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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여행52-청주무죄(淸酒無罪) 탁주유죄(濁酒有罪) 사정이 딱하다
 
세종신문   기사입력  2019/09/18 [16:44]
▲ 김태균 세종신문 대표
정치란 한자어는 政治다. 정(政)이란 올바른 이치를 의미하고 치(治)란 다스림이란 뜻으로 쓰인다. 즉 올바른 이치에 따라 백성과 제도를 다스리고 운용하는 것이 정치인 셈이다. 사전에는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이라고 되어있다. 그 가운데 치(治)란 말은 다스림의 뜻 외에도 보살펴 낫게 하다, 수습하여 바로잡다, 다듬어 정리하다, 편안하게 하다와 같은 의미들이 들어있다. 

치(治)라는 글은 문자적으로 보면 물수변에 마늘모와 입구가 합해진 글자다. 어떤 이가 해석하기를 다스림이란 ‘입에 물고 있는 마늘이 얼마나 입을 아리게 하겠는가. 이때 입에 물 한 모금 넣어주는 것이 다스림의 요체다’라고 했다. 참으로 그럴듯한 말이다. 그 문자적 의미의 기원이 비록 틀렸다 하더라도 그 해석은 마음에 와 닿았다. 비록 죽을 만큼은 아닐 지라도 마늘을 물어 맵디 매운 입에 시원한 물 한 모금 마시게 해주는 것이 정치행위라면 그 얼마나 좋겠는가.
 
지금의 정치는 이러한 다스림이 실종됐다. 오히려 국민들 입에 마늘을 한 움큼 밀어 넣고 누구 마늘이 덜 매운지 싸우고 있는 형국이다. 입에 마늘을 물고 눈물 흘리는 국민들은 미칠 노릇이다. 툭하면 ‘국민을 위하여’라고 하지만 국민을 빙자한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국민을 위하여’란 목적이 자신의 정당성을 위한 수사적 수단이 되고 ‘국민을 위한 권력’이란 수단이 ‘자신들의 권력 쟁취’를 위한 목적이 되는 가치 전도가 된 셈이다. 작금의 정치와 투쟁의 국면에서 보이는 것은 국민은 수사에 불과하고 권력이 목적일 뿐이다.

정치개혁, 사법개혁, 검찰개혁, 재벌개혁 그리고 언론개혁 등은 불가불 필요한 시대임이 틀림없다.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오래된 얽매임에서 벗어나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인과 정치세력은 오래된 관행 뒤에서 기득권을 강화하고 계급을 공고히 하려는 욕망을 숨기지 않는 솔직한 천박성만을 드러내고 있다. 누군가의 외침이 기억에 남는다. ‘정치인과 국가를 믿으라고? 틀렸다. 우리는 각자도생을 목표로 자기 인생은 자기가 책임지는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는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사사건건 영향을 준다. 민생은 성실한 정치로부터 나아질 터인데 국회라고 하는 이상한 동네에서 낮잠만 자고 오로지 정파적 이해와 권력투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러하니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눈을 돌려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정치인은 더욱 그들만의 리그를 공고히 할 기회를 얻게 된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는 셈이다.
 
그렇기에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포기선언일수도 있다. 저 지저분한 권력투쟁과 욕망의 분출 앞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더 나은 정치와 제도의 변화를 위해 시선을 거두면 안된다. 힘없는 백성들이 할 일은 꼼꼼히 살피고 할 수 있는 바 목소리를 내고 연대하고 감시해야 한다. 투표는 그 중에 한가지 권리행사일 뿐이다.
 
세종3년, 서기 1420년 2월의 어느날 임금이 지시를 내린다.
 
임금이 원숙에게 명하여 말하기를,
"술을 금지할 적마다 청주(淸酒)를 마신 자로는 죄에 걸린 적이 없고, 탁주를 마시거나, 혹은 사고 판 자는 도리어 죄에 걸리니, 사정이 딱하다. 지금부터 술을 금하는 기간이라도 무릇 부모 형제에 대하여 환영이나 전송을 하든지, 혹 늙고 병든 사람이 약을 마신다든지, 이를 위하여 매매하는 자는 금하지 말고, 그 놀기 위하여 술을 마시는 자와 다른 사람을 맞이하거나, 전송하느라고 마시거나, 매매하는 자는 일체로 금지함이 어떠할지 의정부와 육조와 대간이 의논하여 아뢰라."
하니, 모두 말하기를,
"임금의 말씀이 매우 합당하옵니다.” 하였다. (2년윤2월23일)
 
청주를 마시는 자는 돈이나 권세가 있는 자이다. 그들은 나라에서 내린 금주령을 잘도 피해간다. 하지만 탁주(막걸리)를 마시는 사람들은 자주 걸려 죄를 받는다. 오늘날의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같은 형국이다. 탁주를 마시는 사람들은 일반 백성들이다. 빽도 없고 힘도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사정이 딱하니 정상참작의 범위를 정하여 주기를 명하는 내용이다.
 
몇일 뒤인 29일에는 세종 즉위 후 처음으로 민생을 위한 16가지 조치를 시행한다. 모든 조치의 초점은 백성들의 생활고 편의, 억울함을 방지함에 두고 있다. 전에 임금이 지시했던 내용을 정리해 모은 것인데 두가지 사례를 보면 형벌에 관한 공정함과 생활에 민폐를 끼치는 국가의 일에 관한 내용이다.
 
처음에 임금이 교서를 내려 신하들의 진언을 요구하고, 의정부와 육조에 명하여 그들의 언론을 의논하게 하였더니, 이제 그 중 시행할 만한 조건을 가려 뽑아 아뢰었는데,
 
예문관 대제학 유관(柳觀) 등이 말하기를,
"수령이 어질고 어질지 못함에, 백성이 잘 살게 되고 못 살게 되는 문제가 달려있습니다. 근래에 수령이 대개가 사무 처리하는 것만으로 일을 삼고, 형벌을 엄하게 함으로써 위엄을 세우려 하며, 압박하고 재촉함으로써 일을 거둬 치우는 데만 힘을 쓰고, 백성의 이해에 대하여는 일찍 돌아보고 생각해 주지 아니합니다. 백성이 억울함이 있어 하소연하여도 억누르기만 하고, 이것을 풀어주지 아니할 뿐 아니라, 그들에게 매질하며 쫓아내기까지 하고서, 곧 하는 말이, ‘형벌을 엄하게 하지 않으면 위엄이 서지 아니하며, 다급히 독촉하지 않으면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 하여, 이러한 짓을 하는 자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원망과 분노의 기색이 민간에 쌓이어서 평화스러운 기색을 쓸어 없이합니다. 그런데, 감사는 그러한 사람들을 일 처리 잘한다고 생각하여, 성적을 고사할 때에 이를 높은 등급으로 매깁니다. 그러므로, 뒤에 그 후임을 맡은 사람도 그대로 본받아 하게 되니, 백성이 어떻게 그의 생활에 안심할 수 있으며, 그들의 원망을 풀어 낼 수 있겠습니까. 원컨대, 각도에 명령을 내리시와, 수령들로 하여금 모두 백성을 사랑할 것을 염두에 두고 각박한 짓을 하지 않도록 힘써서 원망에 가득찬 공기를 가시게 하옵소서."
하였다.
 
호조 판서 권진 등이 말하기를,
"충청도에 있는 잠장(蠶場;누에치는 곳) 은 토지가 척박하여, 본시 뽕나무를 심기에는 적당치 않은 땅이온데, 관청에서 뽕나무를 심은 지 이미 수년이 되었으되, 잘 자라지 아니하므로, 근처에 있는 민가의 뽕잎을 해마다 잠장을 위하여 따들여 거의 남지 않으므로, 백성들은 누에를 칠 수 없게 되오니, 참으로 온당치 못하옵니다. 공정한 자를 선택하여 보내서 그 사실을 조사하고, 관가에서 심은 뽕이 무성하게 되기를 기다리어 다시 의논하여 시행하게 하옵소서.” 하였다. (2년윤2월29일)
 
‘수령들로 하여금 모두 백성을 사랑할 것을 염두에 두고 각박한 짓을 하지 않도록 하여 원망에 가득한 공기의 기운을 가시게 하라’
‘국가가 운영하는 누에고치를 위하여 민가의 뽕잎을 따들이니, 백성들은 누에를 칠 수 없게 되니 이를 시정하라’
 
한마디로 백성들이 마늘을 물고 있어 매워진 입에 시원한 물을 한 모금씩 부어주라는 얘기처럼 보인다. 우리 국민들에게는 이 시원한 물이 언제쯤 주어질지 모를 일이다.
   
세종신문 대표 김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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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9/18 [16:44]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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