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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와 위로 필요한 곳 어디든 간다”
[인터뷰] 김미진 (사)경기민족굿연합 여주지부 대표
 
송현아 기자   기사입력  2019/07/10 [16:54]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우리민족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역사를 되짚어보는 이들이 있다. 경기민예총에서 해마다 진행하고 있는 해외문화예술탐방. 올해는 임시정부 100년을 기념해 ‘강제징용’, ‘이중징용’의 한이 서린 ‘사할린’에 다녀왔다. 이 탐방에 동행한 (사)경기민족굿연합 여주지부 김미진 대표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사할린 코르 사 코브 항구 <망향의 언덕기념비> 앞에서 강제징용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굿을 하고 있는 김미진 대표.     © 김미진 제공


이번 탐방을 사할린으로 결정한 이유는?

올해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우리 예술인들도 독립운동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있다. 36년 일제 강점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곳,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우리의 역사를 만나기 위해 사할린에 가게 되었다.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 조국이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그들도 든든하게 살 수 있지 않겠나. 물론 이것은 정부에서 해줘야 하는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추모굿을 통해 원혼들을 위로하고 싶었다.


가서 직접 보니 사할린은 어떤 곳이었나?

날씨가 아주 쾌청한 좋은 곳이었다. 사할린은 일본이 40년간 지배했던 곳인데 그곳의 생활과 문화 속에는 일본의 잔재가 하나도 없었다. 일본식이 생활 곳곳에 남아있는 우리와는 많이 달랐다. 우리말에 서툰 한인 3세, 4세들이 풍물을 치며 우리 가락과 박자를 몸에 새기고 있었다. 자신의 뿌리가 한국이라는 걸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 강제징용자들이 일하던 사할린 뷔코브 탄광. 현재는 폐광이 된 채 방치되어 있다.     © 김미진 제공


사할린 한인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강제징용’이라는 말만 나와도 바로 눈물을 흘리더라. 그만큼 뼈에 사무친 한이 느껴졌다. 나는 ‘차별’을 부당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많지만 죽고 싶을 만큼의 차별을 겪어보진 않았다. 그런데 사할린 한인들에게 ‘차별’은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사할린 강제 징용자들은 일본이 망한 후에도 남아서 계속 탄광 일을 했다고 한다. 일본은 일본국민만 본국으로 데려가고 자신들이 강제로 끌고 온 조선인들은 사할린에 버렸다. 우리 조국도 동포들을 포기했다. 사할린에 남아있던 한인들 중에는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에 소련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이 많았고 무국적자가 된 한인들은 조국의 무관심과 소련의 차별 속에서 평생을 살았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차별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인들은 가시밭에 살고 있었다. 먼저 얘기를 꺼내 말을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고 말하면서 많이 울더라. 동포들 있는 곳 여기저기 다녀봤지만 안 우는 사람 못 봤다.

▲ 뷔코브 탄광 벽에 새겨진 낙서들.     ©김미진 제공


사할린에서 예술인들은 어떤 활동을 했나?

해외문화예술탐방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우리 동포들이 흩어져 있는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국가가 국민을 책임지지 못한 역사를 돌아보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 조금이라도 그 죄책감을 덜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현지에서 추모행사와 한인들을 위한 공연도 진행한다. 

사할린에서는 강제징용자들이 일했던 탄광과 묘지에도 직접 가봤다. ‘망향의 언덕’ 기념비 앞에서 추모굿을 진행했고, 가가린 공원에서는 한인 풍물동아리와 함께 예술공연도 했다. 다녀와서는 전시회도 연다고 알고 있다.


탄광에 직접 가보니 어땠나?

탄광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묘지에 들렀다. 버스가 고장 나 걸어가다가 언덕에 난 길을 따라 들어갔더니 공동묘지더라. 한글과 한문으로 된 묘비,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진이 있는 묘비가 많다. 묘비도 사진도 없이 버려진 듯한 무덤도 많았는데 대부분 한인의 무덤이라고 한다.

무덤을 먼저 보고 나서인지 탄광의 모습이 더욱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현재는 폐광되었는데 탄광 앞에 난 긴 철로가 우리의 아픈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탄광을 둘러보니 벽에 탄광 구조와 철로 모양을 그려놓은 낙서들이 눈에 띄었다. 찾아보면 더 많은 낙서가 있을 텐데…. 말이나 글로만 남아있는 것과 역사적 현장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은 차이가 있다. 있는 그대로를 기억할 수 있는 역사적 현장인 이 탄광이 곧 없어져 버릴 것 같아 안타깝다. 

▲ 사할린을 방문한 경기민예총 예술인들이 강제징용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를 했다.     © 김미진 제공


동포들을 만나러 많이 다녔다고 알고 있다.

조국의 아픈 역사 때문에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동포들에게 국가가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라에서 잘 챙기지 못하는 곳만 찾아다니며 10년 째 추모굿을 하고 있다.

고려인들이 있는 러시아 우수리스크에 다녀온 적이 있다. 자체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는 고려인들은 뿌리에 대한 갈망과 궁금증이 아주 컸다. 안타깝게도 이것을 우리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다. 나는 함께 먹고 자고 놀고 아는 척 해주는 것이 위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하 50도 날씨에 함께 지신밟기도 하고 직접 요리를 해서 나눠 먹기도 했다. 고려인들은 자신의 화목과 건강을 위해 풍물소리를 내주는 걸 고마워했다. 나에게도 나를 위해주는 내 편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나보다. 

관동대지진으로 희생된 원혼들을 위한 추모행사에도 다녀왔다. 당시 조선인들은 폭동 주범의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학살당했다. 당시 한인이 많이 죽은 곳의 집터에 양심 있는 일본인이 세워놓은 비가 있는데 이곳에서 추모굿을 했다. 비 앞에서 절을 하고 주변을 걷는데 몸이 너무나 아팠다. 베 가르기를 하는데 그 얇은 천이 몸을 가로막아 앞으로 나가질 못했다. 결국 천이 쭉 갈라지지 않고 갈기갈기 찢어져 버렸다. 맨손 맨발로 지전을 불로 태우는데 전혀 뜨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굿을 여러 번 해왔지만 너무나 특이한 경험이었다. 그만큼 아픔이 많은 곳이구나 했다.

▲ 사할린을 방문한 예술인들과 현지 한인들이 가가린 공원에서 공연과 대동놀이를 진행했다.     © 김미진 제공


‘굿’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굿은 ‘공감’과 ‘연결’이다. 역사적인 아픔이 있었던 곳에 찾아가 그들이 겪었을 고통을 깊이 공감하고 현재와 연결해 맺힌 한을 풀어내는 것도 굿이고, 보름달 뜨는 날 사람들이 모여 마음을 모아 소원을 비는 것도 굿이다. 지금은 굿 하면 무당굿만 떠올리는데, 굿은 먹거리를 마련해 나눠먹으며 걱정거리도 함께 나누고 풀어내는 대동놀이 같은 것이다. 

네팔에서 우리 민족굿 공연을 한 적이 있다. 현지 경찰 추산 1만 여명의 관객이 몰렸다. 대동놀이를 시작하자 말도 안 통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즐겁게 잘 놀 수가 없었다. 사람은 다 똑같다. 우리 문화에서는 무대에 선 사람들만 주인공이 아니다. 대동놀이로 객석과 무대를 이어준다. 강강술래, 기차놀이 같은 대동놀이는 전 세계 누구나 다 즐길 수 있다. 우리 문화의 큰 장점이다.
 

여강 나루굿을 하고 있다던데.

여강의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는 나루터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나루터는 여강 문화와 유행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큰 가치가 있지만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여주 문화의 특성을 담은 나루굿을 살려 나가기 위해 경기문화재단에 기획서를 제출했다. 이포나루터, 우만리나루터, 부라우나루터, 흔암리나루터, 찬우물나루터, 조포나루터 등에서 12년 째 나루굿을 해오고 있다.

나루굿은 전통 문화를 이어가면서 마을의 역사를 되짚는 과정이다. 관객이 없어도 해야 할 일이고 문화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하는 일이다. 여주의 문화유산으로 남기기 위해서라도 마을 사람들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 굿을 이어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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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7/10 [16:54]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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