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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청년들이 해 볼만 한 일”
[인터뷰] 능서농원 임유정 대표
 
이재춘 기자   기사입력  2019/10/17 [14:59]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오곡나루축제가 취소되자 농민들이 판로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주시 능서면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임유정(39) 대표를 만나 농가의 현황을 들어보았다. 임 대표는 남편과 함께 고구마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인력 구하기가 어렵고 인건비가 비싸서 힘들다고 호소했다.  

▲ 12만평의 땅에 고구마 농사를 짓고 있는 능서농원 임유정 대표.     © 세종신문


여주가 고향인가?
 
나는 경남 거창군 거창읍에서 태어나 자랐고남편은 여주사람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부천에 있는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매니저로 일할 때 지인 소개로 남편을 만났다. 두달만에 상견례를 하고 석달후에 결혼했다. 남편은 군대 전역하고 여주에서 고구마 농사를 지었다. 결혼하고 바로 여주로 와서 살았으니 여주에서 살기 시작한 지도 17년이 된다. 아들 셋, 딸 하나를 낳았는데 큰 아들이 올해 열일곱 살이다. 


농장은 언제부터 운영했나?

시부모님들이 40년 넘게 개척한 농장을 물려받아 남편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결혼하고 여주로 올 때는 집안에서 살림만 하겠다고 생각했다. 친정 할아버지는 유학자이시고 아버지는 공무원이셔서 집안이 매우 보수적이라 어려서부터 여자는 살림을 잘 해야 한다고 들으며 자랐다. 여주에 처음 왔을 때 시누가 시내에서 옷가게를 하고 있었는데 출산을 하면서 그만두게 되어 내가 맡아 5년 정도 운영했다. 처음에는 꽤 장사가 잘 되었는데 아울렛이 생기면서부터 어려워져 막내가 태어날 무렵 그만두었다. 농사도 잘 하면 직장 다니는 것 보다 낫다는 생각에 바로 남편과 함께 농장 일을 시작했다. 


능서농원에는 어떤 작물들을 재배하나?

고구마를 12만평 정도 재배한다. 하우스도 열다섯 동을 가지고 있는데 그 곳에서 고구마 순도 자체적으로 재배한다. 고구마 순이 끝난 하우스에는 7월 당근을 파종해 11월에 수확한다. 고구마 순 재배는 내가 도맡아 하는데 농업기술센터에서 3년 동안 공부를 했다. 그리고 시부모님의 노하우도 전수 받았다. 우리 시아버님은 고구마 농사만 35년이 넘게 지으셨다. 지금도 시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내 나름대로의 재배방법을 가지고 있다. 고구마 농사도 2011년 이후부터 수익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09년, 2010년, 2011년에는 정말 고구마 값이 좋았다. 지금은 인건비 나가고 시설비 나가고 하면 적자나 다름 없다.


올해는 고구마 작황이 좀 어떤가?

작년에는 날씨가 가물어 고구마 작황이 좋지 않았는데 올해는 풍년이다. 작년에 비하면 30~40%이상 수확량이 늘었다. 그런데 작년에 비해 가격이 반 토막 났다. 경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고구마는 기호식품, 다이어트 식품이다보니 경기가 어려우면 사람들이 잘 사먹지 않는다. 소비자 가격은 많이 내리지 않았지만 도매가는 말 그대로 반 토막이 났다. 우리가 생산하는 고구마는 대부분이 가락동 도매시장으로 나가는데 걱정이 많다. 고구마도 조생종이 있고 만생종이 있다. 우리는 여섯 가지 종자를 재배해 8월부터 순차적으로 수확하고 있지만 가격이 너무 많이 떨어져서 본전이라도 뽑을지 걱정이다. 


오곡나루축제가 취소됐는데 어려움은 없나?

4년 전부터 오곡나루축제에 고구마를 들고 나간다. 고구마는 날씨가 추워야 잘 팔리는데 오곡나루축제 시기가 자꾸 앞당겨져 고구마 판매는 예전만 못하다. 그래도 매년 홍보를 위해 나간다. 오곡나루 축제에서 3일 고구마를 팔고나면 한 일주일은 몸살을 한다. 고구마를 대량으로 재배해서 도매시장에 넘기는 우리와는 달리 소매로 직접 팔고 있는 농가들은 축제가 취소되어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농장을 운영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농장 일을 하다 보면 몸도 많이 힘들지만 마음이 힘든 것이 더 크다. 시부모님이 평생 일궈온 농장을 물려받아 잘 한다고 하지만 그 분들 성에 차지는 않을 것이다. 고구마 순 값만 해도 수 억 원을 들이고 온 식구들이 다 달라붙어 농장 일을 하는데 늘 마음같이 잘되는 것은 아니다. 일기가 맞지 않아 피해를 보기도 하고, 시장 가격이 제 마음대로 변동되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구마 가격은 계속 떨어지는데 인건비는 계속 오른다. 최저임금이 오르니 외국인 노동자 인건비도 덩달아 올라간다.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일본, 프랑스 같은 나라들도 자국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 인건비를 차별화 하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똑같이 적용하라고 한다. 정부의 정책이 현실성이 없다보니 현장에서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고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를 쓸 수가 없어 결국 불법노동자들을 인력으로 산다.  


▲ 12만평의 땅에 고구마 농사를 짓고 있는 능서농원 임유정 대표.     © 세종신문


농장 일에서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는 때는? 

고구마 순을 재배하는 일은 고스란히 내 몫이다. 농업기술센터에서 무 바이러스 무 병균 모종을 사다가 하우스에 심어 고구마 순을 재배 한다. 유리병 안에서 모종을 키우는데 하우스에 옮겨 심으면 적응하느라 처음에는 비실비실 한다. 모종을 애지중지 키우면 하루가 다르게 파릇파릇 살아나고 잎이 무성해 지는데 그 때는 정말 고맙고 사랑스럽다. 또 1년 내내 힘든 농사를 지어 값을 두둑하게 받으면 다시 힘을 내서 새해 농사를 짓는다. 1년 동안 새벽같이 일어나 하루 종일 흘린 땀방울이 소중한 농작물 값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농사는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하늘의 기후와 사람의 능력, 시장의 가격이 맞아야 한다. 그 삼박자가 잘 들어맞을 때 정말 흥이 난다. 


농업에 대한 전망이 어떤가?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하며 아주 조금씩 농업에 대한 생각과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기술이 발달하고 유통의 방식이 바뀌면서 청년들이 농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구마를 하나 재배해도 청년들이 자기 이름 걸고 품종 하나를 차고 농사를 지으면 해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고구마를 직접 재배 하고 관리 판매까지 다 할 수 있다. 이런 일은 기술발전과 시대발전에 예민한 청년들이 유리하다. 신뢰를 가지고 성실하게 농사 짓고 양심껏 판매를 한다면 그 노력만큼 성공할 수 있는 것이 농업이다. 아직은 농업이 부모님들이 일궈 놓은 것을 자식들이 대물림하는 ‘승계농’이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영역으로 청년농업이 확장 될 것으로 본다. 농사는 많은 체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에게 맞는 일이다. 농사일이 힘들다고 해서 꺼려하는데 세상에 농사일만큼 힘들지 않은 일은 없다. 힘들다고 자꾸 피하고 돌아가면 결국 더 힘든 일을 만나게 된다. 농사는 청년들이 충분히 해 볼만 한 일이다. 


농업 발전을 위해서는 여주시가 어떤 지원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나?

시에서건 나라에서건 계속 오르는 인건비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 농사꾼이 농사를 짓지 않으면 나라가 돌아갈 수 없다. 지금과 같이 농작물 가격은 내리는데 인건비만 자꾸 오르면 농사는 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왜 급식센터에서는 친환경식자재를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집에서도 비료주고 농약 준 농산물을 먹는다. 친환경식자재는 가격도 비싸지만 일반 농민들을 다 죽이는 것이다. 비료와 농약을 과하게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아예 안 쓰는 것도 문제가 있다. 비싼 친환경 농산물 사는데 드는 돈을 다른 식자재를 사는데 사용하면 아이들의 식판이 훨씬 풍성하고 건강해 진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계속 줄고 있는 면세유를 더 늘려야 한다. 기계가 대형화 되고 마력수가 늘거나 연식이 높아지면 기름을 더 많이 먹는데 매년 지급되는 면세유는 오히려 줄고 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정책이다. 법을 어기는 사람들은 바로 잡아야 하겠지만 면세유는 계속 늘려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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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0/17 [14:59]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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