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신철희 정치칼럼 25 - 20대 대선과 ‘스토리 있는’ 정치인
 
신철희   기사입력  2021/03/31 [20:37]
▲ 신철희 여양 한강문화연구소 소장   
20대 대통령 선거가 채 일 년도 남지 않았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재보궐 선거를 치른 것이 바로 얼마 전의 일인 것 같은데 벌써 다음 대통령을 뽑아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4월 7일 재보궐 선거가 끝나면 현재 여론조사에서 앞선 후보들인 윤석열 전총장, 이재명 지사, 이낙연 위원장 말고도 자천타천의 후보군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바야흐로 대선의 계절이 다가온 것이다.

누가 본선에 나오게 될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지금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들이 될 수도, 예상치 못한 인물이 갑자기 부상할 수도 있다. 대선 레이스에서 1년은 의외의 변수가 일어나서 국면을 뒤집는 데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2016년 10월에 어느 누가 불과 5개월도 안 돼서 대통령이 탄핵 되리라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내년 대선과 관련해서 이미 적지 않은 예측과 논평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번 지면을 빌려서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소위 ‘스토리 있는’ 후보에 대한 대중과 언론의 관심에 대한 것이다. 사람은 대부분 재미있고 극적인 전개가 있는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기듯이, 남다른 굴곡과 경험을 가진 정치인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다.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은 겪기 힘든 삶의 고난을 이겨낸 정치인에게 자신을 투영하거나 대리만족을 느낀다. 언론도 기사거리가 되기 때문에 그런 정치인에게 주목하게 되고, 또 언론의 보도 때문에 더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대체로 그런 인물들을 대통령으로 선택해왔다.

고종의 폐위 음모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옥에 갇히기도 했고, 미국 유학에 올라 미국 명문 대학들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단 5년 만에 마치고,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국민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고 귀국했던 이승만. 교사를 그만두고 만주육사와 일본육사를 늦은 나이에 졸업한 후 일본군에 들어가고, 해방 후 군대에서 남로당 조직책으로 활약하다 죽을 고비를 간신히 벗어나서 결국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 젊은 시절 촉망받는 사업가이자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까지 민주화 운동에 매진하다가 4수 만에 대통령에 당선된 김대중.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하고, 부모를 모두 총탄에 잃는 개인적 비극을 겪고,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은둔 생활을 하다가 정계에 진출해서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리던 박근혜. 어디 그뿐인가? 30대에 현대건설 사장 자리에 오른 샐러리맨의 신화 이명박. 고졸 출신의 인권변호사로 이름을 날리고 정치인으로서 지역주의와 권위주의의 벽을 허물려고 했던 노무현. 어느 누구 하나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고,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대통령이 된 대단한 인물들이다.

그러나 스토리 있는 삶으로 대중의 관심을 끄는 매력을 지닌 것과 실제로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반드시 동일하지 않다. 우리는 이런 엄청난 인생 스토리를 가진 정치인에게 큰 매력을 느끼고 선택하지만, 대체로 이런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성공과 경험을 절대시 하고 남의 말을 잘 듣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유아독존이었던 이승만은 제헌 헌법을 논의하는 방의 문을 박차고 들어가서 원래 의원내각제로 결론이 난 헌법을 대통령제로 기어코 바꾼 유명한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박정희는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본군이나 공산당에 투신하는 것도 가리지 않았는데, 자신의 권력에 장애가 되는 사람에게 가차 없이 냉혹했던 통치 스타일은 그의 인생경로를 보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엄청난 개인적 영욕을 모두 맛봤던 박근혜는 오히려 이상하리만치 타인의 고통에 무심했고, 마치 한국의 성급한 근대화 과정을 체현한 듯한 삶을 산 이명박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대한 감각이 무뎠고 지금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원칙주의자였던 노무현은 자주 소탈함과 경박함의 경계를 오가면서 지지자들까지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김대중은 보상심리 때문인지 민주화 과정에서 같이 탄압받은 측근과 아들들의 비리에 둔감했다.

이렇듯 엄청난 인생 스토리를 가지고 우리의 마음을 훔친 지도자들이지만 그만큼 그 반대편에 드리운 그늘도 크고 어두웠다. 위에 거론한 대통령들이 대한민국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들은 과거 식민통치와 전쟁의 상흔을 씻어내고, 근대화와 민주화에 명운을 걸던 시대가 만들어 낸 지도자들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격동의 시기를 지나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 근대화와 민주화에 동시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이미 선진국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제 이런 시대의 변화와 위상에 맞는 지도자들을 길러내야 한다. 필자는 비교적 평범한 삶을 산 정치인도 얼마든지 좋은 정치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인생이지만 차곡차곡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해와 실행력을 길러 나가고, 소박한 일상 속의 작은 행복을 느낄 줄 알며, 이웃의 작은 마음의 변화도 민감하게 느낄 줄 아는 그런 정치인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이번 대선이 변화의 계기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신철희 여양한강문화연구소장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1/03/31 [20:37]  최종편집: ⓒ 세종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가장 많이 읽은 기사
김선교 의원 6차 공판 열려… 미신고 후원금 관련 증인신문 진행 / 이재춘 기자
시니어 공유공간 서비스 ‘노루목향기’,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최종 선정 / 송현아 기자
(구)남한강교, 덤프트럭 불법운행으로 안전문제 심각 / 이재춘 기자
[일상 속 ‘우리말’ 바로 알기] 빙다리 핫바지 / 김나영
어머니를 여의고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맨다 / 박재영
정부 여당은 초심으로 돌아가 촛불민심 되새겨야 / 박재영
대신농협, 화재 피해 조합원 위로금 및 조합원 자녀 장학금 전달 / 송현아 기자
민관협치 2년 여주시민행복위원회, ‘소통’은 여전한 과제 / 송현아 기자
여주·이천·광주시장, 이재명 지사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 유치’ 요청 / 송현아 기자
중앙동, 경기도 공공기관 여주시 이전유치 기원 / 송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