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 > 실록여행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실록여행68 - 전염병보다 무서운 굶주림
 
김태균   기사입력  2020/03/12 [15:54]
코로나19로 국내경제도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고 국제적으로도 위기상황이 점점 더 높아져 가고 있다. 국가간 이동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확진자와 사망자가 크게 늘고 있는 이탈리아는 자국내 인구이동을 금지시키는 초강수를 두었다. 

국내 실물경제는 할말을 잃을 만큼 얼어붙었다. 저녁이면 가득 차던 번화가의 대형 음식점이 텅 비어 버렸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가지 않는 것이다. 음식점뿐만이 아니다. 거의 모든 자영업장이 그렇다. 반면에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는 일은 폭증했다고 한다. 

그런데 경제는 사람이 모여야 돌아간다. 지금 상황은 전염병이 갖고 온 후폭풍으로 경제적 재난이 시작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한다. 매출이 없고, 고정비는 계속 나가야 하고, 인건비를 감당 못하니 사람을 줄이기라도 해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 이어지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세종시대에도 전염병은 많았다. 그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한 장면이다. 세종 14년, 서기 1432년이다.
 
임금이 말하기를,
“지금 서울 안에 전염병이 크게 유행하는 것을 알 수 있으니, 오부로 하여금 구료에 힘쓰게 하라. 또 성중(城中)의 공사가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경기의 선군들도 와서 역사에 나가고 있으니, 이 무리들이 아마 집을 떠난채 전염병에 걸린다면 반드시 〈죽음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그 중 다음달의 역사에 나가기 위하여 올라오는 도중에 있는 선군은 통첩을 내어 돌아가게 하는 것이 어떠할까.”하니, 종서 등이 아뢰기를,
“전염병은 여러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서 잘 퍼지는 것입니다. 신 등의 생각이 이에 미치지 못하였는데, 주상의 말씀은 옳습니다.” 하였다. 이어 서울 안의 긴급하지 아니한 모든 공사를 정지하라고 명하였다.(14년 4월 22일)
 
전염병이 유행하고 있다. 한양에서 공사가 많아 지방의 일군들을 불러 올리는데 이들이 전염병에 걸리면 큰일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병이 잘 퍼지니 이들을 올라오지 못하게 하자는 논의다. 결국 사람들을 모이지 못하게 하고 긴급하지 않은 공사는 모두 정지하게 했다. 지금 상황과 유사하다. 

모든 모임들이 없어졌다. 학교 입학식조차도, 수업 강의조차도 사라지고 있다. 모여서 해야 하는 일은 다 없어지는 셈이다. 이것은 즉시 경제적 재난상황으로 이어진다.

정치권에서 재난 기본소득 100만원 이야기가 나왔다. 엄중한 시기에 이 논의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이므로 국가차원에서 모든 국민들이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말이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유불리를 따지며 총선국면과 맞물려 해석하고 비판하기에 나섰다. 그런데 이게 간단치가 않다. 정치적인 해석과 논쟁속에 머물러 있으면 안된다. 사실 기본소득은 지금까지 다양하게 실험되어 왔다. 다양한 공동체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받았다.

기본소득이란 ‘보편적’이어야 한다는 개념이 붙어 있다. 누구나, 개인에게, 현금을, 정기적으로, 무조건적으로 주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가라고 묻는 사람이 많다. 지금과 같은 높은 생산성과 잉여가치가 많은 시대가 없었는데 그것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가 양극화, 빈부격차다. 이것이 계속적인 사회공동체의 갈등원인임은 부인할 수 없다. 최근 신자유주의 시대 30년간의 양극화는 심각한 불평등을 낳았다. 상위 10%의 부는 3만%증가했지만 하위 50%의 부는 1% 증가했다고 한다.

기본소득에 찬반 양론이 있을 수 있지만 정당한 근거와 가능한 재원마련 구조를 설명하는 것은 가능하다. 기본소득은 바닥 높이기이다. 절망의 늪에 빠져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패를 딛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기도 하다.

세종시대 실록의 기록속에는 불쌍한 눈먼 종이 굶주리는 이야기가 나온다. 세종 14년의 일이다.
 
임금이 전염병에 걸린 자를 구호하지 못하고, 혹 생명을 상하게 하는 데에 이를 것을 염려하여 사람을 시켜서 거리를 돌아보게 하였더니, 소격전(昭格殿)의 종인 눈먼 여자 복덕(福德)이 아이를 안은 채 식량이 끊어져서 거의 죽게 되었다 하므로 임금이 놀라서 즉시 소격전의 전지기[殿直] 선숭렬(宣崇烈)과 북부령(北部令) 유열(柳悅)을 형조에 내려 추국(推鞫;의금부에서 왕명에 따라 죄를 심문하는 일)하게 하고, 복덕에게는 쌀과 콩 각 1석(石)을 주게 하였다. 대언들에게 이르기를,
“하사한 쌀을 다 먹은 뒤에는 또 다시 굶주릴 것이니 어떻게 구제하겠는가.”
고 하매, 안숭선이 아뢰기를,
“여러 곳을 방문한다면 이와 같은 사람이 1, 2명이 아닐 것입니다. 이 사람은 다행히 성상께 알려져서 특히 쌀과 콩을 하사 받았으나 앞으로는 어떻게 계속할 수 있겠습니까. 마땅히 그의 족친(族親)에게 맡기거나, 또 당해 관사(官司)로 하여금 구호하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니, 그대로 따르고, 이어 한성부에 전지하기를,
“다만 전염병에 걸린 사람뿐 아니라, 유리(流離)하여 양식이 떨어진 사람들도 죄다 찾아서 아뢰라.” 하였다.(14년 4월 23일)
 
소격전은 국가가 운영하는 관청이다. 그 관청에 근무하는 여종 복덕이 아이를 안고 굶주려 죽게 된 상황을 알게 된 세종의 조치였다. 당장 관리자와 책임자를 문책했다. 관청에 근무하는 사람조차도 이 지경이니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더 심할까를 염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상황에서 만약 재난기본소득이란 개념이 있고 이것을 실행할 상황이 된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최소한 굶주림만은 면하게 해 줄 수 있다면 다시 삶의 희망을 건져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세종 26년에도 전염병이 돌았다. 대책을 세우는 내용에는 반드시 ‘주린 백성’을 먹이는 방안을 함께 내린다. ‘한사람이라도 죽게 되면 벌을 내릴 것’이라며 각오를 단단히 하라고 부탁한다. 
 
한성부(漢城府)에 전지하기를,
“정사년에 주린 백성으로 서울 도성에 몰려들어 사는 자를 한 곳에 모아서 구제하였더니, 주린 자들이 대부분 배불러 먹어 거의 살아났으나, 여름이 되매 병에 걸리고 곧 서로 전염되어 마침내 사망한 자가 자못 많았다. 이제 만약 주린 백성을 한 곳에 모두 모이게 한다면 폐단이 도로 전과 같을까 참으로 염려되니, 마땅히 동·서 활인원(東西活人院)이나 각 진제장(賑濟場)에 나누어 거처하게 하여 곡진하게 진휼을 더하고, 질병을 얻은 자는 다른 사람과 섞여 살게 하지 말고, 본부 낭청(本府郞廳)과 오부 관리(五部官吏)가 고찰(考察)을 나누어 맡아서 의료(醫療)하는 방책을 소홀하게 하지 말도록 하라. 만일 한 사람이라도 죽게 되면 죄주고 용서하지 않겠다.” 하였다.(26년 3월 16일)
 
지금 코로나19라는 전염성 바이러스 문제는 의료보건의 문제를 넘어서서 경제적 재난의 문제로 넘어가고 있다. 이때 어려움에 처한 구성원들의 삶을 지탱해 준다는 차원에서 재난기본소득의 한시적 시행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굶주림은 역병만큼 절망적이기 때문이다.
 
세종신문 대표 김태균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0/03/12 [15:54]  최종편집: ⓒ 세종신문
 
※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 글을 게시하고자 할 경우에는 실명인증 후 등록하셔야 합니다.
실명확인 된 게시물은 실명인증확인 여부가 표시되며, 실명확인 되지 않은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게시물은 선관위의 요청 또는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본 실명확인 서비스는 선거운동기간(2020.04.02~2020.04.14) 동안에만 제공됩니다.
※ 일반 의견은 실명인증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가장 많이 읽은 기사
[여론조사] 최재관·김선교 43.6% 동률, 피 말리는 접전 / 송현아 기자
“여주·이천 접경은 함께 발전할 지역” 화장장반대비대위 집회 / 김영경 기자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 여주민들레학교 지원 절실 / 김영경 기자
여주시의회서 재난기본소득 조례안 및 예산안 통과 / 김영경 기자
대진국제자원봉사단, 여주시에 마스크 10만장 제작 기부 / 김영경 기자
‘하리제일시장’ 여주시가 매입한다 / 송현아 기자
최재관 후보 후원회장에 ‘이낙연’ 확정 / 송현아 기자
여주시, 아동양육 지원 1인당 40만원 상당 포인트 지급 추진 / 송현아 기자
여주시‧양평군 선거구 총선 후보 5명 등록 마쳐 / 송현아 기자
대신면 주민들, 코로나19 방역 한 달째 / 김영경 기자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