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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도 나누고 안부도 묻고… ‘어르신 한 끼 식사’ 앞장선 청년들
 
송현아 기자   기사입력  2021/11/04 [10:31]
여주시 점동면 당진리 마을공동체 ‘밀당청년들’, 일주일에 두 번 직접 쌀빵 만들어
집집마다 빵 배달하면서 어르신 건강 일일이 체크… 민원해결사 역할도
회원 2명 제빵 교육 받아 시작, 당진리 쌀로 빵 만들기 위해 재료 연구
‘농촌형 마을돌봄’ 실현 위해 다양한 실험 중… “시 차원의 정책적·재정적 지원 있었으면”

▲ 밀머리체험마을 주방에서 어르신들에게 나눠드릴 소보루 쌀빵을 만들고 있는 밀당청년들.     © 세종신문

여주시 점동면 당진리 마을 청년들이 쌀로 빵을 만들어 ‘어르신 한 끼 식사’를 실천하고 있다. 만 65세 이상 당진리 어르신은 누구나 일주일에 두 번씩 이 청년들이 만든 빵을 받을 수 있다. 이 소식을 접하고 빵이 나오는 날에 맞춰 직접 당진리를 찾았다. 가을빛이 완연한 밀머리체험마을, 마당에선 택견 수업이 한창이고 주방에선 고소한 빵 냄새가 새어 나온다. 조용하고 한적한 농촌 마을이 아침부터 청년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 당진리 밀머리체험마을 마당에선 택견 수업이 한창이었다.     © 세종신문

점동면 당진리는 우리말로 ‘밀머리마을’이라고 부른다. 이 마을에는 청년들로 구성된 마을공동체 ‘밀당청년들’(대표 박선균)이 있다. 밀머리의 ‘밀’과 당진리의 ‘당’을 따서 ‘밀당청년들’이라고 이름 지었다.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주민들이 행복한 마을을 만들어보자는 뜻도 담겨있다. 지난해 구성된 밀당청년들은 주민 대부분이 고령인 농촌 마을에서 청년들이 해야 할 일들을 찾아 나섰다. 우선 30여 가구를 직접 방문해 집수리 봉사를 했다. 귀농귀촌한 주민과 원주민의 화합을 위한 마을축제 ‘밀당잔치’도 함께 준비했다. 청년들과 교류하기 시작한 동네 어르신들이 이것저것 도움을 요청해 왔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은 마을공동체의 역할과 농촌 노인 돌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령화 된 농촌 마을이 처해 있는 구체적 현실에서 출발한 청년들의 고민은 ‘먹는’ 문제로까지 뻗어나갔다. 약을 먹기 위해 끼니를 대충 때우는 어르신들, 요양보호사가 오지 않는 주말에는 밥을 굶는 어르신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주민들 간 교류가 줄어들어 외롭게 지내는 어르신들이 생겨났다. 밀당청년들은 건강한 재료로 빵을 만들어 직접 방문 배달을 하면서 어르신들의 안부와 건강을 확인하는 사업을 해보자고 결정했다. 이 사업을 위해 청년 2명은 직접 제빵 기술을 배웠다. 지난 2019년 창조적 마을만들기 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받은 예산으로 체험마을 주방을 제빵이 가능한 시설로 리모델링했다. 재료비는 청년공동체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충당할 수 있었다. 이렇게 여주의 시골마을에서 ‘농촌형 마을돌봄공동체’ 실험이 시작되었다.

▲ 어르신들에게 나눠드릴 빵을 포장하고 있다.     © 세종신문

밀당청년들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빵을 만든다. 빵 재료의 70%는 쌀가루다. 어르신들의 건강을 생각해 버터와 설탕은 최소화했다. 빵을 직접 먹어 본 어르신들은 빵이 많이 달지 않고 담백하다고 평가한다. 고맙고, 받기만 해서 미안하고, 뭐라도 보답하고 싶다는 것이 어르신 대부분의 반응이다. 청년들의 역할은 빵을 만들어 배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일일이 가가호호 방문하여 빵을 전달하면서 안부를 묻고 건강을 체크한다. 어르신이 집에 없을 때에는 전화를 걸어 상황을 파악한다. 때로는 귀찮고 꺼려질 수도 있지만 어르신들은 청년들의 질문에 술술 답을 한다. 이미 이들 사이에 기본적인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르신들은 청년들을 붙잡고 마을일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민원해결을 요청하기도 한다. 배달이 끝난 후 청년들은 어르신들 건강이 어떠한 지, 무엇이 필요해 보이는 지,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 지 토론하면서 ‘다음’을 준비한다. 

▲ 집집마다 빵을 배달하고 있는 박선균 대표. 이날 3팀이 총 35가구 57명 분의 빵을 배달하는데에는 꼬박 1시간 이상이 결렸다.     © 세종신문
 
밀당청년들이 생각하는 ‘다음’은 당진리 마을에 지역사회 돌봄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하고 있는 사업들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정책적,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박선균 대표는 “현재까지는 각종 공모사업에 응모하면서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왔지만 한계가 많다. 사업이 좀더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여주시가 관심을 가져주고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밀당청년들은 현재 제빵용 쌀가루를 구매해 빵을 만들고 있지만 당진리 마을에서 어르신들이 직접 농사지어 생산한 쌀로 빵을 만들기 위해 재료에 대한 연구도 거듭하고 있다. 마을에서 생산한 쌀로 빵을 만들고 이 빵이 다시 마을 어르신들에게 돌아가는 순환 시스템. 여기에 판매까지 가능하다면 로컬푸드를 활용한 마을 수익사업으로도 자리잡을 수 있다. 이것이 밀당청년들이 상상하는 ‘마을공동체’의 모습이 아닐까.

이들이 나누는 빵은 단순한 빵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르신들의 삶에 대한 관심이고, 마을을 연결하는 소통의 창구이며,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기반을 닦는 귀중한 마중물이었다. 마을 청년들이 앞장서 실현시켜 나가고 있는 ‘어르신 한 끼 식사’ 사업이 농촌마을의 노인돌봄 사례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여주시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해 보였다. 이제 노인돌봄을 위한 실험에 나선 청년들에게 지역사회가 손을 내밀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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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1/04 [10:31]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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