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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의 스토리가 담긴 음식문화 가꾸어 나갈 것”
[인터뷰] 이숙 ㈜농업회사법인 추연당 대표
 
송현아 기자   기사입력  2021/02/10 [10:50]
여주에서 전통주 사업을 하고 있는 추연당(맛있는 술로 인연을 맺은 집) 이숙 대표를 만났다. 이숙 대표는 ‘술과 음식은 지역의 문화와 뗄 수 없는 것’이라면서 입으로는 여주의 맛을 즐기고 눈과 귀로는 여주의 멋을 즐기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 이숙 추연당 대표. 술을 세상에 내놓은 지 3년 만에 우리술 품평회 우수상을 받았다.     © 세종신문
 
지난해 받기 어렵다는 농림축산식품부 ‘우리술 품평회’ 약주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술을 빚기 시작해 2018년 상품으로 출시했는데 3년 만에 우수상을 받았다. ‘우리술 인증’을 받기도 전인데 상을 타다보니 술 빚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큰 화제였다.
추연당은 여주쌀로만 술을 빚는다. 좋은 술을 빚으려면 쌀과 물이 좋아야 하고 좋은 누룩은 공기가 좋아야 한다. 여주는 쌀도 좋고 공기도 좋고 물도 좋으니 당연히 술맛이 좋지 않겠나.
막걸리 ‘백년향’, 맑은 약주 ‘순향주’와 증류식 소주 ‘소(燒)여강’까지 세 가지 술을 빚는데 우수상을 받은 ‘순향주’는 완성될 때까지 네 번의 덧술을 해야 하는 오양주다. 300년 전부터 내려오는 전통주 레시피를 참고해 만들고 있는데 발효와 숙성에 100일 정도 걸린다. 곡물의 고소함과 과일향을 느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주에 정착하게 된 계기는?

여주에 오기 전에는 서울에서 천연세제 무역업을 했다. 아토피에 좋다는 천연 세제를 일본에서 들여와 백화점 등을 통해 판매했다. 한창 세제사업을 하던 때에도 술에 관심이 많아 세계 각국의 술을 수집했다. 와인사업을 해볼까도 고민했지만 어렸을 적 할머니께서 술을 빚던 게 생각나 전통주를 배워보자 결심했다. 
결심이 서고 나서는 누룩 장인들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다. 방배동에 있는 ‘한국가양주연구소’에 찾아가서 술을 배우다가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주로 왔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여주는 쌀, 공기, 물 세 가지 다 최고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처음 1년 동안은 서울에서 왕복 4~5시간을 오갔다. 그러다가 여주쌀로 여주에서 술을 빚고 있는데 여주에 뿌리를 내려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서울 생활을 접고 내려왔다. 
나는 수원이 고향인데 여주에 와서 가을걷이, 대보름행사를 보면서 고향처럼 느끼게 되었고 마음이 정착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여주사람 못지않게 여주쌀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하다. 술을 빚을 때도 값이 좀 비싸긴 해도 100% 여주쌀만 쓴다. 

▲ 추연당의 술. 왼쪽부터 탁주 백년향, 청주 순향주, 소주 소여강.     © 세종신문
 
어려움도 있었겠지만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비결이 무엇인가?

사실 투자만 하다 보니 힘들었다.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몸이 너무 힘든데 직원 구하기도 어렵고 경제적 뒷받침이 안 되니까 지치기도 했다. 그만둘까 진지하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술과 음식을 만들다보면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누군가를 위해 정성을 들여 음식을 하는 과정 자체가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이다. 그런 면에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한다. 생각보다 빨리 자리도 잡았고 인정도 받았다. 그 비결은 바로 술의 힘이다. “막걸리 한 잔 드시러 오세요~”라는 말 속에 들어있는 정서의 힘이라는 게 있다. 재밌고 정감가지 않나. 늘 이 자리에서 술을 빚고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 술을 빚으면 동네사람들과 나눠먹고 가을걷이 하면 다 함께 나누던 할머니와 같이 살던 시절의 정서가 내 안에 살아 있다. 그게 여주에 정착할 수 있었던 바탕이라고 생각한다.
 
술을 빚는 데 있어 원칙과 철학이 있다면?

술은 계속 빚어보는 게 답이다. 기계에만 의존하면 자기만의 술맛을 찾기 어렵다. 일일이 손으로 하는 일이 많다보니 고생스럽다. 그래서 양조업 한다고 했을 때 다들 말렸다.
술을 상품화하려면 일관된 맛을 유지해야 하는데 계절과 기후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도  어려운 문제였다. 나름의 노하우가 생길 때까지 정말 많은 술을 만들고 버렸다.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이다. 사나운 마음으로 술을 빚으면 술맛도 뾰족하고 보들보들한 마음으로 술을 빚으면 술맛도 동글동글하다. 가끔 마음이 복잡할 때면 신륵사에 찾아가 마음이 고요해질 때까지 걷는다. 술을 빚는 것도 손끝에서 피어나는 예술이기 때문에 에너지가 중요하다. 
주변의 응원이 바로 내가 술을 계속 빚을 수 있는 힘이자 에너지다. 눈덩이를 굴리면 계속 커지고 단단해지듯이 주변의 응원이 늘어날수록 더 힘이 나고 술맛이 좋아진다. 이제 나에게 술을 빚는 것은 우리 술을 찾는 고마운 고객과의 약속이 되었다. 

궁중음식, 전통 디저트도 만들고 있다고….

술에는 자연스럽게 안주가 뒤따른다. 술과 안주, 디저트는 그 자체가 입으로 즐기는 문화다. 요즘 국적 불명의 음식들이 넘쳐나는데 우리의 뿌리가 살아있는 음식을 현대에 맞게 이어나가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2013년부터 윤숙자 교수님의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꾸준히 궁중음식, 전통음식을 배워왔고 지금은 우리식 전통 디저트, 주전부리를 만들고 있다. 전통방식의 육포, 조청만을 사용한 정과에는 ‘이도’라는 상표를 붙였고 약과, 유자단지, 유자쌍화 등의 디저트는 ‘황후의 수라’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여주유기와 도자기를 결합한 궁중디저트 한상 차림 메뉴를 개발하고 있고 찬합 도시락 형태로 식사도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왕이면 청년일자리,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진행하고 싶다.

▲ 추연당 이숙 대표가 만들고 있는 궁중 디저트 '유자단지'. 뒤쪽에 놓인 것이 약과와 육포다. 박재국 작가의 도자기와 궁중 디저트가 잘 어울린다.     © 세종신문

▲ 추연당의 '유자쌍화'. 까다로운 법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고.     © 세종신문

작년 국제주류박람회에서 순향주에 여주도자기 잔을 결합해 판매한 점이 눈에 띈다. 지역-예술-음식문화의 연결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은데….

여주쌀로 빚은 술, 여주 산 재료들로 만든 음식들을 여주 도자기에 담고 싶었다. 박재국 작가님의 도자기를 평소에 눈여겨보던 차에 순향주-도자기잔 세트를 만들게 되었다. 여주지역의 예술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있다. 문화는 혼자 움켜쥐고 있다고 잘 되는 것이 아니다. 
술에는 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그 스토리는 지역과 뗄 수 없다. 증류식 소주인 ‘소여강’은 여주의 여강길 코스를 반영해 만든 술이다. 여강길 코스마다 색깔이 다르듯이 소여강도 알콜 도수에 따라 제품명 색깔이 다르다. 여강길 코스마다 다 특색이 있고 얽힌 이야기가 있다. 여강길을 따라 가는 곳마다 그 곳을 상징하는 술이 나오면 좋을 것 같다. 추연당의 술에 여강의 스토리를 입히는 이유도 여주의 것, 여주의 문화로 만들기 위해서다. 여주쌀이 굉장히 유명한데 막상 와서 보니 쌀 박물관도 없고 쌀에 얽힌 스토리도 빈약하다. 여주쌀은 이제 ‘곡식’의 의미가 아닌 ‘문화’의 의미로 풀어내야 한다.
 
여주의 스토리를 담은 음식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어떤 포부가 있나?

여주쌀과 여주 산 재료들로 술을 빚고 음식을 만들고 여기에 여주의 작가들의 작품과 공연이 결합된 문화공간으로서의 카페나 펍(선술집)을 운영하고 싶다. 입으로는 여주의 맛을 즐기고 눈으로는 여주의 멋을 즐기는 그런 공간이 여주에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곳에 가면 맛있고 뿌리 깊은 우리의 술과 음식이 있고 그것을 이어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게 만들고 싶다. 물론 여주시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이왕이면 지역 주민,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숙박시설, 술과 음식, 예술 공연장과 체험관, 전시관 등이 결합된 종합문화공간으로 만들면 좋겠다. 역 앞이나 아파트 단지에 있는 양조장도 재밌을 것 같다. 전통과 현대가 맞물려 시너지를 내는 시도를 해보고 싶다.
음식에 관심 있는 제자도 양성하고 싶다. 술과 음식은 문화와 뗄 수 없는 것들인데 여주의 청년들, 마을사람들이 음식과 술을 통해 문화를 이어나가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면 여주 밖으로 나갔던 청년들도 돌아오게 되지 않을까? 내 고향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전통에 뿌리를 둔 음식을 통해 그 뿌리를 이어가고 그것이 여주의 문화가 되었으면 한다.
추연당의 소주 ‘소여강’은 수출도 생각하고 있다. 쌀을 가지고 효모가 아닌 누룩으로만 술을 빚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우리의 것이 세계에 통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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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2/10 [10:50]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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