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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여행101 - 한마디 말이 파멸을 부르고
 
김태균   기사입력  2021/01/07 [15:06]
▲ 세종신문 김태균 대표    
‘입이 방정’이라는 말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통하는 말이다. ‘한마디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도 했다. 마음에 드는 말은 사람을 너그럽게 하고 아량을 베풀 마음을 품게 한다. 
반대로 화를 돋우거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은 없던 화도 일으키고 신세를 망치게도 한다. 
 
세종3년 8월 민생정치가 한창이다. 
이때는 정치적 사건도, 외교적 문제도 별로 오르내리지 않았다. 이때 말한마디로 신세를 망친 사람이 있다. 3년 8월 24일의 일이다.
 
곽승우가 도총제에서 강계 절제사(江界節制使)로 나가게 되었는데, 속으로 실망을 품고 의산군(宜山君) 남휘(南暉)의 집에 가서 하직하면서 말하기를,
“내가 본디 죄가 없는 사람인데, 지금 외관(外官)으로 나가게 되어 궤휼(詭譎)한 최운(崔沄)에게 욕된 꼴을 받게 되니, 나의 자헌(資憲)이라는 높은 계급도 쓸 데 없게 되었다.” 하였다. 
운이 그 때에 가선 대부(嘉善大夫)로서 평안도 병마 도절제사로 있으니, 강계(江界)는 운의 관할이요, 승우(承祐)의 벼슬은 일찍이 운의 위에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말을 한 것이다. 소경(少卿) 한확(韓確)이 마침 그 자리에 있어서, 그 말을 듣고 와서 계하였다.(3년 8월 24일)
 
도총제라는 벼슬은 무관중에서는 매우 높은 벼슬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본부소속 장성쯤 될까. 그런데 그가 북쪽 변방 강계라는 마을의 군무를 책임 맡아 가게 되었으니 마음속에 실망 또는 원망이 있었나 보다. 동시에 벼슬도 아래이고 사이가 좋지 않았던 최운의 명을 받는 자리로 가니 한마디 나온 것이다. 가기전에 의산군 남휘의 집에 인사하러 갔던 모양이다. 의산군은 태종의 4째공주와 혼인한 사람이다. 
곽승우의 감정 어린 한마디가 화가 되었다. 하필 그곳에 한확이란 인물이 있었다. 그가 그 말을 고해 바쳤다. 
 
세종실록을 보면 한확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온다. 
한확은 조선전기의 문신으로 세조 때 좌의정까지 오른 인물이다. 특이한점은 태종 말년에 한확의 누이가 명나라 황제의 후궁으로 선발되어 비로 책봉되었다. 이때 명은 광록시소경이란 명예직에 제수했다. 누이 팔아 명나라의 벼슬한 셈이랄까. 그런데 이 누이가 황제가 죽자 자결했다. 겨우 5년만의 일이다. 그러자 다시 누이동생을 후궁으로 간선하기도 했다. 덕분에 한확은 명과의 관계에서 다양한 외교적 채널로 활약하기도 한다. 나중에 수양대군을 도와 정난공신에 책봉되고 명에 가서 세조의 왕위찬탈을 양위라고 설득하기도 하는 등 외교적 수완을 발휘한 사람이다.
 
어쨌든 한확이란 사람이 곽승우의 말을 듣고 고해버린 일이 커져 버렸다. 
 
“임금이 낙천정에 문안하고 곽승우의 말을 가지고 상왕에게 계하니, 상왕이 성을 내어 말하기를,
평상시에 국가에서 무신들을 높여 주고 권장하는 것은, 바로 변방에 임용하려는 것이요, 하물며 강계(江界)는 큰 진(鎭)으로서, 지경이 중국과 접속되어 늘 중신(重臣)을 골라서 진압하도록 함인데, 이제 승우를 임명한 것은 위임한 것이 가벼움이 아니어늘, 나의 뜻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원망하는 말을 하게 되니, 승우의 재국(才局)도 또한 보통 따위인 것이다. 어찌 능히 남보다 뛰어난 사람이라 하겠는가. 진실로 그의 마음에 불충한 마음을 품고 있다면, 비록 천산갑(穿山甲) 같은 몸을 가졌다 해도 장차 어디에 쓰겠는가.” 하였다. 
그 때에 승우는 이미 임지로 발정하였으나, 상왕이 즉시 도로 불러오게 하여 의금부(義禁府)에 가두었다.(8월 25일)
 
상왕 태종이 아직 서슬 퍼런 시절이다. ‘불충한 마음을 품었다면 비록 천산갑 같은 몸이라도 쓸데가 없다’라고 화를 냈다. 이미 임지로 떠난 사람을 뒤쫓아가서 불러와 의금부에 가두었다. 그리고 의금부에서 법률에 의하면 장 80도에 해당한다고 고했더니 ‘공신의 아들이니 외방으로 귀양보내라’고 명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를 않았다. 
다음날 정사를 보는 자리에서 곽승우의 죄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다.
 
정사를 보았다. 임금이 의금부 제조 원숙에게 말하기를,
“곽승우의 죄가 무슨 법에 해당하는가.”
하니, 숙이 대답하기를,
“불응위(不應爲) 에 해당합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어찌 불응위에 그치겠는가. 불응위라는 것은 과오로 되는 것인데, 승우가 별로 공덕도 없으면서, 벼슬이 자헌계(資憲階)에 이르렀으니, 실로 분수에 넘친 일이요, 또 이제 부왕께서 어모(禦侮)하는 책임을 주셨으니, 위엄과 권력이 심히 무거운 것이다. 진실로 힘을 다하여 보답하기를 생각할 것인데, 도리어 가볍게 여겨 앙앙(怏怏)한 마음으로 말을 하였고, 그 말도 심히 패려(悖戾)하고 거만하여, 자못 신하 되는 의리가 없으니, 그 심정을 말하면 심히 죄가 중하다.”
하였다. 형조 판서 허지가 청하기를,
“승우의 죄는 마땅히 대간(臺諫)까지 알려야 한다.”
하였다. 사간(司諫) 최견(崔蠲)과 장령 허성(許誠)이 또 그의 정(情)에 대하여 국문하기를 청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정이 말에서 나타나는데, 무엇을 반드시 다시 물어 보겠는가. 만일 모두 말하기를, ‘다시 논죄해야 한다.’ 하면, 내가 장차 부왕께 계하겠다.” 하였다.(8월 27일)
 
흐름이 점점 이상해져 간다. 세종은 부왕의 노여움을 보았다. 그의 마음에 들만큼 단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죄명을 묻자 불응위라고 답한다. 불응위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 것인데 법률조문에는 그 죄명이 규정되어 있지 않은 죄다. 고무줄 죄명인 것이다. 결국 정치적 사건으로 커졌다. 
임금은 간단히 넘어가고 싶어하지 않았다. 신하들은 임금의 마음을 읽어 낸다. 대간까지 알려서 제대로 탄핵하게 하고 이에 응해서 더 큰 벌을 내리고 싶어한 것이다. 
 
결국 사헌부와 사간원의 탄핵이 시작되었다. 이 과정에서 ‘불응위’에 해당한다는 애매한 말로 죄를 고한 의금부 책임자 두사람도 탄핵을 받았다. 거기까지는 너무 나갔다 싶었는지 묻어두기로 한다. 
사헌부와 사간원의 탄핵은 주로 정치적 사안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 고발장의 말들이 매우 정연하고 거창하다. 사소한 잘못도 역모처럼 엮을 만한 고발이다.
 
“곽승우가 평민의 출신으로 일어나서, 또는 강토를 넓히거나, 한마(汗馬)의 전공(戰功)도 없으면서, 특히 성상의 은총을 입어 벼슬이 재보(宰輔)에 이르렀으니, 
마땅히 몸을 바치고 힘을 다하여 만분의 일이라도 보답하기를 생각할 일인데, 이제 변방의 임명을 받게 되니, 관직의 자리가 가볍고 무거운 것을 따라서, 감정과 분개한 마음으로 말을 하였으니, 불충한 마음이 속에 쌓여 있지 아니하면,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이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자못 신하의 의리가 없는 것이니, 이런 것은 징계하지 아니할 수가 없는데, 이제 놓아주어 징벌하지 아니하고 다만 밖으로 내쫓을 뿐이니, 신 등은 통분함을 이길 수 없으니, 청하건대, 전하께서는 상왕 전하께 주달하여, 다시 유사(有司)를 시켜 그의 직첩(職牒)도 거두어 들이고, 사유를 국문하여 그 죄를 밝게 처단하여 뒷세상에 경계가 되게 하소서.”
 
결국 곽승우는 고신(임명장)을 빼앗기고 문책을 당하여 귀양을 가게 되었다. 감정 섞인 한마디 말이 입에 입을 거쳐 태풍이 되어 들이닥친 일이다. 
침묵의 후회보다 웅변의 후회가 크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세종신문 대표 김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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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1/07 [15:06]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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