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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여행70 - 약자를 보호해라
 
심태균   기사입력  2020/03/26 [14:53]
▲ 세종신문 김태균 대표     
국가지도자의 최대 목표는 백성들의 삶을 안정되게 하는 것이다. 세종의 대표적 정치이상인 ‘생생지락’이 그것이다. 생업에 종사하며 자기 삶을 즐기는 일이다. 이보다 더 원대하고 위대한 정치이상이 있을까.

백성들이 건강하게 살고 제 수명을 누리게 하는 시대를 태평성대라 한다. 사람들이 요절하거나 비명횡사 하지 않고 제 수명을 누리다가 가족들 앞에서 편히 눈을 감는 복인 고종명의 복은 예나 지금이나 누리기 힘든 삶의 질이다. 전쟁이 없어야 하고 역병을 막아낼 수 있어야 하며 산업이 튼실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위정자들의 착취는 더욱 그렇다. 

사실 개인 입장에서 보면 제 수명을 누린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고 편안한 임종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되는 일도 아니다. 하늘의 도움이 따라 주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전쟁이나 역병, 극심한 가난으로 인해 제 명을 다하지 못하는 불행은 국가제도나 사회적 여건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노력으로 어느정도는 최소화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세종의 말이다.
 
하늘의 재앙(천재)와 땅의 변덕이 있고 없는 것은 인력으로 할 수 없는 것이지만 올바른 제도와 시행(배포조치)의 잘하고 못하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 다할 수 있다(19년 1월 12일)
 
이때 사람의 힘을 강조한 것은 세종의 인식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 그 가운데 약자에 대한 배려와 돌봄은 국가라는 큰 공동체가 적극적으로 임할 때 그보다 작은 공동체도 함께 노력하게 된다. 세종시대가 돋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노력이 기득권에만 머물러 있었던 것이 아니고 사회적 약자들에게까지 미쳤다는 것이다.

그 중에 하나가 유아사망을 막기위한 세종시대의 노력은 유명무실해진 제생원의 개선을 통해 이루어진다. 원래는 서울안에서 버려진 아이들은 제생원의 노비들에게 맡겨 기르게 했는데 이들은 대부분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어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이에 세종은 제생원의 옆에 집 3칸을 지어서 각각 온돌방, 서늘한 방, 밥 짓는 곳으로 쓰게 하는 한편 제생원의 노비 각각 한 명과 양민과 천인 중에서 항심(꾸준한 마음)이 있고 자원하는 사람에게 급료를 주면서 구호하게 했다. 나라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국립 고아원을 운영한 것이다. 

나아가 아이들에게는 국가에서 겨울철에 덮을 것과 소금, 젓갈, 미역같은 물건들을 넉넉히 지급하도록 지시했다. 어린아이를 버린 자를 고발하면 상을 주는가 하면 버린 어린아이를 받아 기르려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이름과 사는 마을 그리고 아이들을 주고받은 일시를 문서에 명백하게 기재해서 뜻대로 기를 수 있게 했다. 

유명한 이야기가 되었지만 노비들의 처우개선도 크게 향상되었다. 세종시대 노비의 휴가제도는 3단계로 진행되었다. 그 첫째는 출산휴가의 연장이다. 세종은 종래 관청의 여자 노비에게 출산 후 아이를 돌보도록 주던 휴가를 100일로 늘리도록 했다. 둘째는 출산 전 휴가제도의 도입이다. 세종 12년에는 출산 1개월 전부터 산모의 업무를 면제해 주도록 했다. 그리고 세번째는 남편 노비에게도 출산휴가를 준 것이다. 세종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 남편에게는 전혀 휴가를 주지 아니하고 그 전대로 일을 하게하여 산모를 구호할 수 없게 하고 있으니 이는 단지 부부로 하여금 서로 구원하게 하는 뜻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이때문에 간혹 목숨을 잃는 일까지 있다(16년 4월 26일)
 
천하에 돌보아줄 사람이 없는 여자 노비를 진실로 가엽게 여기는 마음이 이러한 제도적 구호조치로 드러난다. 이 외에도 세종은 힘없는 사람들이 억울하게 맞거나 법에 걸리거나 원통하게 죽지 않도록 거듭 지시를 내렸다. 
 
지금 관리들이 아전이나 백성들의 조그마한 과실 때문에 문득 등에 매질을 하고 있다. 그 때문에 죽는 자가 흔히 있으니 금후로는 일절 엄금하라(2년 11월 5일)
 
금주령을 내릴 때도 약자의 편에 섰다. 당시에는 막걸리와 청주를 주로 만들어 먹었는데 좀 있는 사람들은 청주를 먹고 일반 백성들은 막걸리(탁주)를 주로 마셨다. 농사가 흉년이 들거나 식량사정이 곤란해지면 국가적으로 금주령을 내렸는데 그러다 보니 이 명령을 거역하는 상황들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금한 것을 하게 되면 벌을 주게 될 텐데 이때도 막걸리 먹은 사람들은 죄를 받고 청주를 먹은 사람들은 죄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으로 치면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되는 상황이다. 이때 세종은 약자의 편을 들었다. 
 
술을 금지할 때마다 청주를 마신자가 죄에 걸린 적은 없고 탁주를 마시거나 술을 매매한자만 법에 걸리니 사정이 딱하다. 금주기간이라도 가족행사를 위해서나 늙고 병든 사람이 약으로 술을 마시는 경우는 처벌하지 말라(2년 1월 23일)
 
약자의 사정을 안 세종은 ‘사정이 딱하다’는 말로 취지를 설명한다. 동시에 청주를 마신자들은 죄를 피해 빠져나가는 상황도 이해하고 있었다. 약자들은 보호받을 어떤 장치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금주령을 위반하게 된다면 그 정상참작을 하여 처벌하지 말도록 한 것이다. 약자에 대한 공감이 아니고서는 조치하기 어려운 일이다.
 
사회적 약자중에 가장 열악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이 바로 감옥에 갇힌 죄수들이다. 당시의 감옥상황이 얼마나 열악했을 지 짐작할 만하다. 지금의 감옥은 당시와 비교하면 호텔수준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 처한 죄수들에게까지 임금의 마음이 미친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다. 죄수들이 원통하게 죽거나 억울한 누명을 쓰거나 하는 일을 막기 위해 지시하는 내용이다. 
 
옥이라는 것은 본래 악한 것을 징계하자는 것이요, 사람을 죽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옥을 맡은 관리가 마음을 써서 제대로 관리하지 아니하여 옥에 갇힌 사람들이 혹은 병에 걸리고 혹은 얼고 굶주리거나 옥졸의 핍박과 고문으로 인해 원통하게 생명을 잃는 자가 없지 않다. 지금 서울안의 감옥에 갇힌 죄수들로서 죽은 자가 있거든 죄의 경중을 분별할 것 없이 모두 다 사연을 갖추어 아뢰라(19년 1월 23일)
 
이러한 지시를 하면서 지방의 죄수들이 받게 될 억울함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인다. 이어지는 명령이다. 
 
이후로는 외방의 죄수로서 치사한 자도 경중을 불문하고 범죄의 죄명과 처음에 가둔 월일과 병에 걸린 일시와 치료한 약과 병 증세와 장을 때린 횟수와 죽은 일시를 모두 기록하여 형조에 문서를 이송하고 따로 궁(임금)에게도 보고하는 것을 항식으로 만들라. 또한 관청의 형벌 담당 관리들이 죄의 경중에 상관없이 과도하게 채찍을 사용하는 폐단이 있으니 지금부터는 죄의 경중에 따라 10대나 20대 또는 50대까지 죄를 헤아려 시행하되 참혹하게 형벌을 쓰지 말라(17년 9월 30일)
 
천민(賤民)도 천민(天民)이라던 세종의 말은 시간이 지나면서 감동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약자들이 보호받는 세상, 그리고 정당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 600년전 이 땅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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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3/26 [14:53]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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