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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여행55 - 이것이 취할 만 한 것이다
 
세종신문   기사입력  2019/10/17 [14:26]
▲ 세종신문 대표 김태균   
조국 법무부장관이 퇴임했다. 조국사태로 불린 가정사의 이런저런 혐의는 약 3개월간 뜨거운 주제였다. 시작은 그의 가족을 둘러싼 표창장 위조와 불법펀드 조성 등과 같은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정치는 끊임없이 불신을 키웠고 언론은 놀라운 상상력과 기민함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제는 기타권력이 되어버린 국정원, 국세청, 기무사, 금감원 등을 아래로 두고 최고권력이 되어버린 검찰이 이 모든 사건을 이 잡듯 털어내며 문제를 키워왔다. 그리고 수많은 국민들이 이쪽 저쪽으로 나뉘어 광장정치로 목소리를 높였다. 

한쪽에서는 조국 구속과 문재인 탄핵을 주장하고 한쪽에서는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을 주장했다. 누구나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주장을 할 수는 있지만 사실 알고 보면 각자의 확증편향이라는 믿음체계가 작동하는 듯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많던 의혹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분명히 잡아야 하는데 잡히지 않는 딜레마가 있는 모양이다. 혹시 그 의혹들이 모두 의혹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세종은 어떻게 내각을 구성하고 인재를 썼을까? 매번 장 관이상의 인사문제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세종시대의 인재를 떠올리게 된다. 그 당시의 인재들인 황희, 맹사성, 김종서, 윤회, 최윤덕, 장영실 같은 사람들은 지금시대에는 도저히 청문회 통과는 어려운 일이 될 것 같다. 세종 재위 후반의 인재쓰기에 관한 생각을 나타내는 말이 있다. 첨지중추원사에 정척이란 인물을 임명하며 한 말이다.
 
대저 사람에게는 한 가지 능한 것이 있는 법이다. 익평 부원군(益平府院君)은 성질이 원래 광망(狂妄)한데다 별로 재덕(才德)도 없었으나, 근실(勤實)하기로 이름을 얻었고, 변처후(邊處厚)는 비록 재주와 인망은 없었으나, 관직에 있으면서 부지런하고 근신(謹愼)하였으니, 이것이 취할 만한 것이다. 너를 이 두 사람과 비하는 것은 아니나, 유용(有用)한 인재로서 공무에 마음을 다하게 한다면 나도 신임할 것이니, 나의 지극한 마음을 몸받아 다시 더 힘 쓰도록 하라. (26년5월20일)
 
누구나 문제가 있다. 그러나 누구나 한가지 특출한 재능은 있다. 이것이 취할 만한 것이다란 세종의 생각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강점을 잘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기본 레토릭이다. 

황희는 뇌물죄와 간통죄로 결코 정승이 될 수 없는 사람이다. 김종서는 지방관리로 있을 때 일을 잘 못해 파직될 뻔한 사람이다. 맹사성도 청탁사건에 연루되어 투옥되었던 사람이다. 장영실은 아예 신분이 안되는 사람이고, 최윤덕도 마찬가지다. 조말생은 병조판서에 있을 때 엄청난 뇌물을 받아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었던 사람이었다. 오늘의 기준으로 한다면 모두 고위 관직에 등용되지 못하거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세종은 이 사람들을 통해 최고의 국가경영을 이끌었다. 

결국 황희는 역사적 청백리로 영예를 얻었다. 김종서는 세종에게 충성한 신하이자 북방영토를 정리한 백두산 호랑이로 남았다. 맹사성은 도가적 청백리의 상징으로 살아있고 장영실은 천민출신 최고의 과학자로 위인의 반열에 올랐다. 조말생은 당연한 탄핵감이었으나 4군6진을 개척하는 북방개척의 중요한 일에 공을 세우고 말년에 궤장을 하사 받는 영예로운 은퇴를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었으나 결국 잘 다듬어진 보석으로 남게 됐다. 이것이 세종의 놀라운 리더십이라고 본다. 이즈음에 인재선발에 관한 세종의 생각을 직접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보인다. 
 
대업을 처음 일으키는 임금은 반드시 여러 대(代)만에 나는 현인에게 힘입게 되며, 큰 공을 세우는 신하는 마땅히 무궁한 보답을 누려야 될 것이다. 이는 곧 공변된 의리이며 사사의 은혜는 아니다(4/1/5)
 
일대(一代)의 정치가 흥왕하려면 반드시 일대의 영특한 인재가 있고, 만세의 큰 공을 세웠으면 반드시 만세의 특이한 은총이 있는 것이니, 이는 고금의 공론(公論)이요, 국가의 당연한 법규이다.(6/7/11)
 
대체로 남의 윗자리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질박하고 정직한 사람을 좋아하는데, 지금 진입(眞立)을 보건대 사람된 품이 순박하고 정직하기 때문에, 황제가 그를 친애(親愛)하는 것이다. 신하로서 아첨하는 사람은 가장 미워해야 할 것이니라. 경 등은 이를 경계하라(12/2/2)
 
장영실(蔣英實)은 그 아비가 본래 원(元)나라의 소주(蘇州)·항주(杭州) 사람이고, 어미는 기생이었는데, 공교(工巧)한 솜씨가 보통 사람에 뛰어나므로 태종께서 보호하시었고, 나도 역시 이를 아낀다. 임인·계묘년 무렵에 상의원(尙衣院) 별좌(別坐)를 시키고자 하여 이조 판서 허조와 병조 판서 조말생에게 의논하였더니, 허조는, ‘기생의 소생을 상의원에 임용할 수 없다. ’고 하고, 말생은 ‘이런 무리는 상의원에 더욱 적합하다. ’고 하여, 두 의논이 일치되지 아니하므로, 내가 굳이 하지 못하였다가 그 뒤에 다시 대신들에게 의논한즉, 유정현(柳廷顯) 등이 ‘상의원에 임명할 수 있다. ’고 하기에, 내가 그대로 따라서 별좌에 임명하였었다. 영실의 사람됨이 비단 공교한 솜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성질이 똑똑하기가 보통에 뛰어나서, 매양 강무할 때에는 나의 곁에 가까이 모시어서 내시를 대신하여 명령을 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어찌 이것을 공이라고 하겠는가. 이제 자격궁루(自擊宮漏) 를 만들었는데 비록 나의 가르침을 받아서 하였지마는, 만약 이 사람이 아니더라면 암만해도 만들어 내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들으니 원나라 순제(順帝) 때에 저절로 치는 물시계가 있었다 하나, 그러나 만듦새의 정교함이 아마도 영실의 정밀함에는 미치지 못하였을 것이다. 만대에 이어 전할 기물을 능히 만들었으니 그 공이 작지 아니하므로 호군(護軍)의 관직을 더해 주고자 한다.(15/9/16)
 
대저 착한 사람은 처지에 당하여 일을 맡게 되면 오래 갈수록 더욱 조심하고, 가능한 자는 모나다가 둥글다가 하기를 잘하여 제 사사일을 구제하나니(29/4/21)
 
사람의 상정(常情)이 처음에는 부지런하다가 나중에는 게을러져서 처음에 비록 열을 내어하였다가 끝을 완수하지 못하거든, 하물며 처음부터 열을 내지 않는 자일까 보냐(29/9/9)
 
그 옛날 이 땅에 나라가 있었고, 그 가운데 누군가는 지도자가 되고 관료가 되고 백성으로 살았던 세상에도 이와 같은 생각들을 토대로 나라를 다스렸다. 지금은 어떤 토대위에서 인재가 선발되고 운영되는가. 꼭 국민들이 이렇게 길거리에 나가서 소리소리 질러야 하는 일인가.
 
세종신문 대표 김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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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0/17 [14:26]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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