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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여행 47 - 이웃이 서로 보호하는 법을 밝히라
 
세종신문   기사입력  2019/08/15 [11:43]
▲ 세종신문 대표 김태균
세종 즉위 1년, 조선의 임금으로서 명나라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는 사신접대가 끝났다. 사건으로 치면 큰 사건 두가지가 끝난 것이다. 태종의 주도로 외척의 발호를 사실상 말려버린 강상인 옥사사건과 장인 심온 제거, 그리고 임금 즉위에 대한 명나라의 인증이었다. 이제 자신만의 정치를 아버지 태종의 지원 하에 하나하나 이끌어 나가야 한다. 
 
9월의 일이다. 농사가 잘 되지 않았다. 먹을 것이 없어 떠도는 백성들이 많아졌다. 전에 지방수령들에게 내렸던 ‘굶어 떠도는 자가 없도록 조치하라’는 명령을 상기시키며 붙이는 말이 아름답다. ‘이웃이 서로 보호하는 체계를 세우라’는 말이다. 임금이 분부한다.
 
"유망(流亡)하게 되는 것을 못하도록 하라는 것은 이미 명령으로 밝혔는데, 지금도 수령들이 정성껏 봉행하지 아니하여 생업이 없는 자들이 잇따라 유망한다 하니, 다시 이웃이 서로 보호하는 법을 밝히게 하라."
하였다.(9/10)
 
마을마다 양반가 부호들이 있다. 그들 중에는 마을의 존속을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적잖았다. 보통 2월부터 4월까지는 곡식을 거둘 것이 없는 계절이다. 흔히 보릿고개로 불린다. 먹을 것이 귀한 때다. 이때 부호들이 잔치를 연다. 부인의 생일은 2월이고 부모님 생일은 3월이고 본인의 생일은 4월로 공시하고 동네 사람들을 먹이곤 했다. 사실 실제 생일과는 무관하다. 지역에 살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안이 할 수 있는 지역민 보호방책이다. 우리나라의 지역공동체가 유지되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이런 지역 부호들의 ‘공동체를 유지하게 하려는’ 마음씀이 한몫 했으리라.
 
제주는 직접적이고 빠르게 행정체계를 관리할 수 없는 먼 지역이었다. 그러다 보니 농지관리 및 조세체계에 일관성이 없었다. 제주 목사가 문제점을 보고하며 토지등급에 대한 허술함을 관리하기를 청한다. 이때 전에 내려주었던 전지(임금의 교지)를 인용하며 바른 조치를 정해주기를 바라는 상소의 일부다.
 
《전(傳)》에 말하기를, ‘때를 따라 편의하게 제정하여 인정에 맞게 하고, 토속에 적당하게 하라.’ 하였으니, 바라옵건대, 유사에게 하명하시어 모래밭과 산전(山田)은 5등이나, 혹은 6등으로 내려 정하여 조세를 관대하게 하시면, 민심이 소동되지 아니하고 공사(公私)가 다 편할 것입니다."
하였으므로, 임금이 명하기를, "편의를 따라 측량하여 원망이 없게 하라.” 하였다.(9/11)
 
‘때에 따라 편의하게 제정하고 인정에 맞게 하며 토속에 적당하게 하라’. 먼 거리에 있어 행정체계가 속도를 낼 수 없는 먼 지역 제주의 운영에 알맞은 지시다. 
 
세종은 독서를 좋아했다. 정무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는 늘 책을 보았다. 고려사를 보았던 모양이다. 자신이 직접 듣고 아는 바와 다른 고려사의 대목을 보는 순간 역사를 바르게 기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다음날 아침 경연에서 경연관인 윤회에게 이렇게 지시한다.
 
"요사이 《고려사(高麗史)》를 읽어 보았더니, 〈사실과〉 맞지 않는 곳이 많으오. 마땅히 개수해야 할 것이오.” 하였다.(9/19)
 
이 짧은 말 속에서 조선왕조실록이라는 방대한 기록이 편벽되지 않고 사실을 기록하게 한 힘이 들어있다. 임금은 사관의 기록을 볼 수도 없고 수정하는 건 더욱 할 수 없다. 사실을 사실대로 기록하자는 세종의 초년생각이 500년 조선사를 엄정하게 기록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대마도 문제는 계속 조정에서 논의된다. 남해와 서해에 계속 출몰해 해적질 하는 왜구들이 말썽이다. 일전에 이종무장군을 통해 대마도 정벌을 다녀왔지만 그리 성공적인 결말은 아니었다. 조정에서도 계속 이 문제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상소가 이어졌다. 관련한 논의가 이어지는 와중에 대마도 처리에 대한 임금과 신하들의 대화가 인상적이다. 대마도는 매우 어려운 지경에 있는 상황이다. 농사지을 땅이 없으니 조선에 와서 계속 곡물을 얻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1년에 1만섬이나 주고 있었다. 일본 본토는 대마도를 관리할 주도적 막부가 생기기 전이다. 이때 대마도가 통째로 항복을 해오고 조선의 국가행정이 진출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미련이 남기도 한다. 
 
임금이 말하기를,
"대마도는 지금 비록 궁박한 정도가 심해서 항복하기를 빌기는 하나, 속 마음은 실상 거짓일 것이오. 만약에 온 섬이 통틀어서 항복해 온다면 괜찮겠소. 만약에 그들이 오지 않는다면, 어찌 족히 믿을 수 있겠소."
하니, 이원이 아뢰기를,
"비록 온 섬이 통틀어서 항복해 온다 하더라도, 그것을 처치하는 것 역시 어렵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수만에 지나지 않는데, 그 정도를 처치하는 것이 무엇이 어렵겠소."
하니, 원(原)이 아뢰기를,
"궁박한 정도가 심해서, 표면적으로 우호적인 교제를 허락하는 것일 뿐입니다. 반드시 온 섬이 통틀어서 투항해 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그렇소.”(9/21)
 
노상왕 정종이 9월 27일 돌아가셨다. 조선 2대 임금이었고 태종의 형이자 세종의 큰아버지다. 조정은 상을 치르고 있는 중이었다. 이때 전주부윤 김겸이란 사람이 한양으로 분상을 하러 왔다. 
 
전주 부윤 김겸(金謙)이 제멋대로 관직을 떠나 인덕궁(仁德宮) 상(喪)에 분상(奔喪)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예(禮)인즉 그릇되나, 의(義)인즉 옳다(禮則非, 而義則是)” 고 하고, 국장 도감 제조(國葬都監提調)를 하라고 명하였다.(1년/10/7)
 
제멋대로 관할지역을 떠나 전전 임금의 서거(훙)를 조문한 일을 세종에게 보고했나 보다. 세종의 대답이 걸작이다. ‘예로 보면 잘못됐으나 의로 보면 옳은 일이다’라고 정리하고 그를 국가의 장례를 담당하는 최고 책임자로 앉힌다. 아마도 전주 부윤에는 다른 인물을 내려 보냈을 것이다. 일처리의 뒷면에서 인간적인 모습이 읽힌다. 
그리고 임금은 노상왕 정종이 돌아가신 후부터 음식을 아꼈다. 상중에는 맛난 음식을 자제하고 슬픔을 함께 한다는 의미에서 채소만 먹었나보다. 이로 인해 세종의 모습이 수척해지자 신하들이 나섰고 결국 상왕 태종까지 나서 고기 먹기를 강제한다. 고기를 먹지 않아 수척해지는 것은 불효이므로 먹으라는 장면이다. 
 
(노상왕이 보름전에 훙 하신 이후로)
임금이 소선(素膳) 때문에 심히 수척하였으므로, 박은이 육선(肉膳)을 드리기를 청했으나, 임금이 허락하지 아니하였다. 상왕이 말하기를,
"주상의 안색이 수척한 것이 나를 상심케 하니, 육선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불효다."
라고 하여, 임금은 비로소 육선을 드리도록 하였다.(10/11)
 
세종 초년에는 김점이란 신하가 자주 등장한다. 말 많은 신하였다. 사관이 이렇게 기록한다. 
 
김점은 백성들의 소송하는 말과 여러 가지 보고 들은 자지레한 일들을 다 아뢰고, 혹은 자기의 능한 것을 자랑도 하며, 늦도록 국사를 아뢰는 데 잠시도 말을 멈추지 않아 전상(殿上)의 사람들은 다 그를 싫어하였으나, 임금만은 그를 잘 받아 주었다.(10/24)
 
이것저것 다 말하고, 자기자랑도 하고, 말을 너무 많이 하여 사람들이 싫어했다고 적었다. 어느 날인가는 김정이 혼자 4-5시간정도를 떠든 것으로 기록되는 장면도 있다. 밝은 날 말하기 시작해서 어둑해질 때까지 떠든 것이다. 실록은 임금만이 그를 잘 받아 주었다고 적었다. 경청의 군주로서 사관의 평가를 받았다. 이후 세종의 경청은 정치의 요체가 된다. 경청은 큰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다.   

세종신문 대표 김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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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8/15 [11:43]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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