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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여행 78 - 인간적인 ‘임금의 시행령’
 
김태균   기사입력  2020/06/10 [15:00]
▲ 세종신문 김태균 대표     
법은 서로 어울려 사는 세상에서 질서를 세워서 살자고 만들어 둔 것들일 텐데 때로는 너무나 당연히 지켜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특히 법을 만드는 국회를 보면 더욱 그렇다.

국회법에는 언제까지 무엇을 처리하라고 정해진 것들이 많은데 이것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지키라고만 하고 그에 따르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기에 정치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법을 농단하는 건 아닌지 싶다.

이번 국회에서는 법을 지키는 국회를 보고싶다. 그리고 사문화된 법은 과감히 정리하고 새롭게 필요한 법들을 발의하고 처리하는 일하는 국회를 기대한다.
 
세종2년 11월에 예조에서 상소를 올렸다. 
당시 법전인 원육전, 속육전에 실린 임금의 교지, 즉 시행령이 지켜지지 않기에 이를 다시 정리해서 시행을 명확하게 하자는 내용이다. 여러 해 동안 쌓인 것들 중에 총 30가지 조목을 모아 각 지방에서 모두 시행되도록 명백히 하고 이를 어긴 자는 죄를 주자는 내용이다. 지금으로 치면 대통령시행령이 발동되었는데 오래 누적되면서 아무도 지키지 않거나 사문화되어 있는 것들 중에 실제 필요한 것들을 골라서 제대로 시행하자는 말이다. 세종2년 11월 7일의 내용 중 몇 가지를 추려본다.
 
1. 무식한 자들이 농사짓는 소를 달단(몽골족의 하나로 떠돌아다니던 유목족이며 나중에 정착해서 백정이 됐다)이나 화척(禾尺 천한 백성, 나중에 백정으로 통일된다)에게 팔았으니 판 자나 산 자는 모두 소를 몰래 잡아먹는 죄에 처하라. [농사짓는 소는 지금으로 치면 농기계와 같은 귀중한 자산이다]

2. 화척(禾尺)이나 재인(才人 광대들)들이 농업에는 종사하지 아니하고 활쏘고 말타는 것으로 일을 삼아서, 양민(良民)과는 혼인도 하지 아니하고 저희끼리 한 떼를 이루어서 모였다 흩어졌다 하기를 한결같지 아니하며, 소나 말을 도살하여 양민(良民)에게 손해를 끼치게 하니, 청컨대, 이들을 각 지방에 나누어 두어서 평민과 혼인도 하게 하여 그들로 하여금 직업에 안착하여 살도록 하고, 그래도 옛날 버릇을 고치지 않는 자는 그가 기르는 축산을 몰수하고 아울러 이정(里正)·장(長)까지 죄를 주라.[호적에도 없고 군역과 신역도 없는 천인집단이 떠돌아 다니며 문제를 일으키는것을 정착하도록 하여 안정을 도모한다]
 
3. 의관(醫官)을 두는 것은 본시 병을 구(救)하려는 것이니, 당연히 귀천을 논할 것이 없이 와서 병을 신고하면 바로 가서 치료하여 줄 것이요, 만일 제 몸을 무겁게 여겨 가지 아니하면, 어떤 사람이라도 사실을 고발하게 하여 엄중히 법으로 다스리라.[당시 의사는 천인이라도 환자가 발생하면 쫓아가야 했다]
 
4. 무릇 귀양가서 일하는 사람이 연한이 있을 것이니, 서울과 지방 관리들이 법조문도 살펴보지 아니하고 그대로 역사를 시킨다. 금후로는 중앙이나 지방의 담당한 관사(官司)에서는 귀양간 자의 죄명 및 역사를 시킨 연월과 석방한 월일을 기록하여 올리도록 하라.
 
5. 수령들에게 명하여 친히 산과 들을 검찰해서 개간하여 경작할 수 있는 토지는, 그 근처에 있는 백성에게 나누어 주어 그 토지의 주인이 되게 하고, 만일 산에 불을 지르는 자가 있거든 그 주인을 시켜 잡아다가 관청에 고발하게 하여 중한 죄로 논하도록 하라.[개간한 자가 땅을 갖게 되니 얼마나 열심히 개간을 했을까. 손쉽게 하기 위해 화전민처럼 불을 지르면 이것은 죄로 다스리겠다는 말이다]
 
6. 나라에서 3년간 먹고 살 저축이 없으면 나라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인데, 각도의 수령들이 농사를 권장하는 데 마음을 쓰지 아니하여, 공사(公私)의 경제가 궁곤하게 된다. 관찰사는 때때로 고찰하여 떠돌아다니는 자가 있거든 모두 귀농하도록 해야 한다.[정착해서 농사짓고 먹고 살아가는 백성이 많아야 나라도 튼튼해 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7. 선군(船軍 배를 타고 싸우는 병사들)은 물 위에서 생명을 붙이고 사는 것이니 심히 불쌍한 일이다. 이 뒤로는 선군(船軍)은 매 호당 부역을 전부 면제하여 주라.

8. 말[斗]과 되[升]를 서울에서는 경시서(京市署)에서, 지방에서는 관찰사가, 매년 봄 가을의 가운데 달로 전례에 의하여 공평하게 검사하는 일을 시행할 것이라. [시장에서 말과 되를 속이는 일은 언제나 있었던 모양이다. 조금만 작게 하거나 크게 해도 반복되는 거래속에서 큰 부당이익을 취하게 된다]
 
9. 부모가 연세가 70이나 되고 아들 3형제를 두었다가 모두 징병된 자는, 그 중 자식 한 사람을 병역에서 면제 시켜서 그 부모를 봉양하도록 하라.
 
10. 혼인의 예는 인륜으로서 소중한 것이다. 혹 가난한 남녀들이 때가 지나도록 혼인하지 못한 자가 있으니, 서울에서는 한성부(漢城府)에서, 지방에서는 감사가 힘을 다해서 방문하여, 내외친(內外親)으로 사촌(四寸) 이상의 친척들이 함께 혼수를 갖추어 때를 잃지 아니하도록 하고, 이 법에 어기는 자는 죄를 주라.
 
11. 형제간이란 형체만 다르나 기운은 같이 타고 난 것이나, 이로움만 탐하여 은의를 상하는 자는, 사정의 여하를 막론하고 송사하는 물건은 모조리 관에서 몰수하도록 하고, 영구히 서용(敍用)하지 않도록 하라. [옛날에는 삼강오륜이 윤리가 아닌 법으로 강제한 측면도 있다. 형제간 재산다툼이 빈번한 요즘을 보면 아연하다]
 
12. 부부(夫婦)가 있은 뒤에 군신(君臣)도 있게 되는 것이므로, 부부라는 것은 인륜(人倫)의 근본이 되나니, 적처(嫡妻)와 첩(妾)의 구별을 문란케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고려 말기에 예의(禮義)의 교화가 시행되지 못하여 부부(夫婦)의 도가 드디어 문란하게 되었다. 경사대부(卿士大夫)로서 흔히 처(妻)가 있으면서 또 처를 두게 된 자도 있고, 때로는 첩(妾)으로 처를 삼은 자도 있게 되어, 드디어 지금에 이르러 처(妻) 첩(妾)이 서로 송사하기에 이른 폐단이 생겨서, 원망과 싸움이 자주 일어나게 되어 화기를 손상하고 변괴가 일어나게 되니, 이것은 적은 손실이 아니다. 이것을 바로잡지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니, 신 등은 삼가 안찰하건대, 《대명률(大明律)》에 말하기를, ‘무릇 처(妻)를 첩(妾)으로 삼는 자는 장(杖) 1백 도(度)로 하고, 처가 있는데 첩으로 처를 삼는 자는 장(杖) 90도의 형으로 한다고 모두 개정한다.’ 하였으며, ‘만약 처가 있는데 또 처를 맞이하게 된 자는 또한 장(杖) 90도에 처하고, 다음에 얻는 처(妻)는 따로 떠나게 한다.’ 하였으니, 신 등은 청컨대, 중매 절차와 혼례식의 구비하고 소략한 것으로 처와 첩을 작정하게 하고, 남자 자신이 현재에 첩을 처로 삼은 자나, 처가 있는데 또 처를 맞이한 자는 모두 법률에 의하여 죄를 주라.

아직 그렇게 치밀하게 짜여 지고 관리되는 사회가 아닌 600년전의 봉건왕조시대의 단면이다. 

하지만 다스림에 있어 기계적인 적용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씀의 다스림이 배어 있음이 신선하다. 가난한 집안의 혼인을 돕는 일, 처첩의 문제를 정리해 주는 일 등이 당시 상황의 단면을 볼 수 있다. 
 
세종신문 대표 김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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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6/10 [15:00]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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