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 > 실록여행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실록여행27-‘학문에 꿈을 독실히 하여 조금도 게을리하지 아니했다’
 
세종신문   기사입력  2019/02/01 [13:45]
세종이 즐겨했던 공부방식 중에는 다독이라는 독서방법이 있었다. 실록에는 전하지 않지만 서거정이 쓴 필원잡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아버지 태종이 책을  뺏어간 후 남은 구소수간(구양수와 소동파의 편지글 모음책, 두 사람 다 유명한 중국 송대의 시인이다)을 1100번 넘게 읽었다고 전하니 실로 다독가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임금이 되고 난 후에는 경연이라는 토론의 장이 있었다. 경연을 진행하는 방식은 주 교재인 책을 한 권 정해놓고 그것을 서로 돌려 읽어가며 각 내용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책의 내용에 대해 나누다 보면 현실정치의 문제까지 거론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옛날에는 이랬는데 지금은 왜 이런가라는 대화가 자주 눈에 띈다. 세종 1년 그러니까 임금된지 약 반 년쯤 된 때인 청년임금의 티를 벗지 못한 때의 경연의 모습이다. 
 
시강관[侍講官] 정초는 아뢰기를,
“요새 벼슬한다는 자는 다 양반의 자제요, 젖냄새 나는 무리들로서, 학문의 공력을 쌓지도 못했고, 또 직무에 단련되지도 못했는데, 자주 교체만 하게 되니, 이로 인해 시기를 놓치고 일에 실수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습관은 고쳐져야 할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나 역시 그러한 폐단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고 하였다. 
정초는 아뢰기를,
“근일에 새로 뽑힌 생원들은 겨우 10여 명이 대궐에 들어와서 절을 하였는데, 신진들의 기풍이 이보다 더 경박할 수는 없습니다. 선비의 마음을 바로잡으려면, 법으로써 제지하지 아니하여서는 안 되겠습니다. 지금 전하께서 날마다 경연에서 도학(道學)을 강명(講明)하시니, 무릇 이목이 있는 자라면, 누구나 보고 느끼지 아니하오리까.” 하였다. 
탁신은 아뢰기를,
“《대학》의 서문에, ‘무릇 학교의 시설이 이와 같이 넓고 가르치는 방법에 대하여 차제(次第)나 절목(節目)이 이와 같이 자상하며, 그 가르치는 것은 또 다 인군(人君)의 몸소 행하고 마음에서 얻은 것으로 근본을 삼았다. ’고 하였으니, 대개 아래 사람의 추향(趨向)은 다 인군의 한 몸에 매어 있사옵니다.” 하니, 
임금이 “그렇다.” 고 하였다.  (1년 2월 17일)
 
경연은 임금이 되고난 후 세종이 즐겨한 공부방법이었다. 나름대로 분야마다 한가락 씩 하는 신하들과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많은 지혜와 조언, 실용적 학문의 틀을 만들어 나갔다. 첫머리에 나오는 시강관이라는 관직은 경연에서 정해진 교재들, 특히 사서오경 같은 기본서외에도 자치동감같은 역사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읽고 그 의미와 내용에 대해 임금과 대화하는 자리다. 정 4품에 해당한다. 

위 내용을 보면 벼슬을 하겠다고 과거를 보고 뽑힌 자들에 대한 불만이 쏟아진다. ‘젖냄새 나는 무리’, ‘학문의 공력도 없고’, ‘경박한 기풍’ 등의 표현으로 당시 신진 벼슬아치들, 요즘으로 치자면 서기관 쯤으로 칠만한 이들에 대한 비판이 신랄하다. 

당장 인재채용에 있어 적당한 인재와 그에 맞는 직무배치의 문제를 제기하자 임금도 폐단에 대해 동의한다. 이어서 선비의 흐트러진 마음을 법으로 제지해야 한다는 내용과 임금께서 날마다 모범적인 학문의 태도를 보이니 이를 보고 느낄 것이라는 약간의 아부성 발언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또 임금 한 사람으로 인해 대부분 아랫 사람들의 태도와 향배가 정해진다고 임금을 압박한다. 
 
갑자기 지금의 청와대 또는 시정의 회의장면을 대입해본다. 
실록에서 보여주는 경연장의 대화는 우선 범위가 넓다. 그리고 바로 현실정치와 정책적인 부분까지 모두 거론한다. 그 한계도 없이 임금을 옭죄기도 하고 아부도 좀 한다. 그런데 요즘의 시정이나 청와대같은 곳의 회의는 어떨지 사실 상상이 안간다. 시정회의에 잠시 참석해 본 경험으로는 돌아가며 한마디씩 하고 시장의 몇마디 마무리로 끝나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있거나 정말 고치고 싶은것이 있어도 별로 거론되지 않는다. 
위의 경연과 같은 대화가 실제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보니 어느 시대의 어느 누가 이와같이 자유롭고 격의 없이 생각을 말하고 간하며 대화를 나눠갈 수 있을까 하는 놀라움이 있다. 민주주의 시대라고 해도 권력의 정점 또는 위임의 상태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과 불만들이 수면 아래 가라앉고 웅크리고 있을지 상상만도 가능하리라 본다. 세종의 경연이나 회의의 놀라운 점은 어떤 의견도 결코 무시하지 않고 듣고 말하고 검토했다는 것이고 어떤 말도 모두 용납하는 부드러운 회의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마무리 대화도 마저 보자. 
 
탁신은 또 아뢰기를,
“《대학연의(大學衍義)》란 책은 선과 악이 분명하여, 경계가 되기에 족하니, 진실로 인군의 귀감(龜鑑)이옵니다. 전하께서 등한히 마시고 항상 익히 보시옵소서.” 하니, 
임금이,
“그렇다. 내가 어려서부터 학문에 꿈을 독실히 하여 일찍이 조금도 게을리 하지 아니했다. 《대학연의》는 마땅히 다시 자상히 읽겠다.” 고 하였다. 
탁신은 아뢰기를,
“신이 일찍이 대궐에 나아가 전하께서 손에 책을 놓지 아니하시고 밤이 깊어야 주무신다는 말을 듣고 무엇보다 기뻤사옵니다. 원컨대 전하께서 이 마음을 지키시와, 게을리 마시옵소서. 사람의 마음은 무상하여, 지키면 그대로 있으되, 놓아 버리면 없어지는 것이오니, 정사를 처결하시고 학문에 힘쓰는 일 외에 딴 생각이 그 사이에 움트지 않으면 총명이 날로 넓어질 것입니다.” 하니, 
임금은, “그럴 것이다.” 라고 하였다. (세종1년 2월 17일)
 
대학연의란 책은 세종이 애독했던 제왕학의 교과서라고 불릴 만한 책이다. 사서 중 하나인 대학을 해설한 책이다. 이 책을 세종은 아주 가까이 했다. 경연에서는 두 번이나 함께 읽고 토론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더 읽었을 것이다. 이 책을 가까이 하여 임금의 정치에 교본으로 삼으라는 건의에 세종의 답이 자부심으로 깊다. 학문함에 있어 조금도 게을리 하지 않았음을 밝힌다. 

대화 속에서 꼭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구절이 있다. ‘사람의 마음은 무상하여 지키면 그대로 있으되 놓아 버리면 없어지는 것이니’.

마음이란 모든 다스림의 본질과 같아서 조금만 방심해도 흩어지는 무상함을 역설하는 대목에서 요즘의 정치인들에게 늘 아쉬운 대목이다. 권력투쟁만 일삼는 정치에서 국민의 삶에 초점을 맞춘 정치가 얼마나 절실한가를 되짚어 본다. 옛사람들의 삼엄한 자기경계가 와 닿는다.     
            
세종신문 대표 김태균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9/02/01 [13:45]  최종편집: ⓒ 세종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건물주님들~ 고통분담 합시다!
가장 많이 읽은 기사
“인도차이나는 기회의 땅이다”… 가남 은아목장 낙농기술 베트남 진출 / 김영경 기자
“여주에서 가죽공예로 새 인생 시작했다” / 이재춘 기자
“참여한 마을이 모두 선정됐으면 좋겠다” / 김영경 기자
여주시, 축구종합센터 유치 아쉽게도 실패 / 김영경 기자
[동행 취재] 지역현안, ‘배움’으로 길 찾는다① ‘물’과 ‘문화유적’ / 이재춘 기자
흥천 상백리 청보리축제 내달 6일부터 열려 / 김영경 기자
[동행 취재] 지역현안, ‘배움’으로 길 찾는다② ‘폐기물 처리’와 ‘고령화’ / 이재춘 기자
여주금사참외축제, 오는 31일 개막 / 김영경 기자
31회 여주도자기축제 폐막… 총 30만 명 다녀가 / 송현아 기자
시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재정투자는 ‘적자’가 아니다 / 세종신문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