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신철희 정치칼럼 ⑥ 주체적 인간과 대한민국 교육의 과제
 
세종신문   기사입력  2019/03/09 [14:20]
▲ 신철희 여양 한강문화연구소 소장     
최근에 여당 원내대표와 중진의원의 20대 폄하 발언이 큰 논란을 일으켰다. 20대 젊은이들의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이 그들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받은 교육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발언으로 발언의 대상이었던 20대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내려가는 추세인데 그 추락세를 가속시킬 수 있는 신중하지 못한 언행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의 발언은 무엇이 문제였나?

첫째, 원인과 결과 사이의 관계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했다. 사람은 성인이 되기 이전에 받은 교육이나 성장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한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서 교육을 강조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사안에 있어서는 청소년 시기에 받은 교육의 내용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불분명하다. 현 정부의 청년 실업, 결혼과 육아 정책에 대한 불만이 원인일 가능성도 매우 높다. 그런 상황에서 먼저 정부여당 스스로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기보다는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은 부적절했다.

둘째, 엄연한 국민이자 유권자인 20대들의 불만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이 처한 상황이 어떠한지에 대한 공감이 부족했다. 지지를 철회한 20대들이 청소년기에 받은 교육이 실제로 영향을 줬다 하더라도 그들을 적대시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발언은 아무리 봐도 문제가 있다. 현재 20대들은 어느 세대보다도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의 요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것의 해결에 노력하다보면 지지는 자연스럽게 돌아오기 마련인데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셋째, 개인의 주체성과 의지에 대한 모욕이다. 발언을 한 정치인들은 유신시대나 군사정권 때 교육을 받은 분들이다. 그런데 발언을 한 본인들은 획일적이고 비민주적인 교육 환경에도 불구하고 민주 투사가 될 수 있는 분별력과 의지를 갖고 있었지만, 현재 20대들은 주체성 없이 주어진 교육 환경에 수동적으로 영향을 받는 존재라는 말인가?  

누군가 나에게 잘못을 지적할 때 문제가 된 사안에 집중해서 말하는 경우에는 어렵지 않게 수용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의 원인을 성별이나, 출신지역, 출신학교 등으로 돌릴 때는 오히려 더 기분 나쁘게 들리는 경우가 많다. 마치 나를 주어진 환경이나 집단 속에서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주체성이 부족한 존재로 여기는 것 같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라서 좀 더 극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 자녀의 대학 입학에 대한 기본 심리는 시청자들이나 등장인물들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이렇듯 대학입시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욕망과 모순을 너무 현실감 있게 잘 그려낸 것이 인기의 요인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아이들을 교육할 때 겉으로는 사랑과 희생을 말하지만 그 말 속에는 자식을 통해서 대리만족하고 사회적 위신을 세우려는 마음이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기성세대는 아이들의 꿈과 의사를 존중하기보다는 그들을 우리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피동적인 존재로 여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이들은 아직 어리지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정하고 개척해 나갈 권리를 가지고 있는 독립적인 인격체다. 그래서 우리 교육의 목표도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적성과 소명을 찾아가도록 돕는데 맞춰져야 한다. 

발언 당사자들의 말로 되돌아가서, 정말 교육이 문제라면 현 정부가 지난 정부보다 정말 더 민주적이고, 공정하며, 아이들의 꿈을 존중하는 교육을 하고 있는지 먼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과 20대의 눈에는 정권만 바뀌었지 문제가 생기면 사회적 약자들에게 책임 전가하는 똑같은 꼰대로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간판만 바꿔달았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르지 않은 또 다른 ‘스카이 캐슬’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겸허하게 되돌아 봐야 한다. 

신철희 여양 한강문화연구소 소장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9/03/09 [14:20]  최종편집: ⓒ 세종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건물주님들~ 고통분담 합시다!
가장 많이 읽은 기사
“인도차이나는 기회의 땅이다”… 가남 은아목장 낙농기술 베트남 진출 / 김영경 기자
“여주에서 가죽공예로 새 인생 시작했다” / 이재춘 기자
“참여한 마을이 모두 선정됐으면 좋겠다” / 김영경 기자
여주시, 축구종합센터 유치 아쉽게도 실패 / 김영경 기자
[동행 취재] 지역현안, ‘배움’으로 길 찾는다① ‘물’과 ‘문화유적’ / 이재춘 기자
흥천 상백리 청보리축제 내달 6일부터 열려 / 김영경 기자
[동행 취재] 지역현안, ‘배움’으로 길 찾는다② ‘폐기물 처리’와 ‘고령화’ / 이재춘 기자
여주금사참외축제, 오는 31일 개막 / 김영경 기자
31회 여주도자기축제 폐막… 총 30만 명 다녀가 / 송현아 기자
시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재정투자는 ‘적자’가 아니다 / 세종신문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