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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지난 ‘색깔론’ 때문에 국민이 분열되는 일은 없어야한다
박재영의 사이다 톡톡
 
세종신문   기사입력  2019/04/05 [17:10]
▲ 박재영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지난 주말에는 ‘신의 돌보심’에 힘입어 아내와 집을 나서서 삼일 동안을 꼬박 함께 보내는 행운을 누렸다. 아내와 함께 ‘트럼보’와 ‘증인’이라는 두 편의 영화를 보는 문화적 즐거움도 맛볼 수 있었다. 아내와 만 29년을 살면서 극장에서 함께 영화를 볼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아내의 늦은 퇴근 시간에 맞춰 밤늦게 아들과 딸이 소개해주는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고, 책과 영화를 통해 다른 여러 사람들의 삶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어쩌면 길지 않은 인생을 성공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일 수 있다. 영화를 보는 중에 격해지는 감정과 더불어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기 바쁜 자신을 보면서 “너도 나이를 먹어봐라!”라고 말씀하신 어르신들의 넋두리가 새삼스레 생각났다. 험한 세상을 타고 넘는 과정에서 쌓인 슬픈 경험들이 ‘눈물샘’을 크게 만들어 놓았는지 타인의 인생사에 수시로 눈물을 흘리게 되니 초로의 나이가 덧없이 느껴졌다.

‘트럼보’라는 영화를 보면서 해방직후 우리의 암울한 시대적 상황이 겹쳐왔다. ‘빨갱이’로 매도되어 참혹한 삶을 살아가야 했던 진보지식인들과 ‘간첩’으로 조작되어 청춘을 잃고 부정의한 권력이 만들어 놓은 덫에 갇혀서 비참한 삶을 살아가야 했던 힘없는 이웃들의 삶에 공감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 ‘트럼보’가 다룬 소재는 1940년대 말에 시작된 미국 극우보수정치세력의 공산주의자 색출을 위한 ‘현대판 마녀사냥’이다. 선량한 시민의 삶이 무참하게 짓밟히고, 부정의한 거대권력에 맞서 정의를 찾아가는 진보지식인들의 처연한 삶을 그리고 있었기에 암울한 시대를 살아온 필자가 다시 한 번 ‘인간’과 ‘정의’와 ‘민주주의’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1950년 2월 9일 공화당 상원의원 조지프 매카시가 “국무부 내 공산주의자 205명의 명단이 여기 있다”고 발언한 것에서 시작된 공산주의자 검거선풍은 정부와 의회, 학계와 문화계를 망라해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빨갱이 명단 205명’ 때문에 과학자 로젠버그 부부가 사형당하고, 찰리 채플린이 쫓겨났다. 아인슈타인과 월트 디즈니, 트루먼, 아이젠하워 대통령까지 의심받았고, 용공시비로 옷을 벗은 공직자만 5,300여 명에 이르렀다. 1954년 12월 미국 역사상 가장 비이성적인 시대로 꼽히는 매카시광풍이 결국 막을 내렸다. 그러나 매카시광풍으로 고통이 배가된 곳은 바로 대한민국이다. 아직도 이 땅 대한민국에는 ‘매카시의 망령’은 유령이 되어 백주대낮에도 곳곳을 활보하고 있다.

반공이데올로기를 무기로 국가가 아닌 정권의 안위를 추구하고, 부정부패와 인권말살을 감추었으며, 독재정권 밑에서는 정경유착과 관치금융, 독과점 심화, 계층과 지역 간 불균형 발전이라는 고질병도 깊이 뿌리내리게 했다. 매카시즘의 망령은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 대한민국이 상식적이고, 정의로운 나라로 거듭나는데 걸림돌이 되었다. 정적에 대해 ‘빨갱이’, ‘좌파’라는 딱지를 붙이면 만사형통이었고, 아무리 옳은 정책이라도 ‘좌파독재’라고 밀어붙이면 설 자리가 없어지기에 그저 난망할 뿐이다.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색깔론에 사로잡힌 국회의원들’이라는 생각과 ‘사람만 바뀔 뿐 내용이 반복되고 있다’는 암울한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세상은 변하고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다. 가까운 미래에 깨어 있는 시민들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창조하기 위해 남북평화와 공동번영의 ‘주인’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박재영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지역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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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4/05 [17:10]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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