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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위에 군림하려는 미술은 생명력이 없다”
[인터뷰] 하근수 한국미술협회 여주지회장
 
송현아 기자   기사입력  2021/04/07 [18:21]
최근 작품을 완성해 선보인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총괄자 하근수 한국미술협회 여주지회장을 만났다. 
하 지회장은 공공미술과 도시재생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미술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 하근수 한국미술협회 여주지회장.     © 세종신문

먼저 화가 하근수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내 인생에서 그림을 빼면 할 이야기가 없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나의 가장 어린 시절의 모습은 시장 땅바닥에 돌멩이로 그림을 그렸다 지웠다 하는 모습이다. 학창생활의 추억도 그림으로 가득하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미대에 진학하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 당시엔 공포에 가까운 힘겨움을 느꼈지만 돌아보면 그 때 겪었던 고통들이 이후 작품 활동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늘 초심을 생각하며 활동하고 있다.
 
여주엔 언제 왔나? 한국미술협회 여주시지회에 대해 소개해 달라.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다가 도자기를 하고 싶어 10여년 전 여주로 왔다. 도자기 공장에 들어가 3년간 현장에서 도자기 공부를 했다. 그 당시만 해도 내 속에 교만한 생각이 가득 들어차 있었던 것 같다. 그 탓일까. 호기롭게 시작한 도자기 사업이 잘 안됐다. 그 후 많은 것을 깨닫고 많은 것을 내려놓게 되었다. 이사할 때마다 싸짊어지고 다녔던 책 보따리들도 나의 지적 허영심과 함께 불태워버렸다. 새로 태어나고 싶었다. 비운 만큼 채워진다고, 겸손해지려고 노력하니 주변도 달라지고 사람도 일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주에 온 후 미술협회에 가입해서 지금까지 10년 넘게 활동하고 있다. 내가 가입할 당시엔 20여 명이었는데 지금은 60명 가까운 미술인들이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다. 지회장, 사무국장, 재무국장 체계로 되어 있는데 3년 동안 사무국장을 했고 올해로 지회장 3년차다. 미술협회 여주시지회는 한국예총 여주지회 소속 7개 단체 중 하나다. 예총 차원의 지원금을 받아 연 1회 미술협회 정기전을 열고 개인전, 단체전 등을 지원하는 것이 주된 활동이다. 

최근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공공미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공공미술이란 작가 개인의 작업이 아니라 말 그대로 공공의 미술이다. 공공의 미술은 단순히 개인의 작품을 공공기관에 갖다놓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작품에는 작가 개인의 예술관이 녹아 있지만 공공미술은 공공의 장소에 합당한 의미를 가져야 한다. 그 지역의 역사성, 시대 상황, 지역적 특성, 그 지역주민들의 정서, 그 지역에 얽힌 이야기들이 작품에 담겨야 한다. 그래야 그 지역을 대표하는 작품이 될 수 있다. 

공공미술은 이 사회를 위해 미술이 ‘쓰이는’ 과정이다. 하나의 커다란 프로젝트 개념이다. 미술작품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불합리한 부분을 고발하는 행위예술이나 퍼포먼스까지도 공공미술에 포함시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공공미술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관련 서류를 꼼꼼하게 검토했다. 문제될 소지가 있는 지점은 미리 자문도 구했다. 기획안, 실행계획서 등 1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서류작업은 예술인들에게는 잔인한 수준의 작업이었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시작했다. 시민에게 공개적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라는 생각에 어깨가 무거웠다. 잘 안되면 여주를 떠날 각오로 진행했는데 잘 마무리되어 다행이다. 정말 애썼고 자부심을 느낀다.

▲ 하리교차로에 설치된 '생각의 꽃' 작품 중 황마. 위 사진은 조형물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 하근수 제공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하리교차로에 ‘생각의 꽃’이라는 말(馬) 조형물을 선보였다. 말을 형상화하게 된 이유는?

말은 초식동물이지만 강건하고, 아름답고 수려한 근육의 선을 갖고 있다. 미술의 소재로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형상이다. 말을 잘 형상화하기 위해 말 근육과 뼈를 공부할 정도로 예전부터 말에 관심이 많았다. 
이번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하면서 여주 여강에 전해 내려오는 ‘마암전설’을 처음 제대로 접했다. 여주와 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마암전설을 모티브로 말을 형상화하기로 하고 말 머리에 꽃을 달아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말은 여주의 역사를, 꽃은 문화예술의 도시로 뻗어나가는 여주를 상징한다.

여주의 지명에서 ‘여(驪)’가 검은말을 뜻한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지명에 ‘말’이 들어간 지역을 여주 말고는 아직 못 봤다. 여주가 말을 지역의 상징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주의 역사와 전설, 조형물이 어우러져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스토리텔링이 완성되면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고 호응을 얻게 될 것이다. 지금은 여주시민들이 말에 대해 큰 관심이 없지만 작은 호응들이 애정으로 쌓이고 다른 이들에게 전파되기 시작하면 이 예술작품은 ‘우리의 것’, ‘여주의 것’이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살아 숨 쉬는 그 지역의 대표적인 예술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시민 접근성이 가장 좋은 곳에 여주의 상징인 ‘말’ 조형물을 세우고 싶다. 말 조형물이 주변과 잘 어우러져 사랑을 듬뿍 받으며 말의 다리를 잡고 사진도 찍는 여주의 명소가 될 날이 반드시 올 거라고 믿는다.

▲ 하근수 한국미술협회 여주지회장.     © 세종신문

‘도시재생’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도시재생에 있어 미술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공공미술은 도시가 풀어야 할 영원한 숙제다. 4차 산업의 발달과 경제상황의 변화로 인해 과거 부흥했던 산업도시가 쇠락하면서 슬럼화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도시를 다시 사람이 모여드는 곳, 지역의 특성을 살린 산업을 통해 새롭게 변모하는 곳으로 만들려면 예술 없이는 불가능하다. 60~70년대 미국과 유럽 등에서 공공미술의 개념이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공공의 개념에 맞지 않는 작품을 설치해 시민들에게 불편을 준 나쁜 사례들도 종종 있지만, 반면에 앤서니 곰리의 ‘북방의 천사’처럼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해 몰락한 탄광촌을 관광지로 다시 부활시킨 좋은 사례도 있다.

공공미술은 ‘도시재생’과 밀접하다. 여주의 구도심에는 재래시장이 있고 강변이 있고 볼거리와 이야깃거리가 많다. 이것을 미술과 결합시키기 위해 고민하는 예술인들도 많다. 낙후한 구도심의 도시기능을 활성화 시켜내는 과정에 전문가와 예술인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어야 한다. 그 도시의 역사성을 예술로 형상화 해내는 작업이 도시재생에 반드시 결합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내내 지역과 예술의 결합,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여주지역에서 미술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미술을 위한 미술에 반대한다. 공공미술은 미술인들의 집안 잔치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예술을 할테니 너희들은 향유하라’는 시혜적 관점의 미술, 권위적인 미술, 대중 위에 군림하려는 미술은 생명력이 없다.
미술이 시민과 소통하려면 문을 활짝 열고 스스로 만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중과 눈높이를 맞추고 관람객, 관중 입장에 서서 호흡하고 소통하겠다는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협력과 소통, 각자의 영역을 넘나드는 시도를 통해 계속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미술도 살아갈 길이 생긴다. 열려 있지 않은 미술은 사장된다.

작은 싹을 틔우는 것에서 시작해 열매를 키워내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공공미술은 거대한 작품을 짠하고 내놓는 것이 아니다. 우리 지역의 이야깃거리를 찾고 형상물을 정하고 시민과 소통하면서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 하근수 지회장은 자신의 화실인 가나화실에서 미술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서 매일 그림에서 손을 놓지 않고 있다.     © 세종신문

여주지역 미술, 예술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미술관 지어주면 끝나는 것일까? 아니다. 끊임없이 그 공간에 좋은 미술작품이 전시되도록 해야 한다. 그게 가능하려면 전시를 기획하고 미술관을 운영하는 인력과 작가들, 좋은 작품들이 확보되어야 한다. 현재 아트뮤지엄 려에 많은 전시가 줄을 잇고 있는데 큐레이터 한 명이 그 일을 다 하고 있다. 미술관 운영의 노하우가 축적되고 확실히 기반이 잡힐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보장해주면 좋겠다.

또한 미술인들을 전문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행정의 시각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인들의 노하우와 경험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는 문화 정체성이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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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4/07 [18:21]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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