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획] 여주시 농민수당, ‘개념’부터 ‘쟁점’까지
 
송현아 기자   기사입력  2019/10/22 [11:35]
제42회 여주시의회 임시회가 ‘농민수당’ 논란을 남긴 채 마무리되었다. 시의원들 안에서는 조례안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고, 조례안이 부결되자 농민들의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이를 접한 다수의 시민들은 농민수당의 개념도, 필요한 이유도, 추진과정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표면적인 찬반논란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농민수당의 기본개념부터 추진과정, 조례안 부결 과정에서 드러난 쟁점까지 짚어보기로 한다. 

▲ 지난 2018년 12월 5일 여주시농업인단체협의회, 이통장협의회, 상인연합회 공동 주최로 여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된 농민기본소득 강연 및 토론회.     © 세종신문


농민수당의 개념과 제기 배경
 
농민수당은 지자체가 농민들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보조금이다. 좁게는 농가의 소득에 일정한 도움을 주어 농업의 안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고, 넓게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고 보상하는 차원에서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농가 소득은 연간 평균 4,200여만 원으로 이는 도시 근로자 가구 소득의 65%에 불과하다. 벼농사를 짓는 농가의 실질적인 소득은 최저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여기에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농촌사회는 심각한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10년 후엔 인구 100명 당 농가 인구가 3명에 불과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지역사회 자체가 유지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농업현장에서는 농가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라고 말한다. 안정적인 소득을 바탕으로 농촌생활이 가능해 질 때 농촌사회와 지역경제도 살아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농업은 농산물 생산과 동시에 수자원 관리, 공기정화, 환경보전, 국토의 보전·관리, 경관 제공, 지역공동체 유지 등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것을 농업의 공익적 가치라고 한다.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은 시장에 내다 팔면 그 가치에 대한 지불이 이루어지지만 공익적 가치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농민에게 지불하지 않는다. 이에 정부나 지자체가 그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농민수당이 제기된 또 다른 배경 중 하나다. (물론 정부의 ‘농업 직불제’도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보상의 일환이지만 지역적 특성이 고려되지 않는 등 그 한계가 분명하다.)

농민수당은 이와 같이 농가의 소득을 안정화하기 위한 복지수당으로서의 개념과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보상차원이라는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번 농민수당 조례안 심사 과정에서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이고, 반대를 한 의원들은 복지수당 개념에 무게를 두면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농민소득 자체가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니 둘 다 타당한 주장일 수 있다. 그러나 농가소득이 안정화되어야 농업이 유지될 수 있고 그래야 농업의 공익적 가치도 지역사회도 유지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 두 가지 성격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농민수당의 두 가지 성격을 대립시키는 논쟁은 답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찬반 논쟁보다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통한 실질적 대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



여주시 농민수당 추진 과정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본소득’ 제도의 상징적 인물이다. 기본소득이란 성별‧연령‧계층‧지역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국가로부터 정기적인 소득을 지급받는 제도다. 기본소득 제도 실현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이 지사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끊임없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기본소득위원회를 설치한 후 ‘농민기본소득’ 도입을 천명, 6개 시·군이 시범도입을 추진 중에 있다. 한편으로는 도 차원에서 올해부터 만 24세 청년에게 한해 총 1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기본소득(청년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여주시에서도 농민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지난해 9월 민주당 여주·양평지역위원회 차원에서 ‘농민기본소득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세 차례에 걸친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러한 공론화 과정은 주로 농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고, 지역 상인회 등 소상공인들도 공론화 과정에 결합해 지역화폐로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한 일정한 기대를 표출했다.

올해 들어서자마자 여주시는 경기도에 50%에 해당하는 사업비 분담을 요청했다. 이후 농민수당을 먼저 도입한 대표적인 사례인 전남 강진군과 해남군을 벤치마킹해 구체적인 지원 기준과 범위를 정한 뒤 관련 조례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7월 보건복지부와의 최종 협의를 통해 농업인 모두에게 무조건 지급하는 방식인 ‘농민기본소득’ 대신 일정한 기준을 두고 농가별로 지급하는 ‘농민수당’으로 그 성격을 전환, 각 읍면동을 돌며 공청회를 실시하고 조례안을 완성해 제42회 여주시의회 임시회에 제출했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는 애초 농민기본소득보다 후퇴한 내용의 농민수당에 대한 농민들의 문제제기가 표출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여주시가 마련한 농민수당 지급안은 2년 이상 여주시에 주소를 두고 농업경영체로 등록된 1만1천4백여 농가를 대상으로 연 60만원을 지역화폐인 ‘여주사랑카드’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단, 농업 외 종합소득금액이 3천7백만원 이상인 농가는 제외되며, 부부가 각각 농업경영체에 등록된 경우에는 하나의 경영체만 인정된다.  

▲ 지난 2018년 12월 11일 경기도농민단체협의회와 여주시상인연합회, 양평물맑은상이연합회가 경기도청 앞에서 ‘농민기본소득제 도입 및 농업예산 확대를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세종신문


쟁점은 ‘형평성’과 ‘예산부족’
 
여주시의회에서 농민수당 지원 조례안이 부결된 이후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도 ‘농민수당’ 제도 자체에는 찬성한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그만큼 농민수당이 제기된 배경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늘 등장하는 ‘형평성’과 ‘예산’이다.

형평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농민뿐만 아니라 지역 소상공인, 도예인, 예술인, 택시업계 등 소득이 불안정한 다른 계층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도비 지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100% 시 예산만으로 농민수당을 실시할 경우 다른 직업군이 느낄 수 있는 상대적 박탈감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행 시기도 쟁점 중 하나다. 조례 제정을 서두르자는 의원들은 먼저 시행하는 시군에 도비 매칭 가능성이 커지므로 미리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입장이고, 이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시 예산만으로는 부담이 크니 도비 지원이 확정 된 후 실시하자는 입장이다.
 
농민수당 제도 자체는 필요하다는 공감을 바탕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입장 차이는 예산문제(도비 지원 등)가 해결되면 풀리는 측면도 있겠으나 농업의 공익성을 인정하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 우선되지 않는 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농민수당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다른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와 설득의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 지난 제42회 여주시의회 임시회 2차 본회의 전 약식집회를 하고 있는 농민들.     © 세종신문


‘기본소득’ 사회적 논의, 여주에서도 시작돼야
 
기본소득제도는 더 이상 먼 세상 얘기가 아니다. 사회보장제도가 잘 정비된 유럽의 국가에서는 자녀가 어린 부모에게 지급하는 양육수당, 일자리가 없는 청년에게 지급하는 청년수당, 직업이 없는 성인에게 지급하는 실업수당, 고령자에게 지급하는 연금 등 생애 주기에 따라 촘촘하게 기초 생활을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이나 아동수당도 ‘기본소득’ 제도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기초노령연금 등 일부 현금성 복지 지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크고 작은 논란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여주시 농민수당에 대한 논란도 이러한 흐름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혹자는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선심성 행위가 아니냐며 기본소득 문제를 진영논리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현 시대의 정책적 흐름이 ‘기본소득’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유승민 의원, 정병국 의원 등 야권에서도 기본소득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자유한국당 여의도연구원장인 김세연 의원은 기본소득제도에 대해 “보수 진영에서도 시대 변화에 맞춰서 전향적으로 고민해 볼 내용”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임시회가 남긴 농민수당 관련 논란이 찬반 논란, 계층별 대립으로 확산되는 것은 누구도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조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 이미 진행되었어야 할 논쟁들이 뒤늦게 불붙은 측면도 있다. 이번 농민수당 부결사태가 기본소득 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논쟁의 방향을 전환할 책임이 여주시와 의회에 던져졌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9/10/22 [11:35]  최종편집: ⓒ 세종신문
 
마루농장 19/10/22 [16:37] 수정 삭제  
  농민수당에 대한 여주시의 현황과 대안을 구체적으로 잘 제시한 훌륭한 기사 감사히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양평촌놈 19/10/23 [20:31] 수정 삭제  
  이번에여주시에서 농민수당에대해 통과시킬것으로알고있서지요.그런데부결 다른지자체에서도 시행하고있지요. 농민들 지금 채소가격및마늘양파고추그리고사과.등등 대단한가격폭락이 있서지요.엄청힘든시기인데 농민수당부결 마음이 안좋지요. 우리양평군에서도 농민수당 지원하면좋은데 여주시에서부결되면 우리양평쪽도 힘들것 같습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포토] 여주대교의 아침, 달라진 풍경
가장 많이 읽은 기사
여주에서 ‘희귀난치병 어린이 돕기’ 손길 이어져 / 송현아 기자
[마을탐방] 오학동 ‘몸펴기 생활운동’ / 김영경 기자
여주 첫 ‘힐스테이트’ 아파트 내년 상반기 공급 / 세종신문
여주미술관, 기획전 ‘HAPPY 여주 FANTASY’ 개막 / 김영경 기자
여주·양평 지역신문 3사, 총선보도 업무협약 체결 / 송현아 기자
시골 작은학교 송촌초, 미래형 학교로 새단장 / 김영경 기자
다가오는 정치의 계절, 시민이 ‘주인’으로 우뚝 서야 / 세종신문
‘갈 곳 없는 여주지역 청소년’, 문화공간 마련 위한 집담회 열려 / 송현아, 김영경기자
동아시아 청년들, 여주 동학의 길을 걷다 / 이재춘 기자
[여주에서 엄마로 산다는 것⑤] 여주 청소년들, 갈 곳이 없어요 / 세종신문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