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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여행 69 - 감동의 정치가 절실하다
 
김태균   기사입력  2020/03/19 [15:59]
▲ 세종신문 김태균 대표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평안하게 된다. (세종5년 7월 3일)
 
세종정치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그건 바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정치라고 하겠다. 가까이는 조정 신하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혼신을 다해 국가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며 밖으로는 백성의 마음을 감읍시켰다. 멀리는 명나라 황제까지도 감동하게 했다. 이처럼 상대방을 감동시키는 비결이 우리시대에 너무 절실하다.
 
세종의 언행을 살펴보는 일이 그 비결일듯 하다. 우선 세종은 신하들의 말을 잘 들음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샀다. 경연과 어전회의에서 왕의 말을 최소화하고 신하들로 하여금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게 했다. 허조라는 신하가 죽으면서 남긴 말이다. ‘우리 임금은 간언하면 행하시고 말하면 들어주셨다’고 했다. 고약해라는 신하가 있었다. 그의 언행은 이름 그대로 고약했다. 그가 어전회의에서 논변을 하고 왕의 허락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고 했을 때 부드러운 말로 타이르며 앉으라고 했던 일도 세종의 경청리더십 덕분이었다.
 
그런데 역시 세종시대에 가장 감동을 받은 사람들은 조선의 백성들이었다. 그동안 짐승과 비슷한 대우를 받았었는데 세종시대에는 그야말로 ‘나라의 근본’으로 존중 받으면서 감읍하고 있었다. 1450년 2월 세종대왕이 돌아가셨을 때 사관은 이렇게 기록했다. 
 
백성들이 생업에 종사하기를 즐겨한 지 무릇 30여년이다. (32년 2월 17일)

그 후로 백년 뒤에 율곡 이이 선생도 ‘세종께서 국가를 안정시켜 후손에게 잘 살 수 있는 길을 터 놓았으며 우리나라 만년 운의 기틀을 다져 놓았다’고 썻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첫째, 약자에 대한 배려와 보호정책이다. 
세종은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처지에 놓여있는 병자나 죄수들이 잘못되지 않도록 세심한 관심을 기울였다. 재위 16년 한여름에는 궁궐에서 사용하는 얼음을 활인원에 보내 열병을 앓는 사람들을 치료하게 했으며 재판을 신속히 진행하도록 했다. ‘때가 바야흐로 한 더위라. 죄수를 옥중에 오래 갇혀 있게 함은 진실로 가엾다’ 라면서 판결을 조속히 내리게 한것이 한 예다. 또 세종은 가벼운 죄로 갇혀 있는 죄수는 보석으로 내보내게 했다. 또한 너무 추운 날씨에는 신하들을 보내 ‘만약 추운 데서 자고 추위에 떠는 군인이 있다면 그들을 따뜻한 곳에 두어서 얼어 죽지 않도록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세종은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였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편안해진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근심하고 탄식하는 소리가 영구히 끊어져서 각기 생업에 종사하는 즐거움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국왕 본연의 임부라고 보았던 것이다.

세종은 국왕이라는 자리가 백성들의 하려고 하는 일을 원만히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보았다. 
 
민생들이 하려고 하는 일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으려고 임금을 세워서 다스리게 했다(13년 6월 20일)
 
그런데 임금이 제 임무를 수행하지 못해서 왕을 세운 백성들의 삶의 질이 취약해지는 것이라고 봤다. 가난이나 기근으로 굶주리거나 잘못된 재판으로 억울한 마음을 품게 되거나 도적이나 외적의 침입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은 나라의 근본이 흔들이는 것이고 정치의 본령에서 벗어나는 일이라는 게 세종의 생각이었다. 

백성들이 왕을 추대했다는 이 같은 정치관은 당시로서는 대단히 파격적인 생각이다. 지금의 민주주의의 모습인 것이다. 어쨌든 세종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그의 애민적 정치사상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세종은 ‘임금의 직책은 하늘을 대신하여 만물을 다스리는 것’이라 보고 노비나 감옥의 죄수, 버려진 아이와 같이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처지에 놓인 자를 우선으로 돌보았다. 하늘이 만물에게 차별없이 비를 내리고 해를 비추듯 국왕도 모든 신민에게 고루 은택을 베풀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렇지 않을 때, 즉 하늘의 원리에 순응하지 않을 때 ‘하늘의 재앙이 계속 이어지고 가족내에 우환이 계속된다’고 생각했다.

억울함을 호소할 데 없는 것이 백성들의 가장 열악한 상황이다. 원한이라는 말이 있는데 원과 한은 근본적으로 성질이 다른 개념이다. 한은 숙명적으로 주어진 것이다. 갑작스레 교통사고가 나고 땅이 무너져 부모 자식이 죽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건 한이다. 

그러나 수령이 판결을 잘못하거나 정치가들이 잘못해서 피할 수 있었는데 피하지 못해서 당한 고통, 억울한 사형이나 형벌로 인해 얻은 것이 원이다. 원통할 원자를 쓰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는 한까지는 손대지 못하지만 원을 없게 하는 것인데 원의 대표적인 원풀이는 원통함이 생겼을 때 그것을 호소할 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돼지 사건(권채의 여종)에서도 보듯이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사회적 약자의 고통을 바꿔봐야 겠다는 것이 바로 세종의 진단이었다.

결국 사회 구성의 대다수이면서도 사회적 약자인 백성들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것이 수성기 조선왕조의 민심을 얻고 공고화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때문에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 많은 사회적 약자들을 우선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필요한 과정이었다. 
 
정치의 요체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이 말은 법과 규범 도덕(예제)에 따라 나라가 돌아가게 해야지 매번 사람에 따라서 지시해서 할 수는 없는 일이란 말이다. 이것이 세종의 꿈이었고 조선왕조 창업의 정신이었다. 세종은 이 목표를 구체화하고 수성군주로서 조선의 국가 기틀을 제대로 놓고자 하는 비전이 있었다.
그런데 여전히 백성에게 글을 알려주면 상관을 고발하고 대든다고 해서 대다수 관료들은 반대한다. 이것이 세종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기득권의 반발이었던 것이다. 
 
세종은 백성들의 수준인 민도를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리려고 했다. 그럴 때만이 비로소 관리들에게 무시도 안 받고 동시에 스스로 민유방본이 되는 도리라고 가르치고 배워왔는데 그렇다면 나라의 근본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지 하는 과제가 생겨난다. 바로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시간이라는 정보를 나눠주었고 문자라는 권력을 제공했다. 측우기, 해시계, 한글과 같은 많은 과학적 발명품들이 ‘나라의 근본’을 제대로 놓기 위해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장영실을 영입하고 비밀작업을 한 것이다. 이런 모든 과정을 작게 돌아보면 사건 하나하나가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나라의 근본을 튼튼히 하는 일이 되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백성은 감동했고 감동한 백성들은 임금을 자랑스러워했다. 이것이 세종을 세종으로 부르며 오늘날 그를 가장 많이 기리는 이유일 것이다. 지금과 같은 인권 강조의 시기에도 어려운 다음과 같은 명령은 세종비전의 핵심 콘텐츠다. 그것은 감동이었다.
 
‘출산을 앞둔 여자종은 물론이고 그 남편인 남자 종에게도 한 달 간의 산후 휴가를 주라’
 
세종신문 대표 김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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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3/19 [15:59]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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