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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청소년 모여 ‘청소년 공간’ 마련 위한 간담회 진행
청소년들, “여주에서 노는 게 너무 답답해요” 호소
 
송현아 기자   기사입력  2019/12/29 [16:11]
‘갈 곳이 없다’는 여주지역 청소년들의 호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여주시 천송동에 위치한 청소년문화의집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에겐 접근성이 떨어진다. 여주역세권에 들어설 예정인 청소년수련관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황이다. 가남읍에 청소년문화의집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갑지만 청소년활동진흥법 제11조에 의거해 모든 읍면동에 1개소 이상 의무 설치되어야 하는 시설임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더 크다.

▲ 토닥토닥에서 진행된 '청소년 자유공간' 마련을 위한 학부모-청소년 간담회.     © 세종신문

지난 28일 오후 4시 여주한글시장에 위치한 다목적 문화공간 토닥토닥(대표 김동헌, 이하 토닥토닥)에서 학부모들과 청소년들이 ‘청소년 자유공간’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날 간담회는 ‘아이돌봄문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몇몇 학부모들이 논의의 주제를 ‘청소년 공간’으로 선정한 후 제안한 간담회로, 토닥토닥을 이용하고 있는 여주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여주시 관내 학부모 6명과 시민 김동헌, 세종중 학생 2명과 여주여중 학생 2명이 참석했으며 유필선 여주시의회 의장과 최종미 시의원, 최재관 민주당 총선 예비후보가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함께했다.

여주의 청소년들은 방과후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에 따르면, 학원에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여학생들은 중앙통을 돌아다니거나 동전노래방에 가고, 남학생들은 게임을 하러 피씨방에 가거나 학교운동장에서 농구나 축구를 즐기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노래방과 피씨방은 청소년 전용공간이 아니어서 유해환경에 노출되기 쉽고, 학교 운동장은 개방하지 않는 곳이 많아 불편하다고 한다. 주변에 공원이 없어 자전거를 타려면 강변까지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일일이 부모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친구를 편하게 만날만 한 곳도 없다. 유튜브를 보며 춤을 추는 아이들이 많지만 ‘벽면 거울’이 설치된 공간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슷한 여가생활이 반복되는 것이 지겨워지면 영화관람과 쇼핑을 위해 전철이나 시외버스를 타고 여주 밖으로 나가지만 청소년들의 입장에선 금전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먼 거리를 오고가는 과정에 이러저러한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고. 아이들은 “언제까지 여주 밖으로 나가야 하냐”고 어른들에게 되물었다.

▲ 간담회에서 진지하게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여주지역 청소년들. 왼쪽부터 세종중 1학년 정00, 2학년 최00 학생, 여주여중 1학년 서00, 유00 학생.     © 세종신문

▲ 간담회에 참가 청소년들은 친구들과 함께 청소년 공간에 대한 의견을 나눈 후 커다란 종이에 빼곡히 적어왔다.     © 세종신문

여주 청소년들에겐 노는 공간만 부족한 게 아니다. 수행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조별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영상편집이나 프레젠테이션 작업이 가능한 컴퓨터가 있어야 하는데, 학교 컴퓨터실은 이용시간이 정해져 있고 집에는 이 작업이 가능한 컴퓨터가 없는 아이들이 많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컴퓨터와 복사기를 쓰면서 조별 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들이 느낀 것은 ‘시설’과 ‘공간’의 부재만이 아니었다.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현 청소년 세대들은 타 지역과의 문화적 수준 차이를 확연하게 느끼고 있었다. 청소년 시절 할 수 있는 경험의 폭이 여주 안에서는 너무나 좁다는 것이다. 듣고 있는 학부모들 입에서 한숨이 세어 나왔다.

이날 참가한 학생들은 모두 집과 학교가 도심에 있는 아이들이었는데, 면단위 학교 주변으로 가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은 학부모들은 가까이에서 해결책을 찾아 빠르게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아이들의 접근성이 좋은 학교 주변에서 유휴시설이나 활용가능한 공간을 찾아내는 방법, 이미 운영되고 있는 시설에 청소년 관련 인력과 프로그램을 지원해 청소년들까지 수용하게 하는 방법 등 하루라도 빨리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것이다.

청소년 공간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하는 과정도 필수다. 청소년 공간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전담 인력이나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청소년들이 공공시설의 공간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타 지자체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공공시설 통합 예약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생각해 볼 과제다.

▲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청소년들과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 세종신문

무엇보다도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청소년들이 원하는 것은 잘 지어진 대규모의 시설이 아니다. 지금 당장 친구들과 모일 수 있는 아늑한 공간, 함께 대화하고 간식 먹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원한다. 공간과 안전 관리 담당자만 있으면 아이들은 그 곳에서 스스로 놀거리를 찾는다. 어른들의 시각이 아닌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공간이면 된다.

이날 간담회를 마친 학부모들은 마음이 바빠졌다. 할 일이 없고 갈 곳이 없어 거리를 방황하는 아이들이 눈에 밟히니 하루라도 늦출 수 있겠나. 다음 모임에는 몇몇 공간에 대해 미리 알아보고 모이자는 약속을 했다. 엄마들이 대책을 찾기 위해 나서고 있는 이 때, 청소년 관련 기관과 단체, 시와 의회가 손을 잡아주어야 한다. ‘청소년이 행복한 여주’는 민과 민이 연대하고 민과 관이 협력할 때 이루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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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2/29 [16:11]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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