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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혁신과 한국정치의 발전
신철희 정치칼럼 18
 
신철희   기사입력  2020/06/18 [14:03]
▲ 신철희 여양 한강문화연구소 소장   
지난 총선은 보수의 참패로 끝났다. 탄핵역풍이 불었던 2004년에 비해서도 훨씬 큰 격차가 났다. 그런데 보수진영의 패배가 이번 한번이 아니라는 점이 주목을 끈다. 보수진영이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그리고 2020년 총선에서 연이어 패배했는데, 이것은 민주화이후 최초의 일이다. 해방이후 한국 정치 지형은 전반적으로 보수가 유리한 구도 속에서도 선거 결과는 엎치락뒤치락 했다. 최근의 선거 결과들이 우리나라 정치지형의 균형추가 진보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고 있는 방증은 아닌지, 매우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의석수에서는 많은 차이가 났을지 몰라도 실제 득표수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박빙 지역이 많다보니 약간의 득표 차이가 결과적으로 의석수에서 큰 차이를 낸 것이지 유권자들의 정치 성향이 바뀌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지난 2017년 탄핵으로 보수에게서 등을 돌린 중도층과 온건 보수층의 표심이 정치국면의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현재 미래통합당이나 보수 진영의 행태는 과연 예전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게 만든다. 당 차원의 공식적인 문제제기는 아직 없지만 지난 총선이 대대적인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선거 자체의 공정성을 부정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행정절차나 계산상에 일부 오류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것이 선거결과를 조작하려는 정부 차원의 개입이 있었다는 증거가 되기에는 불충분하다. 일단 부정이라고 단정해놓고 근거를 찾으려는 태도는 국민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의 더 큰 문제는 보수진영의 개혁 동력을 약화시킨다는 데 있다. 뼈아프게 자성하고 개혁 방안을 찾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는 판에 오히려 저쪽이 부정을 저질러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하는 것은 보수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행동이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두 날개가 균형 있게 발달해야 새가 제대로 날 수 있듯이, 진보와 보수도 어느 한 쪽이 문제가 있으면 그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없다. 

사실 보수와 진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둘 다 우리사회에서 필요한 가치이자 정치적 입장이다. 진보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만 그것이 우리 삶 속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그 시도가 적합한지, 그 속도가 적당한지 따져보는 보수의 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진보의 이상이 단지 구호나 운동으로 끝나버리거나, 심할 경우 매우 파괴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무수하게 목격했다. 자유, 평등, 민주주의, 인권 같은 당시에는 새로웠던 이상이 현실 속에서 뿌리내리도록 하는 데에는 보수의 역할도 매우 컸다. 

그렇다면 연이어서 국민의 외면을 받는 보수가 새로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의 경험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굳이 따지자면 진보에 가까운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 아직 우리 사회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기업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역에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보니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깨는 경험을 하게 된다. 모든 분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고 읽어주시기 바란다. 역사를 보는 관점에서 동의하기 힘들고 정치적으로 많이 보수적인 입장을 가진 분들인데, 그들의 삶이 생각보다도 훨씬 더 공동체로 파고들어서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면서 놀란 적이 많다. 자신의 봉사활동을 자랑하거나 대화에서 복지, 평등 같은 단어를 꺼내지도 않는다. 반대로 평소 대화에서는 정의, 분배, 복지에 대해 열변을 토하지만 실제 삶은 이웃에 무관심한 소위 진보 진영의 분들도 보게 된다. 누가 진정 강도를 만난 사마리아인의 친구인가? 인류를 사랑하기는 쉬워도 이웃을 사랑하기는 어렵다는 말이 떠오른다. 

여주만의 특성인지는 더 알아봐야 하겠지만, 보수는 이웃의 행복과 다 같이 사는 가치에 결코 부정적이지 않다. 다만 보수가 국민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 현대사에서 발생했던 독재와 인권 탄압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아직도 민주화운동을 폄하하거나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고 보수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간의 잘못을 인정한다고 보수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도 아니다.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상위 체제가 진정 보수 혁신의 의지가 있다면 반드시 이러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넘어가기를 바란다.
 
신철희 여양한강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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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6/18 [14:03]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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