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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민은 구제 받고, 선비는 사풍을 지녀야
세종 철학의 힘-생생[거듭살이]의 삶을 찾아서 ④
 
세종신문   기사입력  2019/05/08 [16:12]
▲ 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소인과 소민 

정치는 많은 사람의 행복을 위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먼저 배운 사람이 이루어야 할 길은 군자의 길이요, 정치에 참여하여 사대부와 관리가 되면 대인이 되어야 한다. 이들이 바로 양반 계층이다. 그리고 배우지 못하고 지배를 받는 사람을 하민, 소민, 평민 등으로 부른다. 하민은 ‘아래 계층’, 즉 하층민의 사람들이고, 소민은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양반보다 기회가 적은 사회 아래쪽에 있는 평민들이다.

하민(下民)은 “하민들의 바람에 보답해야 하여 민덕을 쌓아가야 하고”(세종실록 13/4/6) ‘소민은 “침학 받고(虐小民)”(세종실록 2/11/7) “자연히 소민은 원망이 많다. (小民多怨)”(세종실록 7/8/26) “대저 소민들은 본디 항심(恒心)이 없으므로, 진실로 유사(有司)가 징수하고 나누어 주지 않는다면 능히 스스로 생존할 수가 없습니다.”(세종실록 17/12/14) 

위 기사는 소민을 성격적인 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치는 소민을 구제하고 품어야 한다. “백성의 생활이 염려스러우니, 환상(還上)과 진제(賑濟)를 시기에 맞추어 나누어 주어서 소민들을 구제하여야 한다. (세종실록 9/2/7)


소인 - 수령육기법 토론에서

유교사회에서 먼저 공부할 기회를 얻은 사대부는 벼슬을 하느냐의 여부를 떠나 군자가 되고 정치에 참여하면 대인이 되는 ‘수기치인’의 정신을 지녀야 한다. 이는 유가의 근본이념인 인(仁)을 실천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수양하고 그 인을 다른 사람들, 곧 사회 전체에 구현한다는 유학의 실천론이다. 그러므로 공부를 하고도 이를 남을 위해 쓰지 못하고 자기 이익을 추구하게 되면 양반이라 하더라도 소인이 된다.  

이런 관리 중에서도 스스로를 소인이라 자처하는 일이 있었다. 수령은 한 지역의 통치자로서 ㉮임지에 가서 일하다가 그 지역을 알만하면 물러나야하는가 아니면 ㉯6년(실은 50개월)간 오래 일하며 그 지역을 살려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는 임금과 수령 사이를 긴장관계에 놓이게 한다. 수령은 지방 근무를 싫어하고 세종은 수령이 되도록 한 지역에서 전문가가 되기를 바란다. ‘수령 6기법’에 대한 고약해(高若海)와 세종의 어전에서의 대화는 마치 연극의 한 장면으로 비친다. 형조 참판 고약해가 수령6기법을 무례하게 아뢴다. 이하 대화체로 구성해 본다. 
 
여러 신하가 겨우 좌정하였는데, 형조 참판 고약해가 자리를 피하여 낮은 소리로
고 : ‘소인’ (이라고 두 번 말하니 임금이 조용하였다.) 

임금 : 높은 소리로 말하라.

고 : 소인이 오랫동안 천안(天顔)을 뵙지 못하였으므로, 일을 아뢰고자 하여도 하지 못하였나이다. 

임금 : 해될 것이 없으니 우선 말하라. 

고 : 소인이 충성이 부족하여 천의(天意)를 돌리지 못하옵니다. 전일에 수령의 육기법을 혁파하옵자고 청하였으나 윤허하심을 받지 못하였고, 또 청하여 또 윤허를 받지 못하였습니다. 이 같은 일을 신이 만약 말하지 아니하오면, 누가 전하를 위하여 말하려 하겠습니까. 육기의 법을 세우니 수령으로서 범장(犯贓)하는 자가 많사옵니다. 또 인신(人臣)이 6년 동안이나 밖에 있어, 조계와 상참(常參)에 참여하지 못하오면, 신자(臣子)의 마음에 어찌 억울함이 없겠습니까. 

임금 :(노하여) 신자가 군부(君父)에게 감히 망령되게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수령으로서 범장(犯贓)한 자가 누구냐, (하고 옥음(玉音)이 끝나지 아니하였는데, 약해가 감히 말하여 마지 아니하니) 경이 내 말을 자세히 듣지 아니하고 감히 말하는가. 경은 끝까지 들으라. 수령을 지낸 것이 열 두어 고을에 이른 자도 혹 있다. 예전에 인신이 외방에 명을 받으면 어렵고 험한 것을 피하지 아니하고 죽더라도 두 가지 마음을 먹지 않는 자는, 어찌 다 충신이 아니어서 군상(君上)을 잊은 자이겠는가. 다만 그 경중을 가늠할 뿐인 것이다. 경은 겨우 한 고을을 지내고서, 그 싫어함이 이와 같은 것은 어찌 된 것인가.
 
형조 참판, 즉 오늘의 법무부 차관과 대통령인 임금의 대화다. 의당히 고약해는 신하로서 ‘소신小臣’은 하고 자신을 낮추어야 불러야 하는데 ‘소인’이라면서 대들었다. 그것도 옳은 일을 주장했다기보다 논의해 볼 일을 목숨 걸고 대든 것이다. 고약해가 이어 수령으로서 어질지 못한 자는 그 직임에 오래 있게 되면, 생민(生民)이 폐해를 받음이 또한 적지 않다 주장하자 세종은 “인신(人臣)은 진실로 험하고 편[險夷]한 것을 피하지 않을 것인데, 약해가 수령을 싫어하고 꺼려하고 여러 가지로 아뢰이니, 인신으로서 임금을 섬기는 뜻이 매우 아니다. 내가 이를 탄핵하려고 하는데, 사람들이 내 뜻을 알지 못하고 나더러 간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할까 염려된다. 내가 어찌 인신의 극간하는 것을 꺼리겠는가.”(세종 22/3/18) 했다.

이는 신하는 극간(極諫)하여 반드시 따를 것을 기하다가, 세 번 간(諫)하여 듣지 아니하면 가는 것이 예전의 의리이었던 것이다. 

고약해는 신하들의 청으로 탄핵을 받아 물러나지만 같은 해 9월 17일 집현전 부수찬 하위지가 언로의 중요성에 대해 상소하고 다음해 5월 12일 경창부윤(慶昌府尹)으로 관직에 돌아온다. 임금에 대들었다 하여 벌주려는 것은 아니고 당시 위계질서에 따라 신하들의 벌주라는 청을 물리칠 수 없는 일이어서 일시적으로 자리를 물러나게 하지만 곧 복귀시키고 있다. 

다른 경우도 있다. 황희는 정승에 임명된 8개월 뒤인 세종 9년 1월 사위의 살인옥사에 개입하여 우의정 맹사성과 함께 의금부에 갇히기도 했다. 세종 12년에는 뇌물과 간통사건으로 제주도 태석균의 청탁사건에 휘말렸다.(세종실록 12/11/14) 이후부터는 청백리로 거듭나 처음에는 간악한 ‘소인’(태종실록 16/6/22)이었으나 그만 두었을 때는 명재상(세종실록 31/10/5)이 되어 있었다. 잘못한 일로 물러난 부정적 사건의 허물을 벗게끔 다시 그 직임의 기회를 주는 것은 바로 세종의 긍정적인 변역 철학이다. 

 
선비는 사풍(士風) 을 지녀야 한다

백성은 소민으로 업의식을 통해 생민이 되어 가야 하지만 사대부는 학습을 통하여 무엇이 되어가야 할까. 바로 사풍을 지녀야 한다. 사풍이란 선비들이 지녀야 할 덕목으로 한마디로 선비다움이다. 근신하고 봉사하고 사회에 헌신할 줄 알아야 한다. ‘사풍’은 <조선실록> 원문 총 524건 중 세종시대에 53건이 언급된다. 성리학이 더 성행한 성종 조 87건, 중종 조 101건으로 성리학의 실천면에서의 사풍은 세종조에 이미 닦여진 것이다. 

“관리들의 사풍(士風)을 세우게 하여 주소서.(以勵士風)” (세종실록 2/3/23)
세종은 관리들에게 “경들은 잘 제도를 의논하여 정해서 더벅머리 선비[유견儒竪]들에게 기롱을 받지 않게 하라. 卿等善議定制, 毋令取譏於竪儒”(세종실록 32/1/18)고 충고하고 있다. 사대부는 막 선비의 길에 들어선 사람의 모범이 되는 ‘거듭나는 생민’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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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08 [16:12]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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