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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산북작은놀이터] 아이와 부모가 함께 놀며 성장하는 돌봄공동체
 
송현아 기자   기사입력  2021/09/01 [14:07]
내 자녀를 좋은 환경에서 부족함 없이 잘 키우고 싶은 마음,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마음이 마을 전체로 향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아이를 잘 키워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작은 육아 공동체가 명실상부 마을의 아동돌봄 거점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인근 지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여주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게 된 경기도 아동돌봄공동체 ‘산북작은놀이터’를 방문해 다둥이 엄마들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

▲ 산북작은놀이터에서 방과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     © 산북작은놀이터 제공

여주시 최초 아동돌봄공동체의 탄생
 
‘산북작은놀이터’는 인근 마을에 사는 엄마들이 함께 아이들을 돌보는 육아 품앗이에서 시작되었다. 한 집에 모여 어울리니 각자 아이를 돌보는 것보다 더 재미있고 아이들도 좋아했다. 부모가 사정이 있을 때 아이를 맡아 돌봐주기도 했다. 참여 가정이 늘면서 집에서 모이는 게 점점 어려워졌다. 십시일반 월세를 모아 면사무소 인근 상가를 얻어 공간을 마련했다. 대부분 재능기부로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그래도 예산은 늘 빠듯했다. 이왕이면 더 많은 가정이 참여해 마을 차원의 돌봄으로 확대하면 좋겠다 싶어 방법을 찾다가 지난해 7월 ‘산북작은놀이터’라는 마을공동체로 새롭게 시작했다.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과 학교의 부모들을 만나 함께할 의사가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면서 참가자를 모았다. 그리고 올해 3월 ‘경기도 아동돌봄공동체 공모’에 선정되어 공간조성과 프로그램 운영 예산으로 3년 간 1억 원을 지원받게 되었다. 이번 지원으로 산북면 행정복지센터 내 농촌지도소 회의실을 리모델링해 지난달 23일 문을 열었다. 현재 15명의 초등학생 아이들이 방과후에 이곳에 모여 꿈을 키워가고 있다. 여기까지가 여주시 첫 아동돌봄공동체인 ‘산북작은놀이터’의 탄생 이야기다.

목마른 엄마들, 직접 우물을 파다

단 몇 문장으로 간단히 정리했지만 각각의 과정들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마을 안에서 갈 곳이 없던 엄마들은 아이들을 안고 인근 도시의 문화센터를 찾아다녔다. 아이가 좀 더 크면 대도시로 이사를 가야하나 고민도 많았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어디나 그렇듯 구성원들 사이에 오해도 있었고 의견이 달라 헤어지기도 했다. 자발적 희생과 봉사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일들이다 보니 서로에 대한 부채의식도 무시할 수 없었다. 산북작은놀이터 구성원들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했고 합의된 내용을 회칙에 담아냈다. 서미희(42) 대표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주자는 생각, 산북에서도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타 지역 아동돌봄공동체의 사례를 보면 재단, 도서관, 협회,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 이미 구축된 기반 하에 추진되는데다가 아이들 숫자가 많은 도시 위주로 선정되는 경우가 많다. 돌봄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지역에서 부모들이 직접 나서서 공동체를 추진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산북작은놀이터’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 산북작은놀이터 서미희 대표(왼쪽)와 실무자 김민주 씨. 둘 다 세 아이의 엄마다.     © 세종신문

‘우리끼리’에서 ‘지역 전체’로 눈을 넓히다

내 아이를 돌보는 것과 마을의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세 아이의 엄마인 서 대표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내 아이를 잘 키우자’는 생각에서 ‘내 아이에게 좋은 친구를 만들어 주자’로, 그 다음엔 ‘우리 마을 아이들을 다 잘 키우고 싶다’로 생각이 점차 바뀌어갔다고 말했다. 육아 품앗이에서 아동돌봄공동체로의 ‘전환’을 결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산북작은놀이터 구성원들의 이러한 ‘철학’이 있었다.
마을공동체를 구성하고부터는 ‘우리끼리’가 아니라 ‘지역사회’로 눈을 돌렸다. 아이들과 함께 바자회를 진행해 얻은 수익금을 산북면에 기부하기도 했다. 공동체 구성원들 중 몇몇은 현재 산북면주민자치회에도 결합하고 있다.
 
돌봄공동체의 바탕은 ‘신뢰’

아동돌봄공동체는 마을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구성해 지역여건에 맞는 돌봄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마을이 함께 아이들을 돌보는 공동체 문화를 조성한다는 데 큰 의의가 있지만 전문 돌봄기관이 아닌 공동체에 아이를 맡긴다는 것은 ‘신뢰’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부모들이 산북작은놀이터에 아이들을 믿고 보내는 데에는 서 대표에 대한 신뢰가 크게 작용했다. 
산북작은놀이터 실무자 김민주(33) 씨는 서 대표를 ‘엄마들의 멘토’라고 소개했다. 김 씨는 그동안 서 대표가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지켜보면서 아이들을 더 잘 키우기 위해 늘 고민하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어린이집 교사인 김 씨는 “내가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해 줄 때 학부모가 나에게 보내주는 신뢰의 눈빛 같은 게 있다. 입장을 바꿔보면 대표님에 대한 내 마음이 이런 거구나 싶다”고 말했다. ‘산북작은놀이터’가 굴러가는 바탕에는 이러한 신뢰가 탄탄하게 깔려 있었다.

▲ 산북작은놀이터에서는 언니 오빠들이 동생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친구들과 어울려서, 때로는 혼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다. 무엇보다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간식창고가 가장 인기가 좋다.     © 세종신문

“친구들도 동생들도 모두 행복하대요.”
 
산북작은놀이터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서 대표가 상근을 하고 있고 부모들이 짬을 내 도와가며 함께 운영한다. 
축구, 운동, 코딩, 한국사, 영어뮤지컬, 미술 등의 프로그램 운영도 하고, 형과 누나가 동생들에게 책도 읽어준다. ‘1일 1한자 외우기’를 하면서 퀴즈대회를 열었더니 공부에 대한 흥미도 높아졌다. 스스로 놀거리를 찾는 과정에서 각자 자기 역할도 함께 찾아나간다.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잘 수행하면 상으로 쿠폰을 받는다. 이 쿠폰으로는 놀이터 내에서 간식을 사 먹을 수 있다. 일과를 마칠 때에는 ‘오늘 하루 기분 나누기’를 진행한다. 처음엔 말을 아끼던 아이들이 점차 자기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히기 시작했다. 청소도 다함께 한다. ‘내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인식 속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공동체’를 배워 나가고 있다.
서 대표의 아이들도 ‘산북작은놀이터’에 다닌다. 엄마와 아이가 한 공간 안에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하거나 어렵지 않냐고 물었다. 서 대표는 아이들에게 늘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존중해야 한다고 교육을 해왔고 부모들 먼저 서로 배려하는 문화를 정착시켜 나간 덕분인지 아이들은 문제없이 잘 어울리며 지내고 있다고 답했다. 
이곳에 오는 아이들은 서 대표에게 안아 달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럴 때마다 서 대표는 아이들이 나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특히 큰 아이가 “엄마 멋져요. 놀이터가 최고예요. 친구와 동생들이 다들 행복하다고 하니까 너무 좋아요.”라고 말해줬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학교-지역-공동체 힘 모아 더 나은 돌봄으로 

서 대표는 산북작은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꿈을 꾸게 해주고 그 꿈을 스스로 계획해 이곳을 나갈 때쯤이면 나의 꿈은 무엇이라고 확신에 차서 말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을 돌보는 데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 부모들도 하나둘 사회복지사, 방과후교사 등의 자격을 취득하고 있다. 
모두가 놀이터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문제는 ‘지속성’이다. 경기도 지원 예산만으로는 운영비가 모자라 1인당 월회비 7만원, 형제자매가 함께 오면 2만원을 추가로 받고 있다. 엄마들의 후원으로 간식창고는 늘 풍년이지만 아직 인건비는 따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서 대표는 부모들이 기꺼이 봉사를 하고 있지만 돌봄공간이 지속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대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학교와 지역, 돌봄공동체가 함께 힘을 모으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점차 아이들이 줄고 있다고는 하지만 산북면에만 해도 초등학교에 85명, 어린이집에 70명의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을 잘 키워내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산북에서 잉태한 돌봄공동체의 씨앗이 여주시 마을마다로 널리 퍼져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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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9/01 [14:07]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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