은 여기에다  초월적 존재인 한울님이 어느 누구에나 본심으로 와 있고 모시고 있기에 모든 존재는 평등하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한국의 문화 정서가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비단길을 달려가듯. 세계인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한다. 2021년 현재, 2년째 코로나 팬데믹임에도 불구하고 기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노래는 미국 음원시장을 석권하고, 오징어게임은 유럽,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에서 재현되는 등 이미 한류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우리에게 유럽의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인 라트비아에서도 한국어 말하기 대회 등이 열리고 있다. 우리의 정서를 반영한 문화가 이렇게 '주목'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시기에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한류의 근원이 어디일까? 해월이 말한 개벽 시점이 지금인가? 4차 산업혁명의 초연결시대의 현대인들은 새로운 철학과 사상을 고대하고 있다. 해월의 생명사상은 그에 대한 답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해월 정신이 여주 정신으로, 동북아 정신으로 마침내 이 시대의 정신으로 자리매김 하게 될 수 있도록 먼저 깨달은 자들의 실천이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 여주시 금사면 주록리에 위치한 해월 최시형 선생 묘소.     © 세종신문
 
 
참고문헌
 
생명, 인간 그리고 나의 모습. 김시형. 2021. 도훈.
일하는 한울림. 윤석산. 2014. 모시는사람들.
최시형의 철학. 이규성. 2011.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콘텐츠와 문화철학. 이기상. 2009. 북코리아.
사람이 하늘이다. 오문환. 1996.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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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1/18 [10:41]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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