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신철희 정치칼럼 ⑮ 민주주의에서 누가 주인인가?
 
신철희   기사입력  2020/02/12 [15:04]
▲ 신철희 여양 한강문화연구소 소장   
우리는 민주주의의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민주주의가 좋다는 것을, 적어도 대놓고 부인하는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아직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나라들도 국호에 ‘민주주의’를 쓰고 있다. 그만큼 오늘날 민주주의는 세계 보편적인 가치와 제도가 됐다.

그런데 당연하게도 사람마다 민주주의를 다양하게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공동체의 문제를 결정할 때 많은 사람의 의견을 따르는 다수결주의가 민주주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 경우라도 소수의 의견과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또 인민이 가능하면 직접 참여해서 결정하는 직접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본래 의도에 부합하다고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오늘날 직접민주주의는 현실에서 불가능할 뿐 아니라, 더 나가서 오히려 유권자가 뽑은 대표로 하여금 민의를 대변하게 하는 간접(대의) 민주주의가 더 우월한 제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또 민주주의를 제 멋대로 해석해서 악용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가끔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민폐를 끼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제지하려고 하면, ‘민주주의 국가에서 내 마음대로 하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고 오히려 적반하장의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것을 민주주의라고 생각하는 (또는 생각 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자유가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이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쳐도 된다는 말은 결코 아닐 것이다.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그 본래 뜻과 기원을 잠시 살펴보자. 민주주의(民主主義)는 그리스어 ‘demokratia’를 번역한 말인데, 민중이나 인민을 뜻하는 ‘demos’와 통치, 지배를 가리키는 ‘kratos의 합성어다. 즉, 인민이 통치하는 정치체제를 민주정(민주주의)이라고 부른 것이다. 당시에는 왕정이나 귀족정과 구분되는 새로운 통치방식이었다.

민주주의가 처음 꽃을 피운 곳은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들이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테네가 대표적이다. 아테네에서도 처음부터 인민이 정치를 주도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귀족만이 시민 자격을 가지고 있었고, 또 그들만 전쟁에 나가서 싸웠다. 그러나 전쟁국가였던 아테네는 어쩔 수 없이 중산층을 군대에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그들이 중무장 보병으로서 군대와 아테네 정치의 중심세력으로 자리를 잡아가게 된다. 그리고 하층민까지 전쟁과 정치에 참여하면서 아테네 민주정은 최전성기를 맞는다.

그런데 사실 아테네 민주주의는 허점이 많았다. 시민권은 여전히 소수의 남자에게 한정되어 있었고, 민주정을 지배하게 된 민중의 지나친 욕심은 공동체의 결정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았다. 또 민주주의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제도도 제대로 발전시키지 못했다. 결국 스파르타와의 전쟁에서 패배함으로써 민주주의도 지구상에서 오랫동안 사라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에서 처음 시작된 민주주의는 인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왕이나 소수의 귀족들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 스스로 공동체와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하고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아테네에서 유행했던 비극도 이렇게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민주정의 시민들을 교육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민주주의의 역사와 기원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필자의 칼럼이 늘 그렇듯이 우리정치 현실을 돌아보기 위한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우리 정치에서 우려스러운 것 중에 하나는 유권자들이 특정 인물을 우상화하거나 마치 연예인 대하듯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에서도 물론 지도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시민 각자가 주인인데, 마치 어떤 영웅이 갑자기 나타나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처럼 기대하거나,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은 마치 무결점의 인물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에 맞지 않는 태도다. 조금 거칠게 말하면, 문재인 대통령도, 이낙연, 황교안 전 총리도, 안철수, 유승민 전 대표도, 그리고 그 어떤 정치인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라고 일시적으로 고용한 일꾼일 뿐이며, 우리 역사의 도구일 뿐이다.

21대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는데 이번에도 변하지 않는 현상이 있다. 적지 않은 후보들이 전현직 대통령이나 유력인사와 찍은 사진이 박힌 현수막을 내걸거나 이름난 정치인 누구누구와 친하다는 것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한 명 한 명이 헌법 기관이고 그  주임무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되겠다고 나선 공직의 역할이 무엇인지 모르는 모양이다. 이것은 또한 유권자를 바보로 아는 자기기만 행위다. 

‘나는 당신의 국민이 되고 싶어요’라고 쓰여진 지지자의 팻말에서 주객전도 현상을 읽는 것은 필자의 지나친 기우일까? 유권자들이나, 그들을 위해서 일하겠다는 정치인이나 반드시 기억해야 할 원칙은 민주주의에서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 그리고 그들이 모인 시민 전체가 주인이라는 것이다. 시민의 주인의식 없는 민주주의는 껍데기일 뿐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다양한 해석에도 불구하고, 이것 하나만큼은 결코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신철희 여양한강문화연구소장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0/02/12 [15:04]  최종편집: ⓒ 세종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가장 많이 읽은 기사
강천 쓰레기매립장 관련 여주시 규칙 상위법에 어긋나… 집행도 엉망 / 이재춘 기자
“강천면주민협의체는 매립장협의체의 자문기구” / 이재춘 기자
개혁 이행할 ‘진정한 대표’ 뽑아야 한다 / 박재영
민주당 경선자 선정, 미래통합당 출범… 여주·양평지역 총선 구도는? / 송현아 기자
[여주마을 구석구석 2] 강천면 부평리 가톨릭 성지, 그리고 한백겸 이야기 / 이재춘 기자
경기도, 신천지 강제폐쇄시설 및 방역현황 지도서비스 개시 / 송현아 기자
‘코로나19’ 직격탄에 여주 지역상권 흔들 / 송현아 기자
총선특집 공동인터뷰⑧ 변성근 “정병국으로 단일화 된다면 끝까지 싸울 것” / 21대 총선 여주양평 공동취재단
금사면 ‘이포나루두레촌’ 마을기업 선정 / 김영경 기자
여주시 공유재산 매입 계획 발표… 매입 추정가 약 730억 원 / 송현아 기자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