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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희 정치칼럼 21 - 주민 혐오 시설 논란과 우리의 자세
 
신철희   기사입력  2020/10/23 [14:16]
▲ 신철희 여양 한강문화연구소 소장   
최근 전국적으로 시·군이나 동·면 단위 지역에서 주민 혐오 시설 설치 문제로 갈등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주민, 지자체, 사업주체가 서로 얽혀있어 해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일이 발생하면 대부분 주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여주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가장 큰 현안인 SK발전소 송전탑 문제 뿐 아니라 최근 몇 년 사이에 강천 열병합발전소, 쓰레기 매립장, 슬러지 처리장 설치 등과 관련해서 어느 지역 못지않게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천시가 지난 8월에 여주 인접지역인 부발읍 수정리에 화장장 설치를 결정해서 여주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더욱 답답한 것은 주민 혐오시설과 관련된 논란과 갈등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당장 뚜렷한 해결책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어쨌든 발전소도 지어야 하고, 쓰레기 처리 시설도 필요하다. 또 국토가 비좁은 우리나라에서 화장장 수요도 더 늘어날 것이다. 획기적인 친환경 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우리나라 어딘가에는 이런 시설들을 당분간 설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문제들을 좀 더 원만하게 처리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노력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된다. 그러지 않아도 살기 힘든 우리 주민들의 힘과 시의 행정력을 불필요한 갈등으로 낭비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가 나름대로 고민해본 내용을 나눠보고자 한다. 
 
먼저, 초기 계획이나 제안 단계부터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대표성을 갖는 주민협의체를 구성해서 사업 주체로부터 상세한 설명을 듣고 주민들의 충분한 논의 없이는 사업을 아예 시작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대부분 이런 문제들이 극소수 주민들의 동의만 받아서 비밀리에 진행되다가 사업이 상당히 진척된 후에야 알려져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미 사업은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되돌리기도 힘들고 당사자들 간의 갈등만 증폭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충분한 정보 공개와 주민들의 동의는 이런 문제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만드는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절차다.

위의 내용과 관련해서, 시와 의회가 좀 더 주도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사업 제안을 할 때 주민들이 그것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는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시와 의회가 적극적으로 사업의 장단점을 검토하고 주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더불어서 사업 유치 희망 기업에게도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서 일을 진행하도록 유도하고 감시해야 한다. 이미 사업 승인이 난 다음 그 내용이 알려지고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 그때서야 시가 나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시의 책임이 적지 않다. 사업 제안 단계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주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사업주체는 사업이 논란이 되면 항상 이미 주민들의 동의를 받았는데 무슨 문제냐고 항변한다. 그런데 살펴보면 그 동의라라는 것이 대부분 요식행위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들은 성급하게 동의해 주지 말고 항상 사업주체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말 우리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이제 이런 사안들은 몇 개 동이나 리, 또는 면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주시 전체의 문제이고, 이천 화장장 설치 결정에서 볼 수 있듯이 인근 지자체와도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일 수 있다. 나의 결정이 여주시민 전체의 삶, 또 우리 후손들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사업에 동의를 해준 주민들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보상 때문에 우리의 소중한 미래를 포기해서는 안된다.
 
기업들도 각성해야 한다. 이제 주민자치 시대가 강화되고 있다. 예전의 타성에 젖어서 소위 ‘윗선’과 합의하면 일사천리로 사업이 진행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시민의식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에 환경이나 건강, 교육 등에 해가 되는 일에는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 계획 단계부터 해당 지역의 주민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불필요한 예산 낭비도 막는 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막강한 자금력과 로비력만 믿고 사업을 밀어붙인다면 해당 기업에 대한 인식이 나빠져서 오히려 장기적으로 손해가 될 수도 있다. 민주주의 시대에 맞게 우리나라 기업들도 좀 더 주민 친화적으로 변모해야 한다. 

그런점에서 사업주체인 SK E&S의 자회사 여주에너지서비스(주)가 지난 8월 주민설명회에서 반대시위를 벌인 주민들을 폭력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것은 부적절했다.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 설명회를 폐쇄적으로 진행하지 않았더라면 물리적 충돌을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주민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에 업무방해 혐의를 씌우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SK측에 상당 부분 귀책사유가 있는데도 주민들을 고소한 것은 겁을 줘서 반대 운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당장 고소를 취하해야 한다. 그것이 SK에게도 사업을 원만하게 진행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신철희 여양한강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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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0/23 [14:16]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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