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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여행54 - 세종, 최초의 민생 돌보기 16조 시행하다 (2)
 
세종신문   기사입력  2019/10/06 [20:07]
지난호에 이어 계속 이어지는 민생 돌보기 시리즈다. 
 
열한 번째, 자본 독과점을 막고 공납하는 바를 매몰하게 하지 마라.

"지방 각 고을의 공납하는 물건이 만일 그 지방에서 생산되는 것이 아닐 경우에는, 백성들은 모두 미곡으로 사들이어 상납하는 것이 참으로 한 가지뿐이 아니다. 그 독촉을 당할 때, 시기를 늦추었다는 책망을 면하기 위하여, 오히려 그 때에 바치게 된 것만을 다행으로 여기는 바에 어찌 그 재산이나 양곡이 없어지는 것을 생각할 여지가 있겠는가. 백성의 고통이 사실 여기에 있다. 

또한 특별한 예로 공납하는 것이 있을 경우에는 보통 때보다 갑절이나 심하게 독촉하므로, 창졸간에 이러한 물건을 마련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모리배들이 그러한 물건을 미리 저장해 두고, 시기를 이용하여 이익을 노리는 자들이 도리어 비싸고 잘 팔려 하지 아니하여, 반드시 그 값을 갑절이나 주어야만 비로소 이것을 팔게 된다. 오늘에 한 가지 물건을 바치고 나면, 내일에 또 한 가지 물건을 바치게 되어, 봄철이 이르기도 전에 벌써 빈궁하게 되니, 진실로 딱한 일이다. 

그런데, 수령된 사람은 도리어 이에 대하여 정신을 쓰지 아니하고, 어떤 한 가지 물건을 징수할 때에는 이에 덧붙여 더 많이 거두고 있다. 다행히 지금 창고에 물건이 넘치도록 차 있으니, 지금부터 특례로 바치는 것은, 군량인 묵은 쌀과 콩을 백성이 스스로 원하는 대로 무역하여서 상납할 수 있게 하라. 그리고 만일 특례로 공납할 것이 있으면, 묵은 쌀이나 콩과 저화(楮貨) 및 포화(布貨)로 무역하여 상납하게 하자."


열두 번째, 거리가 먼 평안도의 공물은 편의를 보게 하라.

"의주(義州) 길은 서울에서 거리가 너무 멀어서, 해마다 공납을 받아들이는데 사람과 말이 매우 지칠만한 거리다. 지금부터는 운반하기에 경편한 공물 이외에, 잣과 같은 무게가 많은 여러가지 물건은 도(道)의 창고에 운반하여 들였다가, 나라에 바칠 때에 쓰도록 준비하게 할 것이며 평안도 각 고을의 공물 가운데 지방 산물로서 들여오는 잣·인삼 같은 물건들은 그 도의 도로 연변에 있는 고을에 거두어 두게 하자."


열세 번째, 양봉설치에 백성에게 피해가 없게 하라.

"각 고을에 벌통을 설치해 둔 것은 본시 꿀을 공납하는 일을 덜고자 함이었는데, 지금 관가의 벌통을 양봉하는 민가에 갖다 두고, 해마다 거기에서 생산되는 꿀을 걷어 들이므로, 백성이 모두 싫어하고 귀찮게 여겨, 양봉하는 사람이 적어지므로 마침내 벌꿀의 값이 비싸게 되었다. 지금부터는 관가에서 잘 양봉을 하여 백성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도 될 수 있는 것 외에는 모두 혁파하여 백성의 폐해를 덜어주라."


열네 번째, 세세한 형벌규정을 혁파하고 중요한 것만 모아 시행하게 하라.

"법이 제정되면 폐해가 생기며, 형벌이 또 뒤쫓아 이에 따르게 마련이다. 국초로부터 지금까지 수 십년 간에 시행한 조건이 진실로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비록 중앙이나 지방에서 벼슬을 역임한 자라도 전후하여 받아 시행한 교령에 헷갈리게 되어있다. 의정부와 육조로 하여금 원 법전에 실린 것과 어쩔 수 없이 후세까지 전해야 될 법령 이외의 것은 참작하여 제거하도록 하라. 자세한 사항은 예조의 상정소가 논의하여 종류를 구별하여 정하라"

 
열다섯 번째, 백성에게 법률조문을 가르칠 때 글자를 몰라 못 배우더라도 속전을 징수치 말라.

"각 고을의 수령이 백성에게 법률의 조문을 가르치는데, 만일 글자를 몰라서 배우지 못하는 자가 있으면 곧 속전(贖錢)을 징수(徵收)하여, 백성이 매우 원망하게 된다. 글자를 모르는 자에게는 우리 말로 법률 조문의 대강 중요한 뜻만을 가르치고, 속전은 징수하지 말게 하라."

"거둥할 때에 사옹방(司饔房)과 사복시(司卜寺)에서 소용되는 솥이나 가마를 모두 민가에서 늘 쓰고 있는 물건을 갖다 쓰므로, 백성이 이를 원망하오니, 거둥 행차를 거행하는 각 관청에서 공비로 장만하여 두게 하되, 동과 철로 만들어서 거둥할 적마다 수레에 실어 가지고 따라다니면서 지공하게 하자.”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라는 기본 통치이념에 따라 세종은 그 근본의 세세한 부분을 신하들과 논의하여 시행령을 반포한 것이다. ‘백성의 고통이 여기에 있다. 진실로 딱한 일이다. 백성이 원망하게 된다’ 등의 표현들이 중간중간에 섞여 있다. 국가 최고통치자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말들이다.

한글창제에 관해서도 의미 있는 대목이 있다. 대부분 한글창제는 어떤 실마리도 없이 갑자기 창제되어 철저한 비밀 프로젝트였다는 설이 일반적이지만 위의 열다섯 번째 항목은 그 실마리의 단초가 아닐까 한다. 

당시 법을 시행하는 국가입장에서 고민거리는 ‘백성들이 법을 알지 못하고 잘못을 저질러 벌을 받는 상황’ 이었다. 그러다 보니 지방 수령들이 백성들에게 법을 가르치는 역할을 해야 했다. 방을 써 붙인다고 될 문제가 이니었으니 말이다. 모든 마을의 유지들, 글을 아는 사람들과 협력하여 각 고을마다 이러한 법이 있으니 이런 잘못은 저지르지 말라고 다녔음직 하다. 그런데 많은 백성들이 글을 몰라 배우지 못하면 대신 돈을 내서 그 배움을 대신하는 일이 일반이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자고 한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바로 이러한 일에서부터 문자 창제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대단히 엄중한 시대를 지나고 있다. 남북관계의 급격한 변화와 평화정착이라는 한반도 내의 문제와 함께 주변 4강의 강력한 견제와 상호 힘겨루기의 무대에서 미래를 도모해야 하는 중차대한 상황이다. 국론을 모으고 미래비전을 공유하는 일에 전력을 다해야 할 터인데 정치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말 그래도 개싸움을 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모든 정부는 성공해야 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그렇다. 그런데 권력쟁취의 과정인 민주주의는 그 원리를 역행하는 듯하다. 현정부가 성공하면 야당의 입장에서는 다음 선거에서 이길수 없게 된다. 그래서 정부의 성공을 훼방 놓아야 하는 입장이다. 현 정부의 실패는 결국 국민의 고통이 된다. 정권교체는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주어 민심을 집권세력으로부터 돌려놓아야 자신들의 정치무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하지만 어쩌랴. 민주주의는 피와 고통을 먹고 성장한다고 하니 그 길을 갈수밖에 없다면 국가미래와 개인의 안녕을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고 선택해야 하는 우리의 안목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글자’를 배워야 법을 알고 벌을 피하듯 우리도 ‘정치’를 배우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수밖에 없다.
 
세종신문 대표 김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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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0/06 [20:07]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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