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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우리말’ 바로 알기] 동가홍상(同價紅裳)
 
김나영   기사입력  2020/08/06 [12:06]
▲ 김나영 중원대 주임강사   
‘동가홍상(同價紅裳)’은 ‘같은 값이면 붉은 치마’라는 뜻으로 같은 값이라면 더 나은 쪽을 택한다는 말이다. 그럼 ‘붉은 치마’가 왜 더 나은 쪽이라는 것일까? 

여기에서 홍상(紅裳)은 녹의홍상(綠衣紅裳)과 관련이 있다. ‘녹의홍상’은 ‘녹색 저고리’와 ‘홍색 치마’라는 뜻으로, 젊은 여인의 고운 옷차림을 비유한 말이다. ‘녹의홍상’은 혼례복으로 두 부부가 백년해로(百年偕老) 하기를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 또 ‘노랑 저고리’에 ‘다홍색 치마’를 기본으로 하여 첫날밤을 치르기 전 미혼 여성들이 예복으로 입기도 했다. 이것은 오늘날 함을 받는 예비 신부가 ‘노랑 저고리’에 ‘분홍색 치마’를 입는 것으로 이어졌으며, 훗날 자손을 보게 되면 ‘남색 치마’를 입게 되었다. 이처럼 ‘남색 치마’에 ‘옥색 저고리’는 사대부가(士大夫家)의 일상복으로 전해지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홍상(紅裳)은 ‘유부녀(有夫女)’가 아닌 ‘처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또 홍상(紅裳)에 대립되는 말로 청상(靑裳)이 있는데 이는 ‘푸른 치마’로 기생(妓生)들이 입는 옷이었다. 동음어(同音語)로 ‘젊은 과부’를 나타내는 청상(靑孀)도 함께 반대되는 말로 표현된다. 이 역시 ‘동가홍상’이 과부(寡婦)나 기생보다 처녀를 고른다는 의미로 쓰인다는 것이다. 

▲ 다홍치마와 녹색 저고리.     © 위키백과

요즘처럼 페미니즘(Feminism)이니 양성평등(兩性平等)이니 하며 시국(時局)이 예민할 때에 이렇게 성인지 감수성(性認知 感受性, gender sensitivity)이 떨어지는 말이 또 있을까 한다. 문제는 ‘동가홍상’에서 나온 속담을 우리는 무분별하게 쓴다는 것이다.
 
바로 ‘이왕(已往)이면 다홍치마’ 또는 ‘기왕(旣往)이면 다홍치마’로 동일한 조건이라면 더 나은 쪽을 택한다는 말이다. ‘다홍치마’가 무엇을 의미하는 줄 안다면 얼굴이 화끈거려서 쉽게 쓸 수 없는 속담이다. 속담이라고 표현해 주기도 부끄럽다. 속담은 오랜 세월을 거쳐 삶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이나 어떠한 가치에 대한 견해이기 때문이다. 

같은 새경이면 과부집 살이 
같은 값이면 과부집 머슴살이
같은 값이면 처녀
같은 값이면 검정소를 잡아먹는다
이왕이면 창덕궁

‘이왕이면 다홍치마’는 위와 같이 다양한 형태로 전해 내려왔다. 그러니 이들 중에서 ‘같은 값이면 처녀’라는 것보다 ‘같은 값이면 검정소를 잡아먹는다.’나 ‘이왕이면 창덕궁’이라고 표현하면 얼마나 좋을까?

특히 ‘이왕이면 창덕궁’은 그 의미가 예쁘기도 하다. 창덕궁은 조선의 궁궐 중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임금들이 거처했던 궁궐이다. 경복궁의 주요 건물들이 좌우대칭의 일직선상으로 왕의 권위를 상징한다면 창덕궁은 지형에 따라 건물을 배치하여 한국 궁궐건축의 비정형적 조형미를 대표하고 있다. 현재 남아있는 조선의 궁궐 중 그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창덕궁은 자연과의 조화로운 배치와 한국의 정서가 담겨있다는 점에서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즉 여러 궁궐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이렇듯 여러 궁궐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왕이면 임금이 살고 있는,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창덕궁에서 노니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뜻으로 만든 속담이다.
 
“이왕이면 창덕궁이니 우리 강천섬으로 캠핑 가서 자연을 노래합시다.”

김나영 중원대학교 주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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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8/06 [12:06]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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