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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삶이 마음의 길
 
김광옥   기사입력  2020/02/14 [10:37]
▲ 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마음의 자리

세종의 마음에 대하여 알아보고 있는데 마음과 생각의 관계는 어떠할까.  
먼저 마음이란 무엇인가. 한 예를 들어보자. 
여름철에 매미가 울 때, ㉠우는 객체 즉 바깥 나무에 있는 매미[유물唯物]가 운다고 알거나 ㉡듣는 주체인 '나(내)‘가 들어서 그 소리가 있다는 것을 안다.[유심唯心] 그러나 이는 두 논리에 빠진 것이다. 서로 꼬리를 이어[연기緣起] 소리가 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마음은 내적인 대상이나 외적인 대상이 있을 때 비로소 작용하게 된다. 그 작용을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심리학에서 우리가 무엇을 알았다고 하는 것을 흔히 마음이 안 것이라고 하지만 그 근본은 뇌가 안 것이라 한다. 뇌가 인식한 것을 마음이 인지하고 안 것으로 여긴다는 것인데 결국 안다고 할 때 뇌와 마음이 다 작동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오래전 사람들도 알고 있은 듯하다.
한자의 ‘생각하다’의 사思를 보면 그 속에 머리와 가슴이 다 들어 있는 것이다. 
 
 
생각, 다시 생각한다 

세종은 생각하는 임금이었다.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은 어떻게 기록되고 있을까. ‘생각한다’는 뜻은 한자로 ‘사思, 념念, 유惟(생각할 유)’ 등으로 나타난다. 《조선실록》 속의 ‘생각’은 국역으로 총 44,986건인데 세종은 2,878건이 된다. 세종의 비중이 많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이것으로만 ‘생각하는 임금’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신하들이 상소를 올릴 때는 ‘그윽이 생각하다’[절유竊惟] 라는 표현을 쓴다. 더불어 ‘반복사지反復思之’를 쓰기도 한다. ‘절유’는 《조선실록》748건 중 세종 131건으로 비례로 보아 많다. ‘절유’는 변계량의 ‘찬락천정기撰樂天亭記’ (《세종실록》1/9/4)에서 쓰고 있다. ‘반복사지’는 《조선실록》 총 129건 가운데 세종 조에 51건이다. 그밖에는 몇 임금에서 보일 뿐이다. 신하들도 세종의 ‘여경사지’를 닮아 진언할 때도 몇 번이나 생각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신하들의 ‘반복사지反復思之’에 대해 세종도 때로는 같은 말로 시작하지만 그보다는 ‘신중한 생각’ 혹은 ‘깊은 생각’을 뜻하는 ‘나는 다시 생각하건대’의 ‘여경사지予更思之’를 쓴다. 이는 실록 원문 총 79건 가운데 세종 조에 38건으로 실록 전체의 반을 차지한다. 세종은 생각하는 ‘사색의 정치가’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특이한 것은 생각하는 풍토가 다른 임금에서는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세종 조에는 임금을 따라 신하들도 생각하고, 다시 임금이 생각하여 일을 처리하는 선순환의 습관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어느 때 세종의 모습을 ‘여경사지’로 표현하고 있을 까. 몇 예를 보자.
 
여경사지 予更思之 (다시 생각한다) 
· 노복 문제 : 《세종실록》 7/11/29 
· 노비공 문제 : 세종 14/6/5
· 이만주 보호 포로 가서 거느리고 올 일 : 《세종실록》 14/12/21 
· 새매 진헌 문제 : 《세종실록》 15/12/14
· 야인 토벌 책 16조목 : 《세종실록》 19/6/19  
· 흥천사 절 문제 : 《세종실록》 21/4/19 
· 온천욕 간청 거부 : 《세종실록》 25/1/10    
· 임영군 집 이어 건 : 《세종실록》31/6/18 등
 
세종이 숙고하는 일들의 내용은 말썽 피는 양녕 형님 문제, 형벌, 강무, 노비, 국경 포로, 의창, 인사, 중국과의 예물, 야인 토벌책, 왜인, 흥천사 불교 문제, 온천행 병치레, 중궁의 병환문제, 한재旱災 등 실로 깊이 생각하고 처리해야 할 문제들이었다. 모두가 늘 있는 일이 아닌 하나같이 중대한 일인 것을 볼 수 있다. 하나의 예만 더 보자.  
 
여경사지 : 내 온천 목욕을 세 번이나 하였어도 별로 신통한 효과가 없었소. … 나의 병은 하늘이 준 것이니 온천이 어찌 능히 내 병을 고치겠소. 항상 생각하기를, 앞으로는 성문 밖을 나가지 아니하여 남에게 속는 것을 피하고 ‘천명(天命)을 기다리려 하오. 내 뜻은 이미 정해져 있으나 대신들이 힘써 청하니, 내 다시 생각하겠소.(予更思之).’ (《세종실록》 25/1/10) 
 
이는 피할 수 없는 병과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는 절실한 경우다. 이밖에도 ‘깊이 생각한다’는 표현은 더 있다. 여경사지의 유사어로는 ‘고지반복考之反覆’, ‘반복사지反復思之’, ‘중념重念’, ‘상념想念’ 등이 있다. 
 
반복사지 : 대신들이 계속해서 양녕 대군을 출입시키지 말 것을 청했으나 … ‘다시는 아뢰지 말라고 명하기까지 하시니, 신 등은 되새기고 되새기어 생각해 보아도(반복사지反復思之) 그 옳음을 알지 못하겠나이다.’ (《세종실록》 9/5/11) 
 
양녕은 두고두고 골칫거리 존재였다. 부왕 태종에게 대들어 임금을 세종에게 양위한 바 있다.
 
상고 : 사람들의 어질고 어질지 못한 것에 대하여 매우 자세히 살피고 되풀이하여 상고(고지반복考之反覆) 한 후에 나도 다시 살펴서 선택하겠다.(《세종실록》 5/11/25) 
 
세종에게 있어 자세히 살피고 되풀이하여 생각한 뒤에 결정하는 원칙은 관행이 되어 신하들에게 전이되고 신하들도 생각하는 버릇을 갖게 된다. 남을 보고 닮아가는 일종의 ‘거울효과(mirror effect)’를 갖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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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2/14 [10:37]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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