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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희 정치칼럼 16 - ‘위장’ 정치의 시대
 
신철희   기사입력  2020/03/26 [12:17]
▲ 신철희 여양 한강문화연구소 소장    
21대 총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예전과 같은 선거 분위기는 전혀 아니다. 코로나라는 초유의 사태 때문에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선거운동에 제약도 많고 국민들의 관심도 코로나 극복에 많이 쏠려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 연기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처럼 보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쨌든 선거는 치러야한다. 한국전쟁 중에도 우리는 대통령 선거를 치른 경험이 있다. 그런데 며칠 남지 않은 이번 총선을 생각할 때 답답하고 비참한 감정을 숨길 수 없다. 47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놓고 여야가 벌이는 추태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런 선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상식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이번 총선의 가장 큰 특징은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것이다. 필자는 이전 칼럼에서도 연동형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주장했다. 독일식의 완전한 연동형은 아니더라도, 중앙선관위가 권고한대로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으로 과감하게 늘려서 다양한 정치 세력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정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선거법은 연동형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애매한 기형적인 제도였다. 정치학을 전공한 필자도 의석수 계산이 쉽지 않고, 허점이 너무 많았다. 이런 기형적인 연동형 비례제를 할 바에는 차라리 이전 방식이 나아보였다.  

그러나 국민을 정말 놀라게 만든 것은 선거법 자체가 아니었다. 기형적인 선거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든 정치권, 특히 거대 양당의 꼼수였다. 미래통합당이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든다고 오래전부터 공언했을 때 필자는 자신들이 동의하지 않는 선거법 통과를 막기 위한 전략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은 실제로 의원을 꿔주면서까지 기어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출범시켰다. 경기 규칙인 선거법 개정은 여야 합의에 의해서 통과시킨다는 그간의 관례를 여당이 주도한 1+4협의체가 깨뜨린 것을 감안하더라도 정치 도의를 한참 어긴 도발이었다.

그러나 사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동안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 설립을 비난하고 자신들은 절대 그럴 일은 없다고 강하게 주장하던 더불어민주당도 위성정당 창당에 뛰어들었다. 민주당 단독으로 만들기에는 그래도 민망했는지 군소정당과 시민사회 원로들이 만든 정치개혁연합과 공동으로 비례대표를 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서 친여 성격이 더 강한 ‘시민을 위하여’로 협상 파트너를 변경했고, 결국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위성정당을 완성했다.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같은 군소정당과 시민사회 인사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미래통합당의 직할 정당인 미래한국당과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이 주도한 위성정당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라도 다 알 수 있다. 

상황을 더 희극적으로 만드는 것은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주도해서 만든 열린민주당이다. ‘친조국’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열린민주당은 결국 선거 후에 합당을 하든지 협력을 하든지 하겠다면서 여권 지지자들의 표를 유인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표 분산을 염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다양한 정치 세력의 국회 진출이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게 되다니. 

이런 코미디 같은 정치현실에서 강도와 도둑의 차이를 말하는 것도, 위법이 아닌 이상 괜찮다고 애써 변호하는 것도 별 의미가 없고 상황을 더 비참하고 우습게 만들 뿐이다. 우리와 달리 초과의석까지 인정해주는 독일에서는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이 의석을 차지하는데 훨씬 유리할 텐데 왜 그럴 생각조차 않겠는가? 아무리 진흙탕 같은 정치판에서도 국민과 경쟁자에 대해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가 있기 때문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에 지금 미래통합당의 대표가 이회창 전 총재였다면 위성 정당을 허용했을까? 인간적 매력은 별로 없는 정치인이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원칙은 지키려고 했던 그라면 안 그랬을 것이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었다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당장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국민을 믿고 원칙을 지키는 것이 노무현다움 아니었던가?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 국민을 두려워한다, 국민을 믿는다고 하지만 그냥 말뿐이다. 어떻게 보면 위성 정당의 출현은 우리 정치권에 뿌리내린 위장 정치의 자연스러운 결말이다. 

지금처럼 위중한 국가 비상사태 속에서 누가 꼼수를 더 잘 쓰고, 조금이라도 덜 나쁘냐를 두고 경쟁하는 여야의 위장 정치로 손해를 보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이 위장과 위선의 장막을 걷어내고 진실을 드러내는 것은 결국 국민의 몫으로 남았다. 4월 총선에서 국민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신철희 여양한강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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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3/26 [12:17]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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