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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건강 넘어 마을의 건강까지 책임진다”
[인터뷰] 점동면 장안보건진료소 김영신 소장
 
김영경 기자   기사입력  2020/06/10 [14:35]
버스도 자주 없는 시골, 배를 타고 들어가는 섬에서 시작해 33년 동안 보건진료 일을 해 온 장안보건진료소 김영신 소장을 만났다. 거동이 불편한 시골 노인들을 직접 찾아 건강을 챙기는 일부터 마을 사업까지 헌신적으로 나서면서 개인 건강뿐만 아니라 마을의 활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의 활동에 대해 들어 보았다. 

▲ 33년간 보건진료소 일을 돌아보며 인터뷰하고 있는  김영신 소장    © 김영경 기자

보건진료소 일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가난한 형편에 대학을 다녔는데 당시 정부에 공중보건장학생 제도가 있었다. 정부 장학금을 받고 공부한 것이 보건진료소 일을 시작한 계기였다. 공중보건장학생들은 졸업 후에 의무적으로 2년 동안 오지 마을에서 근무해야 했는데, 의무 근무 기간을 마치고 병원으로 나갔으나 지역사회의 일이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 다시 보건진료소로 오게 되었다.
 
특별히 생각나는 사연이 있나?

보건진료소 사업 초창기에는 건물도 없이 마을회관 한쪽 귀퉁이 공간을 쓰기도 하고 숙소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 등 모든 상황이 열악했다. 버스도 잘 다니지 않는 오지 마을에 젊은 처녀 소장이 오니 동네 청년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사다리를 놓고 내려다보기도 하고 마을 어른들이 며느리 삼고 싶어 온갖 정성을 쏟기도 했다. 실제 시골총각들과 결혼한 사례들도 있었다. 

강화도에 있는 교동도에서 근무했을 때 예정일이 남은 산모가 출산기가 있어 배를 타고 나가는데 북과의 군사분계선 인근이라 군함의 호위를 받으면서 갔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한번은 출산이 다가오는 산모가 안보여 물어봤더니 친정으로 애기 낳으러 갔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산모가 애기를 낳았는데 태반이 안 나온다고 연락이 왔다. 눈이 엄청 와서 땅이 얼어 있던 상태였다. 이장님 경운기를 타고 가는데 산을 몇 개를 돌아갔다. 목숨 걸고 찾아가보니 산모와 아기가 차가운 작은 방에 있더라. 걸려서 나오지 않는 태반을 살짝 잡아당겨 처리해 준 기억이 난다. 

젊은 시절에는 마을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적도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를 해결하려면 혼자가 아니라 적재적소에 일과 사람을 연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생각으로 지금까지 보건진료소 일을 하고 있다. 
 
장안보건진료소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장안보건진료소는 7개리 316가구 624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1년 두 번 운영협의회를 열어 연초에는 사업계획을 만들고 연말엔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보건진료소가 주민들과 함께 건강 축제를 열어 걷기 대회도 하고 막국수 뽑는 기계를 가져와서 막국수를 대접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했다. 행정서류 처리 및 회계업무뿐만 아니라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한 방문진료 등 진료 사업도 하고, 예방사업으로 각종 건강증진사업을 하고 있다. 보건진료소 사업 초기에는 인구 50%가 농어촌에 있는데 90%의 의료시설이 도시에 편중되어 있어서 진료를 집중적으로 한 적도 있다. 보건진료소는 치료기관이라기보다는 예방을 조치하는 기관이다. 최근에는 경남 거창, 인천 무이도, 경기도 광주·안성 등에서 견학을 올 만큼 여주지역 보건진료소 운영이 전국의 모범이 되고 있다. 
 
건강증진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건강증진사업은 생애주기별로 사업대상자를 구분해서 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강증진사업 프로그램을 하다보면 어르신들에게 “내 생에 처음이야”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한 어르신이 “내 인생은 해 뜨면 밭에 가고 해 지면 집에 오는 게 전부인 줄 알았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면서도 노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어르신이 요가, 체조, 노래교실 등으로 생활의 활력을 얻었다고 하니 가슴이 벅찼다. 이후 어르신들과 인생 책 만들기, 시 쓰기, 노래 배우기를 하면서 어르신들의 삶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프로그램 마칠 때마다 어르신들 집에 시화, 그림 등의 작품들이 생겨나니 자녀들도 좋아한다. 어르신들의 자녀들이 말하기를 프로그램 진행할 때는 전화를 안 하시는데 프로그램 끝나면 전화를 해 잔소리를 한다고.(웃음) 프로그램 운영이 어르신들의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되지만 자녀들에게도 좋은 에너지가 전달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뇌졸중으로 한손 마비가 오신 어르신에게 손뜨개 사업을 안내해 드렸더니 어느 날 수세미를 떠 손에 쥐어 주면서 “남들 하는 것 나도 다 한다”고 말씀해 감동 받았다. 어르신들이 손뜨개 사업을 통해 아프리카의 신생아에게 모자를 만들어 보내기도 했다.
 
보건진료소가 마을사업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건강증진사업이 경기도따복공동체 사업과 연계해 마을사업으로 확대되면서 주민들 간 의논하는 문화가 확산 되었다. 사업 공모를 위해 발표자 선정, 사업형식 등을 의논하면서 수원까지 갈 응원단도 꾸렸고 선정 발표가 나자 너무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건강증진사업으로 시작된 마을 사업이 개인의 건강을 넘어 마을의 건강으로 확대된 건 아닐까싶다. 그 과정에서 달기머리 풍물패가 만들어졌고 중년층을 대상으로 한 웰빙 댄스, 가야금 배우기 사업도 했다. 건강걷기 코스 개발을 위해 이장님과 걷고 걸었던 기억도 난다.

▲삼합2리 이장과 걷고 걸으면서 만든 건강걷기코스 지도    © 제공 김영신 소장
 
보건진료소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보건진료소는 오지마을의 신생아 사망율 감소, 의료불평등 해소, 의료보험재정 안정화, 농어촌 근대화 등에 기여했다. 특히 신생아 사망률이 낮아진 것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지표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우리나라 보건진료소사업이 개도국에 공적개발협력사업으로 원조될만큼 공중보건의 모범이 되고 있다. 도시에서는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을 판매했는데 시골에서는 대안이 없어 보건진료소를 활용하면서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도 했다. 
 
향후 보건진료소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데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코로나19 등과 같은 감염병이 확대되면서 보건진료소의 생활방역 역할이 강조되고 있고,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어 각종 돌봄 사업의 수요가 넘쳐난다.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치매국가책임제, 건강증진사업, 질병 예방 및 진료 등도 만만한 사업이 아니다. 보건인원 충원이 필요하다. 행정업무나 마을사업 등을 할 수 있는 인원이라도 우선 충원 되면 좋겠다. 소설 상록수의 주인공들이 농촌계몽 운동으로 문맹과 경제에 대한 계몽을 했다면 보건진료소 소장들은 보건에 대한 계몽을 해왔다. 공공보건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던 보건진료소가 달라진 사회여건에 부합해 공공의료기능을 강화하는 기관으로 거듭나면 좋겠다.

▲어지럼증 호소하는 할머니를 찾아 혈압을 재고 상담을 하는 김영신 소장     © 김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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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6/10 [14:35]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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