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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강행실(三綱行實)》의 생민의 길
세종 생생[거듭살이]의 삶
 
김광옥   기사입력  2020/02/27 [11:50]
▲ 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세종은 모든 사람이 새로운 삶을 살기를 바랐다. 이는 바로 사람이 어떻게 하면 흐려진 본성을 찾아 갈고 닦아 새로운 사람에 이르는가를 모색하는 유교의 명제이기도 하다. 《세종실록》을 읽으면서 여러 사례들을 찾던 중 아래《삼강행실(三綱行實)》반포의 글[교서]을 꼼꼼히 읽어보게 되었다. 세종의 철학을 이리도 명쾌하게 요약해 놓은 글을 빙빙 돌다 찾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음[훈민정음]이 생기기 이전 한자로 쓰여진 세종의 사상을 볼 수 있다. 세종 16년 4월 27일의 교서를 찬찬히 보자.
 
《삼강행실》과 자신지지自新之志

삼강은 사람이 가져야 할 도리의 큰 틀이다. 고금의 사적을 편집하고 아울러 그림을 붙여 이름을 《삼강행실(三綱行實)》이라 했다. 
(《삼강행실(三綱行實)》을 인쇄하여 반포하고 가르치도록 하고 그에 대한 교서를 짓게 하다)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생각건대, 하늘이 준 바른 덕과 진심[降衷] 그리고 의젓하게 타고난 천성은 생민이 똑같이 받은 것이라, 인륜을 도타이 하여 풍속을 이루게 하는 것은 나라를 가진 자의 선무(先務)이다. … 나라에서는 널리 학식이 있는 자를 구하여, 귀천(貴賤)을 말할 것 없이 항상 가르치고 익히게 하여, 부녀까지도 가족[친속]으로 하여금 정성껏 가르쳐 분명히 깨달아 모두 다 알도록 하고, 입으로 외우고 마음으로 생각하여 아침에 더하고 저녁에 진취하여, 그 천성의 본연(本然)을 감발하지 아니하는 자가 없게 되면, 아들된 자는 효도를 다할 것을 생각하고, 신하된 자는 충성을 다할 것을 생각하며, 남편된 자와 아내된 자도 모두 자기의 도리를 다하게 되어, 사람들은 의리를 알고 스스로 새롭게 하려는 뜻을 진작(振作)할 것이니, 교화(敎化)가 행하여지고 풍속이 아름다와져서 더욱 지치(至治)의 세상에 이르게 될 것이매, 오직 너희 예조(禮曹)는 나의 지극한 마음을 몸받아 중외(中外)에 효유하라, 하였다.(《세종실록》 16/4/27)  

위 말씀을 풀어보자. 

전제 : 하늘이 준 바른 덕과 진심[降衷], 그리고 의젓하게 타고난 천성은 생민이 똑같이 받은 것이라 인륜을 도타이 하여 풍속을 이루게 하는 것은 나라를 가진 자의 선무(先務)이다. 
· 오교(五敎)를 펴는 도리로 … 고금의 충신(忠臣)·효자·열녀 중에서 뛰어나게 본받을 만한 자를 뽑아서 그 사실을 따라 기록하고, 아울러 시찬(詩贊)을 저술하려 편집하였다. 
· 어린 백성들이 아직도 쉽게 깨달아 알지 못할까 염려하여, 그림을 붙여 《삼강행실(三綱行實)》이라 한다.
천성이 같게 태어난 생민은 풍속이 흐트러져 있어 윤리도 함께 바르지 못한 바 이를 바로 잡아 스스로의 본성[인간성]을 찾아 ‘바른 생민’이 되게 하는 것이 정치가 할 선무, 즉 우선할 의무인 것이다.

회유의 방술 : · 항상 가르치고 익히게 하여, 부녀까지도 친속(親屬)으로 하여금 정성껏 가르친다. 
· 분명히 깨달아 모두 다 알도록 하고, 
· 입으로 외우고 마음으로 생각하여 아침에 더하고 저녁에 진취하여,  
· 그 천성의 본연(本然)을 감발하지 아니하는 자가 없게 되면,  

반응[개인] : · 아들된 자는 효도를 다할 것을 생각하고, 신하된 자는 충성을 다할 것을 생각하며, 남편된 자와 아내된 자도 모두 자기의 도리를 다하게 되어, 
· 사람들은 의리를 알고 스스로 새롭게 하려는 뜻을 진작(振作)할 것이니, 

반응[사회] : · 교화(敎化)가 행하여지고 풍속이 아름다워져서, (化行俗美)
· 더욱 지치(至治)의 세상에 이르게 될 것이다. (益臻至治之風)

이런 근거로  예조는 나의 지극한 마음을 몸받아 중외(中外)에 효유하라고 말한다.
세종이 생각하는 바 학습을 통하여 천선의 본연을 감발하면 새롭게 할 뜻[자신지지自新之志]을 세우고 스스로 생민이 될 것이라 한다. 

▲ 삼강행실도.     © 한국학중앙연구원

학습효과 혹은 피그마리온 효과 

이를 현대 심리학으로 풀어보면 ‘학습효과’ 를 기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랜 시간  특정 주제를 공부하거나 특정 분야에서 활동하면 관련 내용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가 형성되어 생활의 변화를 일으킨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 하더라도 일상에서 경험하고 스스로 깨우치게 되면 보다 나아진 상황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학습효과라 할 것이다. 다른 용어로 풀면 피그마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전설에 피그마리온이라는 조각가가 있었는데 그는 세상의 여자들에게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자신이 사랑할 수 있을 만한 아름다운 여인을 조각하기 시작했고 조각이 완성되자 그 조각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사랑의 아픔에 시달리던 피그마리온은 아프로디테 여신의 신전(神殿)을 찾아가 자신의 사랑을 이루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피그마리온은 집으로 돌아와 조각을 꼭 끌어안았는데 차디차던 조각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조각에 입맞춤을 하자 따스한 체온이 느껴졌고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결국 피그마리온은 조각이었던 그 여인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황당무계한 전설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보기 위해 실험을 한 사람들이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로젠탈(R. Rosenthal)과 제이콥슨(L. F. Jacobson)은 1968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전교생 650명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점수와는 상관없이 무작위로 20%의 학생을 뽑아 해당 학교의 교사들에게 ‘지적 능력이나 학업성취의 향상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객관적으로 판명된 학생들’이라고 통보했다. 8개월 후 이들은 다시 전체 학생들의 지능검사를 실시하여 처음과 비교해 보았다. 그런데 명단에 속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평균점수가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예전에 비하여 성적이 큰 폭으로 향상되었다. 교사들은 명단 속 아이들이 지적 발달과 학업성적이 향상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정성껏 돌보고 칭찬했고 아이들은 공부하는 태도가 변하고 관심도 높아져 결국 능력까지 변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효과가 일어나는 이유는, 사람은 상대방의 기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기대를 갖고 상대의 장점을 끌어주기 위한 노력을 한다면 상대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참고 : 사회복지 백과사전)

세종이 백성에게 기대한 것도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진정한 믿음과 기대만이 백성의 숨은 능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이러한 피그마리온 효과와는 반대로 나쁜 사람이라고 부정적인 낙인이 찍히면 그 낙인에 걸맞은 행동을 한다는 낙인효과(Stigma Effect)도 있다. 백성은 어리석다는 편견을 가진 양반층의 의식으로는 사회가 변화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삼강행실도》를 통해 세종의 인간 긍정의 정신과 마음을 살필 수 있다.  

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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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2/27 [11:50]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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