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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여의고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맨다
박재영의 사이다톡톡
 
박재영   기사입력  2021/03/31 [20:34]
▲ 박재영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사망신고를 통해 이승에서의 소풍 같은 어머니의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어드렸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와 무관하게 일생이 마무리되는 죽음에는 항상 짙은 슬픔이 묻어난다. 사망과 장례,그리고 삼우제라는 어머니와의 이별 절차를 숨 가쁘게 감당하면서 피곤함보다는 쓸쓸함과 아쉬움, 허망함의 그림자가 가슴에 짙게 드리운다. 불효에 따른 회한이 살을 에이는 듯한 슬픔으로 가슴을 가득 채우게 될 것 같아 두렵다. 필자의 동년배 사람들이 겪고 있는 아픔이라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감당해야겠지만 그것은 생각일 뿐 현실은 부자연스럽고 안타까울 뿐이다.

90년의 소풍을 아름답게 마치기 위해 넉 달 동안 위암 투병을 하시면서 자식들에게 이별을 준비할 시간을 주신 어머니께 감사한 마음이다. 어머니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임종하고 입관의 예를 갖춘 후 가족들에게 “지금까지 모두가 어머니의 죽음을 많이 슬퍼했고, 눈물도 충분히 흘렸다. 어머니가 몹쓸 병을 만나기 전까지는 건강하게 잘 살아주셨음에 감사하고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슬퍼하지 말고 이왕이면 기쁜 마음으로 어머니를 보내드렸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모두가 잘 따라주어서 고마웠다. 어머니께서 이승에서의 무거운 짐을 훌훌 벗어던지고, 평안하고 평화롭게 영면 하실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어머니께서 며칠 동안 고생하시다가 새벽 두 시에 운명하셨기에 꽉 찬 삼일장을 지냈음에도 경황없는 중에 시간은 흘러 가까운 지인들에게조차 예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조문객의 수가 대폭 줄었고, 밤늦은 시간 홀로 어머니의 영정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할 기회를 제공받았다. 90년을 살아주신 어머니의 고달프고 한 서린 삶을 안타깝게 돌아볼 수 있었고, 어머니의 헌신적인 삶을 돌아보며 60년을 살아오며 조금은 나태해진 필자의 삶에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게 되었다.

‘인생은 70부터’라는 말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며 ‘평화로운 노후’를 꿈꾸고 있는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90년을 건강하게 살아주신 어머니께 감사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필자 앞에 놓여있는 앞으로의 수십 년의 삶에 대한 혜량할 수 없는 무게감이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국민은 삶을 즐기는 여유가 없다’며 60이 넘으면 전투적 생활전선에서 벗어나 아름답고 평화로운 노후를 즐기겠다는 생각에 젖어있던 필자에게 어머니의 영면을 계기로 ‘부담스런 노후’가 새롭게 다가온다.

철들면서 세상을 정의롭게 바꾸겠다고 헌신적으로 살아온 날들과 앞으로 살아갈 남겨진 날들의 길이가 별반 다르지 않기에 제2의 인생을 허망하게 보낼 수 없다는 자각이 ‘낭만적인 노후’에 대한 기대를 접게 만든다. 과거에는 직장에서 퇴직하는 60세 전후의 나이는 어쩌면 인생을 정리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나이였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새로운 인생을 고민하면서 스스로 사회적 역할에 대한 ‘창의적 의무’를 고민함이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인간세상은 스스로 원치 않아도 더 나은 곳을 향해 진보할 수밖에 없는데 더불어 행복한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매진했던 젊은 날의 추억을 곱씹으며 허망하게 여생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어머니께서 남겨주신 것 같다.

물질적으로 가진 것 없고, 든든하게 기댈 언덕조차 없으며, 평생 땀 흘리며 노동을 해도 평안하게 몸을 쉬게 할 수 있는 안식처도 기대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들과 더불어 흐드러진 해방춤을 출 수 있는 그날까지 ‘평화로운 노후’에 대한 낭만적 꿈을 접으라는 어머니의 안타까운 ‘교훈’을 가슴에 깊이 새기며 신발 끈을 다시 단단히 동여맨다.

박재영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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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3/31 [20:34]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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