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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우리말’ 바로 알기] 양아치(洋아치)
 
김나영   기사입력  2021/04/07 [17:57]
▲ 김나영 중원대학교 주임강사     
4년 전에 여주시 청소년 문화센터의 ‘꿈 드림’이라는 곳에서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검정고시 수업을 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그 동안 나는 순수한 봉사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봉사했다. 그러다 다른 선생들에게 소액의 강의료가 지급되는 것을 알았다. 어차피 큰돈은 아니지만, 또 안 받아도 되고 다시 기부해도 되지만 내게만 봉사를 요구하는 것이 서운했다. 그래서 내 지인들에게 어찌 나에게만 그랬을까 넋두리를 하니까 지인들도 이건 아니라고 노발대발했다.

어느 날 조심스레 ‘꿈드림’ 담당자에게 ‘요즘은 강의료를 주나 봐요?’라고 물으니 들려오는 대답이 ‘강의료라고 하기 부끄러운 금액이라 차마 말할 수 없지만 소액이라도 선생님 통장에 들어갔어요.’였다. 나는 받고 있던 것이었다. 그것도 약 5년 동안. 그 이야기를 ‘노발대발’한 지인들에게 했더니 들려오는 대답이 “너 양아치니?”. 그래. 나는 양아치가 됐다.
 
양아치란 사전적 의미로 ‘거지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나 ‘품행이 천박하고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거기에 덧붙여 ‘생양아치(生洋아치)’라고도 부르는데 이것은 ‘품행이 천박하고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 중에서 가장 천박하고 못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시장에서 자릿세를 걷는 양아치 조직이 있다. 
경찰서에서 마주친 그 아이는 머리를 빨갛게 물들이고 귀에 여러 개의 피어싱(piercing)을 해서 양아치 같아 보였지만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그런데 이 ‘양아치’를 옛사람들은 ‘넝마나 헌 종이 등 돈이 될 만한 것을 줍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넝마주이’와 같은 의미로 썼다. ‘넝마주이’는 ‘낡고 해져서 입지 못하게 된 옷이나 천 조각, 헌 종이, 빈병 등 돈이 될 만한 것을 주워 모으는 사람’으로 지금으로 말하면 ‘고물장수’나 ‘재활용센터’ 정도가 되겠다. 물론 그들의 ‘트래이드 마크(trademark)를 말하자면 금방 이해할 것이다. 바로 망태기와 집게를 사용하여 폐품을 수집하는 것이다.
 
‘양아치’는 서양을 나타내는 한자어 ‘양(洋)’에 접미사 ‘-아치’가 붙었다. ‘-아치’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의 뜻과 홀하게 이르는 뜻을 더하는 말로 ‘벼슬아치, 동냥아치(동냥치), 그치, 이치’ 등이 있다. 어쩌다가 ‘넝마주이’가 양아치로 불리게 됐는지 알 수 없으나 지금의 사회에서 ‘양아치’에 대한 의미를 참으로 부정적으로 나타내고 있음은 분명하다. 

▲ 1960~70년대 서울의 길거리에서 볼 수 있었던 넝마주이의 모습.     © 구글검색

산업화가 이루어지던 1960년대부터 넝마주이(양아치)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정부의 감시와 관리가 이루어졌다. 당시의 넝마주이는 따로 등록해야만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넝마주이가 가난을 이유로 도시 외곽의 다리 밑에 모여 살면서 초라한 옷차림으로 주택가에서 폐품 수집을 하기 때문에 대중의 기피 대상이 되었고 경찰에 의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 그렇다보니 ‘양아치’가 ‘거지’나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이 무슨 귀천(貴賤)의 차별이란 말인가?
 
어쨌든 이러한 이유로 내게 ‘양아치’라고 표현한 그치에게 ‘이런!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세련되지 못한 사람’이라고 꾸짖고 싶다. 언어란 ‘생성(生成), 변화(變化), 소멸(消滅)’의 과정을 겪는다고 그토록 주장한 나이지만 변화된 지금의 의미라면 나는 ‘못된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아치’에서는 현재의 의미보다 어원의 의미를 갖다 붙여 오히려 ‘양아치’라고 표현한 사람을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못된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  

김나영 중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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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4/07 [17:57]  최종편집: ⓒ 세종신문
 
이카프리오 21/04/09 [17:48] 수정 삭제  
  잘봤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직귀따세사 21/04/09 [19:03] 수정 삭제  
  우리 고냥이는 냥아치입니다. 매일 저를 때립니다.
보미니 21/04/10 [08:54] 수정 삭제  
  양아치의 어원은 추측 불가였는데 오늘 알게 됩니다. 흥미롭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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