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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우리말’ 바로 알기] 빙다리 핫바지
 
김나영   기사입력  2020/12/24 [15:13]

▲ 영화 타짜의 한 장면. 아귀가 고니에게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고 말한다.     © 구글검색

‘핫바지’라는 말이 비유적 표현으로 유명해진 것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전광역시에서 열린 자민련 창당 대회에서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김종필이 충청남도 도민들에게 “충청도가 핫바지입니까?”라는 이른바 ‘핫바지론’을 내세워 지역감정을 이용해 충청 표심을 집결시켰다. 또 올 초 ‘국민의힘’ 전 국회의원 정우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사태로 정부가 진천, 아산이라는 충청도 두 곳으로 수용시설을 결정했다는 것은 충청도를 ‘핫바지’로 여긴 것”이라고 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선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충청도민의 입장에서 억울하기 짝이 없는 표현이다. ‘핫바지’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충청도’가 나올 정도다.

그럼 여기서 핫바지란 무엇일까? 홑바지, 겹바지처럼 바지인데 ‘핫’이 솜을 덧대었다는 말로 핫바지는 솜을 두어 지은 바지라는 뜻이다. 핫바지는 두툼하고 볼품없어 입었을 때 사람이 모양새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 핫바지의 두 번째 뜻이 시골 사람 또는 무식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부정적인 표현인데 ‘시골 사람’을 낮잡아 지칭한다는 말에 우리 여주 사람들 역시 충청도민처럼 억울하기 짝이 없다.
핫바지의 ‘핫-’은 접두사인데 ‘솜을 둔’이라는 뜻으로 15세기에는 ‘핟’으로 쓰였다. 지금은 쓰이지 않지만 솜을 둔 이불을 ‘핟니불’이라고 하고, 솜을 둔 저고리를 ‘핟져구리’, 숨을 둔 옷을 ‘핟옫’이라고 했다. ‘핟옫>핟옷>핫옷’으로 변화된 것이다.   
 

‘핫바지’는 17세기에 ‘핫바디’로 쓰였는데 구개음화(ㄷ, ㅌ가 ‘ㅣ’나 ‘ㅣ’ 반모음 앞에서 ‘ㅈ, ㅊ’으로 변하는)로 ‘핫바지’가 된 것이다. 재미있는 표현으로 옛말에 ‘핫바지에 똥 싼 비위’라고 비위가 매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도 있다.
 

비슷한 표현으로 ‘등신(等神)’이 있는데 ‘등신’은 쇠, 돌, 풀, 나무, 흙 등으로 만든 사람의 형상으로 ‘자연물 등등(等等)’의 그 ‘등’이다. 얼마나 아둔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비유한 것인지 잘 알 수 있다. 
그럼 ‘빙다리’는 과연 무엇일까?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지만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듣기도 했다. ‘병신(病身)>빙신’을 생각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데, ‘빙다리’는 현대에 쓰이는 비속어로 ‘병신 다리’를 나타낸다. 다리에 장애를 가진 사람이 볼품없는 핫바지를 입은 것을 비하(卑下)하는 표현이니 ‘빙다리 핫바지’가 얼마나 사람을 하대(下待)하는 표현인지 알 수 있다. 사람을 ‘핫바지’로 여기는 것 자체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인데 여기에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까지 덧붙였으니 ‘빙다리 핫바지’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표현이다.
‘핫바지’의 의미를 살펴보면, ‘바지사장’의 ‘바지’가 ‘핫바지’에서 나온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유추해 본다. 바지사장은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명의만 빌려주고 실제는 운영자가 아닌 사장인데 ‘핫바지사장’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나영 중원대학교 주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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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2/24 [15:13]  최종편집: ⓒ 세종신문
 
미니시리즈 20/12/25 [10:05] 수정 삭제  
  등신, 병신, 멍청이 등 비하하는 말에 공통으로 밑받침 'ㅇ '이 들어가네요. 재미있는 한글, 자세히 볼 수록 궁금해지는 한글.
Hohohi 20/12/30 [10:36] 수정 삭제  
  빙다리핫바지 핫바먹고싶다
고니 20/12/31 [14:40] 수정 삭제  
  이번 글도 재밌고 유익하네요. 세종신문에서 제일 먼저 찾아 읽는 글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할뤼 21/01/04 [21:40] 수정 삭제  
  잼나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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